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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공공기관 차량 5부제 의무화

2026.03.25 00:56

정비 중 원전 4기, 5월 재가동
李 “국민 여러분 협조도 절실”

24일 광주광역시 북구청 에너지정책팀 직원들이 구청 주차장에서 5부제 참여를 독려하는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다. 정부는 이란발(發) 에너지 대란으로 국내 원유·천연가스 수급 불안이 커지자 24일 공공기관 대상으로 차량 5부제 적용을 강화하기로 했다. 민간에도 대중교통 이용 확대 등 에너지 절감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영근 기자

이란 전쟁 여파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25일부터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요일제) 적용을 강화한다. 위반하면 징계도 추진한다. 민간에는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달라”고 자율 참여를 요청했다. 전쟁 장기화 우려가 계속되면서 중동산 원유·LNG뿐 아니라 석유화학 기초 제품인 나프타 가격 등까지 치솟은 탓에, 휘발유는 물론 비닐이나 각종 포장재 등 일상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경제 전반에 충격이 올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 등으로 솔선수범하고, 국민 여러분의 협조도 절실하다”고 했다.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특정 요일 운행을 제한하는 차량 5부제는 공공기관에 강화해 의무 적용하되 앞으로 민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중동에서 주로 수입되는 LNG 사용을 줄이되, 대신 원전과 석탄 발전을 더 늘리기로 했다. 석탄 발전소는 현재 최대 80%로 출력이 제한돼 있는데, 이를 필요시 100%까지 늘린다. 정비 중인 원전 10기 가운데 4기를 5월 내 재가동한다. 이 조치로 하루 평균 6만9000t 수준인 발전용 LNG 사용량을 최대 1만4000t, 약 20%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산업계에도 에너지 절감 요청을 보냈다. 국내 석유 사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50개 기업에는 절감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공공기관 및 대기업에 대중교통 수요 분산을 위해 출퇴근 시간 조정을 독려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재택근무 권고도 검토할 예정이다. 중동 전쟁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을 전제로, 이 대통령은 “출퇴근 시간대 혼잡을 줄이기 위해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를 시간대별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25일 0시부터 공공부문 차량 5부제를 한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월요일(1·6), 화요일(2·7), 수요일(3·8), 목요일(4·9), 금요일(5·0)에 해당 차량의 운행이 금지된다. 장애인·임산부 차량과 전기차·수소차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2011년부터 공공부문은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해왔지만, 공공기관 주차장에서만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등 단속이 느슨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는 단속 강도를 대폭 높이고, 상황이 악화되면 민간에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한편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담당하는 카타르가 이날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벨기에, 중국 등과 맺은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계약 이행 불능)을 선언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이변이 터지면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해도 책임을 면제해 주는 장치다. 대규모 공급자가 불가항력을 선언하면 그 공백을 메우려는 수요자가 현물 시장에 뛰어들어 상품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그래픽=양진경


공공부문 차량 5부제 적용 대상은 각급 학교를 포함해 2만여 공공기관이다. 대상 차량은 약 150만대로 추산된다. 25일부터 공공기관 주차장뿐 아니라, 그 주변 일대로 단속 범위를 넓힌다. 제재도 강화된다. 처음 적발되면 기관장이 경고를 내리고, 4회 이상 상습 위반자는 징계도 가능하다. 불시 현장 점검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하루 약 3000배럴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현재 ‘주의(2단계)’에서 ‘경계(3단계)’로 격상될 경우 민간에도 의무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공영주차장 출입 제한 등 간접 규제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업들도 정부 방침에 따라 5부제 또는 10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23일 자율 참여 방식으로 차량 10부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한화그룹도 5부제 또는 10부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삼성, 현대차그룹 등도 직원들의 차량 사용 제한을 포함해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부문에서는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사용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석탄 발전은 환경을 위해 현재 80%만 가동할 수 있는데, 필요 시 100%까지 가동하도록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올해 폐지 예정인 석탄발전소 3기도 상황에 따라 폐쇄 시점을 늦출 계획이다.

원전은 정비 중인 10기 가운데 4기를 5월 내 재가동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고리 2호기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한울 3호기·한빛 6호기·월성 3호기는 5월 중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하루 평균 6만9000t 수준인 발전용 LNG 사용량 중 최대 1만4000t(약 20%)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LNG 사용량을 줄이면 전력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고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산업계 참여도 유도한다. 정부는 전체 5156개 사업장 석유 사용량의 91.4%를 차지하는 상위 50개 기업에 석유 사용 절감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절감 목표를 달성할 경우 에너지 절약 설비 투자에 대한 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도 시행할 방침이다. 중동산 나프타 수급이 끊기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차례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데 수출 물량을 국내 공급으로 돌려 공장 가동 중단을 늦추겠다는 취지다.


민간에는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권고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게 유도한다는 취지다. 상황이 악화되면 재택근무 권고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대책을 두고 논란도 생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출퇴근 시간대에 고령층의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야권에선 ‘노인 폄하’란 반응이 나왔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12가지 국민행동’ 지침을 두고도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지침에는 ‘전기차·휴대폰 낮 시간에 충전하기’ ‘샤워 시간 줄이기’ ‘세탁기·청소기 주말 사용’ 등이 포함됐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불편함을 겪는 것과 대비해 에너지 감축량은 미미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국민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정책별 감축 목표를 명확히 제시해 실제 기여도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수치가 부족하다 보니 ‘마구잡이식’ 대책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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