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매진…매크로에 잠식 당한 K팝 티켓팅, 대안은?
2026.03.24 11:36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 중인 매크로 암표, 시장 왜곡 우려에도 '근절'은 요원
국내 예매 플랫폼들 "복합적 대응 강도 강화"
예매 버튼을 누른 지 채 10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남은 좌석은 없었다. 서버에는 접속했지만 예매 가능한 좌석은 이미 대부분 사라진 뒤다. 최근 K팝 팬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이 당황스러운 풍경은 더 이상 '운'의 문제가 아니다. K팝 티켓팅이 사람의 손이 아닌 매크로 프로그램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최근 경기북부경찰청이 매크로를 이용해 공연 티켓을 대량 확보한 뒤 되팔아 71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을 검거하면서, 심각한 K팝 공연 암표상의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번에 검거된 이들은 국내 조직이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해외, 특히 중국발 매크로 세력이 가세하며 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로 팬덤 내에서는 "빠르게 예매창에 접속하는 데 성공했지만 좌석이 없다"라는 경험담이 일상처럼 공유되고 있다.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 속 단순한 티켓팅 경쟁 과열을 넘어, 자동화 프로그램이 좌석 확보 과정에 개입하면서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해외 업자들은 예매 시작 이전부터 대기열 진입을 시도하거나, 자동화된 입력을 통해 좌석을 빠르게 확보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구조 속 일반 예매자들은 사실상 경쟁의 출발선조차 동일하게 보장받지 못한다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대응 강화에도 한계"... 예매 플랫폼 대응 현황은
이러한 상황 속 팬들의 가장 큰 원성이 모인 곳은 예매처인 티켓 예매 플랫폼들이다. 암표상들의 조직적인 매크로 악용을 막지 못 한 탓에 암표 근절이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사뭇 다르다. 티켓 예매 플랫폼들 역시 이미 오랜 기간 매크로 차단을 위한 기술적 대응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대안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다만 매크로 역시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새로운 유형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완벽하게 사전에 차단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창과 방패의 싸움'에 비유하며, 보안 강화와 우회 시도의 반복 속에서 대응 기술 역시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매크로는 일반 이용자보다 훨씬 많은 트래픽과 비정상적인 접근 패턴을 동반하기 때문에 단순한 서버 증설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오히려 정교한 탐지·차단 시스템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주요 플랫폼들도 예매 전 인증 절차 강화, 실시간 모니터링, 사후 검증 등 다층적인 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완전한 차단보다는 '피해 최소화'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놀티켓 측 관계자는 "예매자들이 예매처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은 저희 역시 잘 알고 있다"라며 "매크로와의 싸움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지 않나. 특히나 매크로 대응은 새로운 방식이 등장할 때마다 이에 맞춰 대응 로직을 개선해야 하는 구조라 저희 역시 플랫폼 차원에서 꾸준히 대응 방법을 개발 및 적용하고 있다. 세부적인 방식을 공개할 경우 우회 시도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외부에 상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해당 관계자는 "대형 공연의 경우 예상되는 접속량에 맞춰 서버를 유동적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매크로는 방대한 양의 서버 트래픽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단순 인프라 확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라며 "따라서 현재 예매 이전 단계에서부터 이용자 인증을 반복적으로 진행하고, 이후에도 정상 이용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정상 패턴이 포착되면 즉시 제한 조치가 이뤄지고, 사후에도 문제가 감지된 예매 완료 계정에 대한 추가 검증을 진행한다. 또한 기획사와 연계된 신고 채널을 통해 접수된 사례도 함께 확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예스24 티켓의 입장도 비슷하다. 예스24 티켓 측 관계자는 "매크로 차단 기술은 공개되는 순간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어 구체적인 방식은 밝히기 어렵다"라면서도 "지속적인 시스템 개선과 투자를 통해 대응 수준을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정 예매로 의심되는 경우 공연 기획사와 협의를 거쳐 소명 절차를 진행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취소 조치를 하고 있다"라며 "사기 거래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을 거친다"라고 설명했다.
멜론티켓 측 역시 복합적인 대응 체계를 강조했다. 멜론티켓 측 관계자는 "매크로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한 예매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적발 시 약관에 따라 예매 취소 및 이용 제한 조치가 이뤄진다"라며 "또한 해외 IP 등을 통한 비정상적인 접속이 감지될 경우에는 시스템을 통한 차단 조치도 시행 중이다. 예매 전 무작위 문자열 생성 및 입력 절차인 캡챠(Captcha) 등 기술적 조치도 시행중이나 모방이나 학습에 대한 우려로 상세한 내용은 공개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중국 암표상 발 매크로가 티켓 독점'... 진실은
암표상들의 티켓 확보 수법 중 팬들이 가장 큰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이다. 불법으로 개발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예매 오픈 전 미리 예매창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티켓을 선점해 정작 정시에 티켓이 오픈된 이후엔 일반 예매자들이 예매 가능한 좌석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 팬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이 티켓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소 다르다"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공연 기준으로 볼 때 실제 관객 구성에서 외국인 비중은 30~40% 수준"이라며 "실제 예매 결과를 보면 국내 이용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이용자들의 예매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외국인 예매자의 4~50% 정도 수준이다. 또한 이들 모두를 업자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글로벌 팬덤 구조상 해외 이용자 트래픽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외 팬들의 예매 페이지가 분리돼 있는 만큼 국내 이용자들이 예매에 불리한 구조 역시 아니라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중국 업자들이 확보하고 있다는 티켓 리스트들에 다수의 좌석이 확보돼 있는 것처럼 기재돼 있어 일반 관객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중 적지 않은 업자들이 티켓이 없는 상태에서 거래를 시도하거나 동일 좌석을 중복 판매하는 사기 사례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제도적 보완 병행 필요성 대두... "사회적 합의 필요"
업계에서는 매크로 등을 악용한 암표상들을 근절하기 위해 기술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켓거래 플랫폼인 티켓베이를 두고 암표를 근절하겠다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물론 해당 플랫폼이 없으면 다른 방식으로 암표가 거래되고,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공연 시스템이나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플랫폼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응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외부 채널을 통한 암표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현장에서 다중 본인 확인을 강화하면 암표 유통 자체를 줄일 수 있지만, 공연 업계에서는 아직 일관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일례로 얼굴 인식 기반 인증 등 새로운 방식을 통한 암표 근절 대안 마련도 거론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이용자들의 저항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공정한 티켓팅 환경을 위해 일정 수준의 불편을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헤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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