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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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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100억 빌라?” 해운대에 등장한 이 집, 한 때는 골프장이었다

2026.03.25 07:29

부산판 UN빌리지 ‘달맞이고개’ 고급빌라
지방 첫 100억원 분양가로 주목받아
세계조경계 노벨상 수상 정영선 조경가 주도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고개에 고급빌라가 준공될 예정이다. 입주가 시작되면 해운대의 ‘부촌’ 명성을 되찾아올 거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애서튼어퍼하우스 투시도.[출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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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부산의 부촌이 옮겨가고 있다. 본래 해운대해수욕장을 앞마당으로 둔 해운대 경동제이드, 해운대아이파크 등 고층·고밀도 주상복합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마린시티가 부산의 부동산을 대표했지만, 최근 부산에 ‘찐’ 부자들이 옆 동네로 몰리고 있다. 바로 해운대의 ‘유엔빌리지’로 불리는 달맞이 고개다.

달맞이고개는 원래 마린시티 탄생 이전에 부산의 전통 부촌이었다. 하지만 이후 부산시 우동이 개발되면서 부촌의 ‘타이틀’을 넘겨주게 됐다. 최근 이 일대가 다시 한번 부산 대표 부촌의 위상을 되찾아올 거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청담, 방배, 용산 자산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초고가 빌라 브랜드가 이곳 달맞이고개에 지어지면서다.

지방 최초 ‘분양가 100억’ 애서튼 어퍼하우스

먼저 ‘100억원 분양가’로 이름을 알린 애서튼 어퍼하우스는 지하 3층에서 지상 6층, 237~273㎡(이하 전용면적), 11가구로 조성됐다. 달맞이고개에서도 고지대에 있어 해운대 바다와 해수욕장, 마린시티·센텀시티·광안대교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분양가는 70억원대부터 형성됐다. 70억~100억원대 고급 빌라가 지방에 분양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서튼어퍼하우스 투시도. 애서튼어퍼하우스는 단 11세대로 이뤄져 입주민들이 프라이빗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출처 홈페이지]


애서튼 어퍼하우스는 한국의 1세대 조경가 정영선 작가가 주도한 야심의 프로젝트다. 정 작가는 세계 조경계의 노벨상인 제프리 젤리코상을 수상한 한국 여성 1호 국토개발기술사로서 앞서 선유도공원,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서울올림픽미술관, 서울아산병원, 디올 성수 등 국내를 대표하는 유명 프로젝트를 맡았다.

정 작가는 애서튼 어퍼하우스 단지 내 정원이 해운대 앞바다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특수 조경 디자인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분양 관계자는 “정 작가는 인위적인 화려함보다는 자연 본연의 결을 살리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미학을 달맞이 어퍼하우스에 투영했다”며 “해운대 달맞이 언덕이 가진 천혜의 지형과 식생을 존중하며 단지 내부의 조경이 외부의 자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 단지는 2023년 분양 당시 국내 최초로 대체불가능토큰(NFT) 세계적인 디지털 작가인 크리스타 킴에 의뢰해 제작한 디지털 예술 작품이 적용 이목을 끌었다. 각 세대와 단지 공용부에 발광다이오드(LED) 판을 설치해 영상 파일 형태로 제작된 작품을 재생시키는 것이다. 설계 차원에서 NFT 아트 작품이 도입된 부동산 상품은 애서튼 어퍼하우스가 최초다.

전반적인 설계는 건축 디자인 그룹 스트락스(STRX)가 맡았다. 전 세대에 갤러리 라운지와 루프탑 가든이 제공되며, 특히 160평과 172평 등 대형 평형은 바다와 숲의 경관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세대당 주차는 4.1대까지 가능하다.

상지카일룸 해운대 투시도. 상지카일룸도 단 12세대로 구성됐다. [출처 분양 홈페이지]


단 12세대 짓는 상지카일룸 해운대…사업비 1669억원

바로 옆에 준공되고 있는 상지카일룸 해운대 역시 지하 2층~지상 6층의 총 12세대 규모만으로 지어지고 있는 초고급 빌라다. 평수는 186~207㎡로 구성됐고, 364㎡, 369㎡의 펜트하우스도 포함됐다.

2028년 완공 예정인 상지카일룸 해운대는 지난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기공식을 개최했다. 해당 부지는 지난 2002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이후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집행 상태로 남아있다가,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토지 보상을 진행하며 마침내 실질적인 조성이 시작됐다. 233억원 규모 공사비에 토지 보상비까지 포함하면 총 사업비가 1669억원에 달한다.

