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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협상 카드’에 시장 급반전…나스닥 1.4%↑[월스트리트in]

2026.03.24 05:55

유가 하루 만에 10% 급락…브렌트 100달러 아래로
금리·달러 동반 하락…긴축 베팅 후퇴, 인하 기대 재부상
항공·은행·산업주 급등…전형적인 ‘리스크 온’ 장세
이란 협상 부인에 변동성 여전…“유가가 방향 결정”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에너지 시설 공격을 유예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반전했다. 유가는 하루 만에 10% 넘게 급락했고, 뉴욕 증시는 1% 이상 상승하며 강한 안도 랠리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와 달러까지 동반 하락하면서, 시장 전반이 ‘리스크 온’ 국면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15% 상승한 6581.00으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38% 뛴 2만1946.76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1.38% 뛴 4만6208.47을 기록했다. 지난주 조정국면에 진입한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도 2.5%가량 상승마감했다.

트럼프 “공격 5일 유예”…유가 14% 급락

시장 흐름을 바꾼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급격한 정책 선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과 이란이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했다”며 “적대행위를 완전히 끝낼 수 있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란의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5일간 유예하도록 지시했다”며 사실상 군사 옵션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이어 “양측 모두 합의를 원하고 있으며 매우 기꺼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48시간 내 공격을 경고한 상태였다. 시장은 이를 사실상 ‘군사 옵션 후퇴’로 해석하며 즉각 반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멤피스 공군 주방위군 기지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AFP)
이 같은 발언에 실제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장중 한때 14% 넘게 떨어졌던 브렌트유는 낙폭을 일부 줄였지만 결국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10% 이상 하락한 88.13달러를,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 5월물 역시 11% 넘게 빠지면서 99.71달러까지 내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한 한 많은 원유가 시장에 공급되길 원한다”며 “합의가 이뤄지면 유가는 급락할 것”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유가 안정이 정책 판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란 측이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부인하면서 유가는 장중 변동성을 키웠고, 증시 상승폭도 일부 축소됐다. 미국의 주요 협상 창구로 거론되고 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과 어떠한 협상도 진행된 바 없다”며 “가짜 뉴스가 금융시장과 유가를 조작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빠진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브렌트 유가 추이 (그래픽=CNBC)
금리·달러 동반 하락…금리인상 베팅 빠르게 후퇴

유가 급락은 금융시장 전반의 가격 재조정으로 이어졌다. 국채 금리와 달러화는 하락했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4.2bp(1bp=0.01%포인트) 빠진 4.35%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4.2bp 떨어진 3.852%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유로 대비 약 0.7%, 엔화 대비 0.6% 하락했으며 달러인덱스 역시 0.6%가량 떨어졌다.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강화됐던 금리 인상 베팅은 크게 줄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기준 12월 금리 인상 확률은 전일 25%에서 약 14% 수준으로 낮아졌다. 연내 소폭 금리 인하 가능성도 다시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이 그동안 우려했던 ‘유가 상승→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금리 상승→자산가격 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일시적으로 끊겼다는 의미다.

이번 반등은 펀더멘털보다는 기술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최근 시장은 과매도 상태에 깊숙이 진입해 있었고, 숏(공매도) 포지션이 대규모로 누적된 상태였다. 실제로 S&P500 종목의 절반 이상이 과매도 구간에 들어간 반면 과매수 종목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정학 리스크 완화 신호가 나오자 숏커버링(주식을 되사서 공매도 포지션 정리)이 유입되며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이 ‘반등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촉매가 제공됐다는 해석이다.

“협상인가 시간벌기인가”…시장 여전히 의심

일각에서는 전쟁 출구 전략의 신호로 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유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전술적 후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된 상황이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 부회장은 “이번 조치가 실제 전쟁 출구 전략의 신호인지, 아니면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한 전술적 시간벌기인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이번 변화는 최소한 금리 측면에서 단기적인 완화 효과를 줄 수 있다”며 시장에 일시적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 라킨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시장은 잠재적 호재에 반응했지만 실제 긴장 완화가 확인돼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여전히 뉴스 흐름에 좌우되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브록 와이머 에드워드존스 전략가는 “진정한 긴장 완화 여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정상화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Finviz)
산업·경기민감주 동반 상승…“리스크 온 신호”

종목별로는 전형적인 ‘리스크 온’ 흐름이 나타났다. JP모건체이스(1.2%), 모건스탠리(1.8%) 등 금융주가 반등했고, 델타항공(2.7%), 유나이티드항공(4.5%) 등 항공주는 유가 하락에 힘입어 급등했다. 노르웨이지안 크루즈라인(6.2%), 카니발(5.5%), 바이킹 홀딩스(5.7%) 등 크루즈 업종도 강세를 보였다.

경기 회복 기대가 살아나면서 캐터필러(3.1%), 디어(1.7%) 등 산업주도 상승했고, 엔비디아(1.6%), 애플(1.4%) 등 대형 기술주도 동반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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