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사위 보내 5일 유예, 해병대 기다리는가 [트럼프 스톡커]
2026.03.24 06:56
걸프 발전소 보복, 美 지상군 인질 우려 부각
트럼프, 돌연 “공격 유예...이번주 내내 대화”
이란 “가짜뉴스” 반박...이스라엘, 공습 계속
제3국 끼고 접촉은 했겠지만 해병대는 중동行
유가 급락했다 낙폭 반납...불신 극복 불확실
이란 발전소 타격 위협에 “걸프 국가에 똑같이 보복”...“하르그섬 지상군 투입은 인질 건네는 꼴”
바라카 원전은 2009년 한국이 해외에서 처음 수주한 원자력발전소로 총 4기로 구성됐다. 2021년 1호기를 시작으로 2024년 9월 4호기까지 차례대로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현지에는 한국전력(015760)을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내 협력사 직원들이 체류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23일 낸 성명에서 “어떤 위협에도 똑같은 수위로 대응하기로 결심했다”며 “우리의 전기를 끊으면 우리도 끊겠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확전 양상을 띠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지휘했던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22일 영국 가디언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트럼프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과 전쟁을 벌일 때 호르무즈해협이 가장 큰 취약점 가운데 하나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과거 내가 참여했던 모든 국가안보회의에서 이란 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그 주제는 항상 거론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트럼프 행정부는 그런 결과를 예측하지 않았거나, 전쟁이 빨리 끝날 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순진한 경향이 있는데, 어떤 말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말이 현실이 될 거라는 희망이 생길 수 있으나 그건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짓이고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패네타 전 장관은 현 전황에 대해서도 대체로 비관적인 관측을 내놓았다. 그는 “그동안 동맹국들을 냉담하게 대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대한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이는 자업자득”이라며 “노쇠한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한 탓에 더 젊고 강경하면서 오래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젊은 지도자를 등장하게 해 좋은 결과를 맞기 힘들게 됐다”고 우려했다. 또 17일 사임한 조 켄트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미국의 하르그섬 점령 시나리오는 큰 재앙이 될 것”이라며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노출된 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은 사실상 이란에 인질을 넘겨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트럼프, 돌연 “공격 5일 유예”...“정권은 자동 교체된 것이고 이번주 내내 대화”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테네시주 멤피스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는 매우 심도 있는 대화를 진행했다”며 “우리는 주요 쟁점에서 합의했고, 거의 모든 쟁점에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이 이란의 최고위급 인사와 22일 저녁까지 협상을 진행했다”며 “그 논의는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 협상 상대가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아니었다고 소개했는데,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그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라고 소개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란 내 강경파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지난달 28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사망 직후 후계자 후보군으로도 거론된 바 있다.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 딸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중동 문제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쿠슈너의 조부모는 현 벨라루스 지역(당시 폴란드)에서 게릴라군으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맞서 싸우다 1949년 미국 뉴저지주로 이주한 유대인들이다. 쿠슈너의 조부모는 이후 미국에서 부동산 개발업으로 자수성가했다. 이방카는 결혼 직후인 2009년 개종해 유대교 신자가 됐다. 쿠슈너 집안의 이 같은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위트코프 특사와 쿠슈너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기습 공격하기 직전에도 오만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연막 협상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23일에는 아마 전화로 협의를 할 것 같다”며 “이란은 합의하고 싶어 하고, 우리 역시 합의를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어떤 합의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는 “15개 쟁점 정도”라며 “첫 번째는 핵무기 포기이고 그들도 거기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합의가 타결되면 우리가 직접 가서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분을 가져올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은 나와 모즈타바 최고지도자가 공동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권 교체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사례를 들어 “우리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매우 이성적이고 믿음직하고 존경받는 사람들”이라고 호평했다.
이란 “에너지 가격 낮추려는 가짜뉴스”...이스라엘, 테헤란 공습 계속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 IRNA통신에서 “최근 며칠간 몇몇 우호 국가를 통해 미국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이 요청에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 따라 적절히 답했을 뿐, 지난 24시간 동안 미국과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우호 국가들을 통해 ‘이란의 중요한 기반시설에 대한 어떠한 침략도 가혹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단호한 경고가 전달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입장과 강요된 전쟁을 끝내는 조건은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협상 대상으로 지목된 갈리바프 의장도 X(옛 트위터)에서 “미국과 어떤 협상도 없었다”며 “이런 가짜뉴스는 금융·석유 사장을 조작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갇힌 수렁에서 탈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메흐르통신은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이란과 미국 사이에 어떠한 대화도 없었다”며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폭등하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려는 정치적 수사이자, 자기 군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의도적인 노력의 일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프레스TV는 고위 안보 분야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가 이란의 견고한 군사적 위협과 미국과 서방에서 증가하는 금융 압박 이후 후퇴했다”며 “협상은 현재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르스통신도 고위 안보 관리를 인용해 “적들의 침략이 시작된 이후로 이란은 중재자의 메시지를 받았지만, 필요한 억지력을 획득할 때까지 방어전은 계속된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협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란의 통신시설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협상 내용이 잘 공유되지 않은 것 같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구상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23일 보아즈 비스무트 크네세트(의회) 외교 국방위원장과 대화하다가 “이란은 추락하고 있고, 우리는 승기를 잡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비스무트 위원장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인들이 사태를 종결짓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절대로 나쁜 합의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이스라엘을 전례 없는 위치로, 이란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가 10% 이상 급락...제3국 끼고 접촉은 했겠지만 불신 극복은 불확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표에 국제 유가는 모처럼 크게 하락했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10.92% 떨어진 배럴당 99.9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11일 이후 8거래일 만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10.28% 내린 배럴당 88.13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에는 14% 이상까지 내려갔다가 이란 측에서 협상을 부인하자 낙폭을 일부 반납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1.38%, 1.15%, 1.38%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도 장중 4% 이상 올라 7만 달러 선을 회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발언이 그 무게감을 감안할 때 완전히 없는 사실을 토대로 주장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분명히 물밑에서 이란의 누군가와 접촉했고, 모종의 구두 합의는 이루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다른 나라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점은 이란도 인정했다. 미국과 이란은 전쟁 직전에도 중간에 오만을 끼고 소통한 바 있다.
문제는 유예 기간이 왜 하필 5일인가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주일미군 제31해병원정대(MEU) 병력 2500여 명이 앞으로 며칠 내에 중동 지역에 도착한다. 지난주 초에는 약 2200명의 미군 해병원정대와 군함 3척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출발했다. 이들은 모두 이란의 수출 통로인 하르그섬 점령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는 지상군 병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미국 육군 제82공수사단 소속 부대도 중동 지역 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협상판부터 만든 뒤 이들이 중동에 도착하는 대로 이란에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는 양면 전술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습적이고 초단기적인 작전이 아니라면 국제 유가가 요동쳐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국면에 처할 수 있다.
이미 협상을 이어가다 기습을 당한 이란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술에 동의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교한 종합 전략을 바탕에 두지 않고 임기응변식으로 전쟁을 치른다는 인상을 시장에 주는 순간 유가와 주가는 또다시 뜀박질할 수도 있다. 23일에도 증시에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주가가 상승했다. 이란 전쟁으로 개별 재료는 주식시장에서 소멸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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