[李정부, 통제vs과제] "지원은 묶고, 부담은 넘겼다"…K반도체 역주행
2026.03.25 07:30
용인 클러스터 수년째 지연…전력·용수 병목 현실화
머스크·엔비디아까지 가세…인재 쟁탈전도 격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환경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그 유명한 '칩스법'을 통해 자국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격상시키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美·日은 '현금+속도', 한국은 '세제+지연'
미국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 당시 칩스법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 시 25% 세액공제와 총 527억 달러(한화 약70조원)에 준하는 규모의 보조금 지급을 법제화했다. 사실상 기업이 특정 부지에 공장을 건설할 때 발생하는 비용 대부분을 국가가 내주는 형식이다.
일본의 경우도 자국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현금과 정책에 굉장한 속도를 내고 있다. 7년간 10조엔(약 94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반도체 산업 재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2040년까지 반도체 관련 매출을 40조엔 규모로 확대한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공장 부지 확보와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라피더스를 중심으로 2나노 공정 도전까지 추진하며 첨단 공정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구마모토현에 건설된 TSMC 제1공장 건설 비용의 절반에 달하는 4760억 엔(약 4조 3000억 원)을 지원했다. 공장 부지 확보부터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까지 정부가 직접 지원하면서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과감히 생략했고 그 결과 공장 건립 발표 후 약 2년 만에 완공했다.
반면 한국은 세액공제 중심 지원에 머물러 있다. 올해 초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되며 인허가 패스트트랙과 재정 지원 체계가 일부 마련됐지만, 업계가 요구해온 직접 보조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세액공제 역시 투자 이후에야 혜택이 발생하는 구조로, 선제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용인 클러스터, 전력·용수에 막힌 '속도'
아울러 인허가와 인프라 구축 과정 속 속도 경쟁 측면에서도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삼성전자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발표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전력과 용수 확보 문제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필요로 한다. 삼성전자가 생산라인 6기를 가동할 경우 하루 전력 수요는 약 7GW, 용수는 76만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수 GW 규모 전력과 수십만톤의 용수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책임이 분산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송전망의 경우 중앙정부가 승인해도 실제 철탑 건설은 지자체 인허가가 필요한 부분이다. 아울러 용수 공급 등의 문제도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속도 경쟁' 시대…기술 아닌 시스템이 변수
업계에서는 반도체 경쟁의 핵심이 최근 기술에서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첨단 공정 개발뿐 아니라 공장 건설과 가동 시점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같은 속도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근로 시간 규제 문제다. 주52시간제를 두고, 반도체 특별법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연구개발(R&D) 인력의 근로시간은 예외를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졌으나 결국 노동계 반발로 무산된 상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의 주도권을 좌우할 결정적인 순간에도 국내 반도체 종사자 근로자들, 특히 연구원들은 주52시간제 규제로 인해 컴퓨터를 끄고 연구실을 나가야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답답한 규제가 어디있나"고 지적했다.
머스크·엔비디아까지 가세…'인재 전쟁'도 본격화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까지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 직접 뛰어들며 인재 확보 경쟁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HBM 개발 경험을 보유한 한국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최대 3억7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며 채용에 나섰고, 미디어텍과 퀄컴, 애플 등도 한국 내 반도체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한국 인재 확보에 직접 나섰다. 머스크는 테슬라코리아의 반도체 채용 공고를 공개적으로 홍보하며 인재 영입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경쟁이 설비와 기술을 넘어 인재 확보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는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수년전부터 강조해왔다. 단순 세제 지원을 넘어 인프라 구축, 인허가 절차, 인력 정책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정책 환경은 여전히 분절돼 있다"며 "중앙정부가 전력·용수·인허가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지 않으면, 특히 근로시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경쟁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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