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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동 리스크 장기화에 '에너지 총력전'…차량 5부제 재개·LNG 사용 축소

2026.03.24 11:48

공공부문 5부제…자원 위기 '경계' 격상 시 민간 확대 검토
원전 재가동·석탄 탄력운영으로 LNG 발전 축소
나프타 수출 제한 추진도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참석, 발언하고 있다. 2026.2.25 조용준 기자


중동 정세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를 의무 시행하는 등 고강도 에너지 절약 대책을 시행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를 줄이기 위해 원전의 적기 재가동과 석탄발전 탄력 운영에도 나선다.

공공부문 차량 5부제…자원 위기 '경계' 격상시 민간도 의무 참여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에너지 절약 대응계획을 보고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5일 원유·천연가스 관련 자원안보 위기경보 '관심'을 발령한 데 이어, 18일 오후 3시부터 원유 관련 경보를 '주의'로 한 단계 높였다.

정부는 우선 수송과 생활 부문에 대한 절약 조치를 강화한다. 공공부문은 승용차 5부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되, 전기차와 수소차는 제외한다. 민간은 우선 자율 참여를 유도하고, 향후 원유 수급 차질 우려가 더 커져 '경계' 경보가 발령되면 의무 참여 전환도 검토하기로 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에는 한시적 출퇴근 시간 조정도 독려해 교통 수요를 분산할 계획이다.

차량 부제는 자동차 번호판 끝 번호를 기준으로 특정 요일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미 관공서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일부 사문화된 곳도 있다. 만약 민간 부문까지 확대되면 1991년 걸프전 당시 10부제 시행 이후 사실상 35년 만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위기 상황도 맞지만 민생이 더 큰 위기여서 민간의 부제 강제화는 오히려 업무용이나 생계형 차량 운행자들의 비판이 커질 수 있어 일단 보류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자체,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를 사실상 재개했다.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는 2006년부터 의무화됐지만 지역, 기관마다 편차가 심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가 이번에 정부 차원의 지침으로 다시 강화된 것.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과 버스 집중배차 시간을 각각 1시간씩 연장하는 한편, 공영 및 공공부설 주차장 1546개소를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에너지 절감 캠페인도 자체적으로 추진한다. 민주당 중동상황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는 당 지도부에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차량 5부제' 시행을 건의하고 당원 가정에 가구별 가정용 태양광 설치 캠페인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은 중동 사태를 국가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며 "에너지 수급 안정과 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LNG 전력 비중 줄인다

정부는 LNG 소비 최소화를 위해 전원 믹스를 조정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영향이 적은 날에는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운전 제약을 완화하고, 정비 중인 원전 5기를 오는 5월까지 재가동해 가스 사용량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를 통해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올해 재생에너지 7GW 이상을 신속 보급하고 ESS 1.3GW 설치도 병행 추진해 LNG 등 에너지 수입을 근본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전력 생산에서 LNG 비중이 높은 국가로, 올초 기준 국내 전력 생산의 약 30%를 LNG가 담당하고 있다. 국제 가스 가격이 상승할 경우 곧바로 발전단가 상승과 한전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전기요금이 사실상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LNG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한전 적자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또 원유는 200일 이상 비축이 가능해 단기 충격 대응 여력이 있지만, LNG는 저장과 소비, 도입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라 물리적 비축이 제한적이다.

정부는 또 석유류 사용량이 많은 상위 50개 업체에 에너지 절감 계획 수립을 요청하고, 목표를 달성한 기업에는 에너지절약시설 융자사업 우선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국민 실천 과제로는 승용차 5부제 참여, 대중교통 이용, 적정 실내온도 유지, 낮 시간대 전기차·휴대전화 충전 등 12가지 행동요령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대책은 '버티기 전략'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위기를 관리하는 단계지만, 결국은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요금, 에너지 믹스, 산업 경쟁력까지 연결된 복합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내 나프타(납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주중 나프타에 대한 수출 제한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24일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동상황 대응본부' 일일브리핑을 통해 "중동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나프타의 수급을 조정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주 중 수출제한과 생산·도입량 보고·매점매석 금지 등이 포함되는 관련조치의 행정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 시행시 석유화학기업의 셧다운 우려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양 실장은 "나프타는 정유사에서 주로 수출을 하는데 수출을 제한해 국내 석화중심기업에 공급하면 석화기업의 가동률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납사 대체 수입을 지원하는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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