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 가장 적대국으로 공인”…‘두 국가’ 헌법 반영 여부는 미공개
2026.03.24 10:19
특히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등 개헌을 토의했다고 밝히면서도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했는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략적 모호성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불확실성을 키워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행동 범위를 유연하게 조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새로 구성된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 격) 2일 차 시정연설에서 남한에 대한 대적(對敵) 투쟁을 선언했다. 회의는 22일 시작해 이틀 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김정은은 1만6000여자 분량의 시정연설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의 불가역성과 핵무력을 토대로 한 자력갱생 경제노선의 성과를 강조했다.
이는 2023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보여온 대남 적대기조의 연장선상으로,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고 필요에 따라 공세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지난달 9차 당대회에서도 남측을 “철저한 적대국이며 영원한 적”으로 규정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넘어 한국의 존재 자체를 아예 부정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은 북한에 더는 동포가 아니라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나 언제든 타격 가능한 ‘적대적 실체’라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핵방패의 굳건한 구축은 비단 군사 분야, 안전보장 분야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를 비롯한 나라의 모든 분야의 발전과 인민생활 개선”을 담보했다면서 “국가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는 데서 여러 가능한 대안들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확실하고 영구적이며 믿음직한 선택안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힘의 수단을 틀어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무기 고도화가 옳았다는 것을 큰 비중을 두고 장황하게 설명했다”며 “이란·베네수엘라 사태가 김정은에게 적잖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세계 도처에서 국가테러와 침략 행위를 자행하고 있지만 오만무도한 미국의 강권과 만용은 (중략) 오히려 자주 세력의 반미 감정과 증오심을 격발시키고 단결과 항거로 떠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평하고 정의로운 다극 세계 건설은 더욱 힘 있게 추동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기의 낡은 기준, 낡은 자대에 맞추어졌던 외교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격과 국위에 상응한 외교 전술과 대외 활동 방식을 구사하여야 한다”라면서 보다 공세적으로 외교무대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비난하지는 않았다.
앞서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 임기(5년)가 끝난 후 2년여 동안 선거를 미뤄오다가 7년 만인 지난 15일에 선거를 통해 15기 대의원을 구성했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주기를 맞춰 당대회 결정 사항을 법제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는 국가발전의 필수적요구를 반영하여 공화국 헌법에서 일부 내용을 수정·보충하고 당 제9차대회가 제시한 앞으로의 5개년 계획 수행과 올해 국가 예산에 관한 법령들을 채택했다”라고 밝혔다.
임을출 교수는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의 임기(5년)를 일치시켜 당의 결정이 국가 기구를 통해 집행되는 ‘당-국가 일체화’ 시스템이 완성됐다는 점을 과시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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