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쓰레기도 못 버리나"…마트서 싹 쓸어갔다 '사재기'까지 [현장+]
2026.03.25 14:05
사재기 수요에 대형마트 물량도 '품절'
정부 "원자재 수급 애로 해소 노력"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며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생활필수품인 종량제 봉투까지 동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몇 달치 쓰레기봉투 사재기에 나서면서 일부 대형마트에서도 종량제 봉투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25일 소셜미디어(SNS) 상에선 종량제 봉투를 대량 구매했다는 인증 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종량제 봉투 재고가 1개월 치밖에 안 남았다"라거나 "비닐 대란이 일어날 것" 등의 글을 게재하며 품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실제로 종량제봉투를 판매하는 '종량제닷컴'은 최근 홈페이지에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종량제봉투 제작부터 수급 및 입고 일정이 원활하지 못합니다"라는 공지를 내걸었다.
일선 마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서울 강남구의 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관계자는 "보통 고객들이 종량제 봉투를 사면 한 개나 한 묶음 단위로 사는데, 어제 오늘은 4~5묶음씩 구매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입고는 평상시와 같은데 판매량이 늘어난 탓에 재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귀띔했다.
한 대형마트는 몰려든 소비자로 종량제 봉투가 동났다. 마트 직원은 "갑자기 고객들이 종량제 봉투를 몇 묶음씩 집어 갔다"며 "다음 물량이 들어오는 목요일까지는 품절"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종량제 봉투 품귀 불안을 느껴 사재기에 나선 배경에는 비닐의 원료인 나프타 공급 불안이 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는 비닐, 플라스틱, 합성섬유, 고무 등 기초 소재의 원료로 쓰인다. 사용 범위가 넓어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정도다.
국내에서 쓰이는 나프타 절반은 국내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고 나머지 절반은 수입한다. 다만 원유와 나프타 모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한국으로 오는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국내 나프타 재고는 약 10~15일 수준으로 원유 재고(약 60일분)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태로 알려졌다. '4월 셧다운' 위기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원재료 수급난이 심화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도 생산시설 가동을 일부 중단하기 시작했다. LG화학은 전날부터 전남 여수 국가산단 내 연산 80만t(톤) 규모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여천NCC도 연산 14만t 규모 올레핀 전환 공정을 멈춰 세웠다.
멈춰 선 NCC 시설을 재가동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 업계는 업황이 나쁘더라도 가동 중단 대신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가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으며 비닐과 포장재 등 완제품 공급에도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국내 플라스틱 제조업체의 92.1%가 원료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71.1%는 공급사인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합성수지 공급 축소 및 중단 가능성도 안내받았다고 답했다.
정부는 나프타 수급 안정화를 위해 이번 주 중으로 수출 제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날 '중동상황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매점매석을 금지와 수출 제한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행정 절차가 끝나는 대로 공식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닐과 플라스틱의 재료로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의 재고에 대해서는 "산업 필수 소재와 국민 생활에 직접 연결되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업종별 수요량과 재고 등을 개별 접촉하는 방식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개별 업체마다 2~3주 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 수급 애로가 최대한 해소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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