상지카일룸 역시 자연과 조화를 이룬 정 작가의 조경이 반영됐다. 외관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유엔빌리지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베이지 컬러의 삽비석 석제가 활용됐다. 분양 관계자는 “모던한 디자인은 상지의 정체성”이라며 “단순한 건물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외경이 품격을 높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층고는 3m에 달하며 거실에서 안쪽 다이닝룸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적용해 ‘파노라마 오션뷰’를 만들어냈다.

디올 성수를 기점으로 하이스트리트 대열에 오른 성수. 디올 성수가 성수동 리테일 시장의 전후를 나눌 정도다. [디올]


이병철 회장이 소유했던 달맞이고개…일제→미군 거쳐 부촌으로

달맞이고개에는 어쩌다가 이 같은 고급 빌라가 지어지게 됐을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달맞이고개는 1940년대 일제에 의해 골프장으로 개발됐다가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군이 전용으로 쓰던 땅이었다.

1957년 경상남도지사와 한국은행 부산지점장 등이 뜻을 모아 회원출연금으로 설립한 부산컨트리클럽도 여기에 있었다.

1968년까지 달맞이길 입구에서 청사포 사이 1.6km 와우산 일대는 한때 전 삼성그룹 총수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소유이기도 했다.

이후 부산시에서 1972년 골프장을 매입해 택지를 조성하고, 그 자리에 ‘차관 아파트’를 짓게 된다. 차관 아파트는 국제개발처(AID) 차관을 도입해 지은 서민용 공동주택을 의미한다. 1985년에는 삼익빌라가 처음 들어섰고, 1989년부터는 본격적인 빌라촌이 형성됐다.

1970년대 달맞이고개에 지어진 차관아파트 전경. [출처 우동·중동 - 해운대문화원 향토사 자료]


당시에는 달맞이고개가 부산 내 전문직, 자산가, 예술가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전통적인 부자 동네였다고 한다. 특히 해운대 바다를 내려다보는 특수한 입지를 인정 받아 고급 주택이 많이 들어선 것. 여기에 와우산과 바다 사이에 위치해 있어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배산임수’의 풍수를 완벽하게 갖췄다.

하지만 기존 주택은 점점 노후화하고 해운대 바닷가에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점점 주택 수요자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더구나 달맞이고개 일대는 경관 보호를 이유로 고도 제한까지 받아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었다.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마린시티와 센텀시티로 옮겨갔다.

부산시는 달맞이고개의 부활과 함께 20년간 방치되어 온 ‘달맞이공원’ 개발에도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달맞이길을 따라 조성된 달맞이공원 부지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2002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이후 장기간 미집행 상태였다. 전체 면적은 3만3427㎡ 규모로, 프랑스 니스 해변이나 캐나나 밴쿠버 스탠리 공원처럼 해안과 공원이 어우러진 세계적 명소가 될 거라는 게 시의 기대다.

부산의 ‘강남’, 집값 흔들려도 해운대는 달라

달맞이고개가 부활하면 해운대구의 부동산 시장은 더 활기를 띌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대는 수영구, 동래구와 함께 부산 집값을 견인하는 ‘해·수·동’ 중 하나다. 부산의 거래금액 상위 10개 단지 중 절반 이상이 해운대구에 몰려있다.

지난 2023년에는 서울의 집값 상승이 부산까지 옮겨붙으며 자산가들이 대거 해운대로 원정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해운대아이파크 219㎡는 지난 2023년 4월 직전 거래가(2016년 7월) 26억420만원보다 40억원 넘게 오른 70억원에 직거래 돼 국토교통부 조사 대상이 됐다. 해당 거래는 이내 취소등록되며 ‘시세 교란 행위’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만큼 해운대 부동산 시장이 뜨겁다는 방증이 됐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해운대구 마린시티를 바라본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다. [연합]


최근 한 달 부산 내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단지도 해운대구 중동에 있는 ‘엘시티’다. 이 단지 186㎡는 지난해 12월 44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구 우동에 있는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204㎡도 같은 달 38억원에 손바뀜했다. 재송동 ‘더샵센텀스타’ 215㎡는 지난 1월 35억원에 팔려 그 뒤를 이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해운대는 부산의 강남”이라며 “직주가 근접하고, 바다가 가까워 환경이 자연친화적이며 거기에 평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부촌의 명성을 가진 재건축 단지들도 다수 포진해있어 부동산 시장 분위기 개선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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