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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요정’이라는 농담 [뉴스룸에서]

2026.03.23 19:50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틀째인 지난 1일(현지시각) 테헤란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신윤동욱 | 디지털뉴스부장

디지털뉴스부장이 되고 3월 첫주에 편집회의에 처음 들어갔다. 매일 아침 신문사 국장단과 부서장이 모이는 편집회의에서 디지털뉴스부장은 어제의 디지털뉴스 상황을 요약 보고하는데, 첫날 스스로를 “조회 수(PV·Page View) 요정”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미국의 이란 침공이 시작된 직후라 뉴스 조회 수가 잘 나오고 있었다. 웃자고 말했지만 “조회 수 요정”이란 말은 좀 자조적인 표현이다. 내가 뭐라고 ‘디지털 한겨레’ 조회 수가 달라지겠는가.

디지털뉴스 조회 수는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전쟁이 벌어지면, 사건이 터지면, 계엄 상황이 되면 뉴스에 관심이 쏠리고 조회 수가 올라간다. 이런 때 안 찔러도 되는 정곡을 찌르는 이가 있다. 편집회의를 마치고 나가는데 누군가 다가와 ‘전쟁 때문 아냐?’라고 말했다. 그도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웃으며 아니라고 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2년 넘게 디지털뉴스부에서 일했다. 주로 디지털 기사의 제목을 손보고 다듬는 일이다. 그 뒤 한겨레신문사 부서를 여기저기 떠돌다 3년여 만에 디지털뉴스부로 돌아왔다. 지난해 서너달 디지털뉴스부 오픈데스크팀에서 일한 적이 있으니 8~9개월 만일 수도 있다. 디지털뉴스부를 떠난 뒤에도 가끔 한겨레신문사 편집국에 있는 디지털뉴스 현황판을 서서 보곤 했는데, 그게 화근이었는지 팔자에 없는 부장을 하게 됐다.

디지털뉴스부는 생동감 있는 부서다. 우리가 쓰고 제목을 단 기사의 조회 수가 바로 확인된다. 뉴스를 본 조회 수가 많다고 좋은 기사도, 제목을 잘 단 것도 아니지만 성과를 측정하는 잣대로 무시하기도 어렵다. 시시각각 숱한 언론사의 기사들이 경쟁하는 속에서 우리 부서의 임무는 기사의 내용을 잘 요약하면서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제목을 다는 것이다. 사진과 검색어에도 신경 써야 한다. 그것도 빨리해내야 한다. 날마다 디지털뉴스부원들은 눈에 힘을 주면서 기사를 보고, 잘 읽힐 팩트를 찾아 제목을 만들 생각으로 집중한다. 하루 종일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내가 잘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안간힘을 다해 머리를 굴린다. 일하다 보면 앞에 앉은 팀장과 부원들이 눈에 힘주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다.

신문을 만들면 그래도 상대적 여유가 있다. 전통적인 기획과 취재와 데스킹 과정을 거치는 신문 기사와 달리 디지털뉴스는 취재기자와 편집기자에게 더 빠른 속도로 더 강하게 책임을 지우면서 세상에 나간다. 그래도 성과가 바로바로 눈에 보이니 실물감 있어 좋기도 하다. 하지만 더 좋은 제목이라고 더 많은 사람이 보는 것도 아니다. 심혈을 기울여 좋은 기사를 살리고 싶어도 실패하는 경우가 적잖다. 그러다 보면 과연 어떤 제목이 좋은가, 맞는가 하는 고독한 고민에 빠진다. 디지털뉴스를 다루는 일이 이런 목표 없는 작업을 반복하는 시시포스의 노동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불행을 먹고 사는 산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느낀다. 중동 전쟁 탓에 요즘은 더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전쟁을 도발하고, 하루하루 말 폭격을 해대면 마음은 더없이 불안한데 일하기는 나쁘지 않다. 트럼프의 위협이 섬찟할수록 기사는 읽히고 주목도는 높아진다. 사건과 위기에 기대어 산다는 자괴감이 들면서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우산장수 같다는 생각도 한다.

어떻게 공포를 조장하는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 날카롭게 위험을 전할까, 비극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슬픔을 전할까, 요즘 같은 때는 더욱 고민이 커진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더구나 한겨레는 편견과 차별을 피하면서 기사를 쓰고 제목을 달아야 한다. 지켜야 할 규칙이 더 많은 가운데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그래도 가끔 위안이 생긴다. 최근 중동 전쟁이라는 비극의 한가운데서 다른 언론들이 ‘방공무기 천궁-Ⅱ’가 이번 전쟁에서 성과를 높이고 있다는 이른바 ‘국뽕’ 기사로 조회 수를 올렸지만 한겨레는 그러지 않았다. 다행히 나중에 그 이유를 쓴 기사인 ‘언론들, 전쟁해 돈 번다지만…‘천궁-Ⅱ 대박’ 안 쓴 이유’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기사의 원래 제목의 일부는 ‘초상집 옆에서 잔치 벌이는 격’이었다. 한겨레가 천궁-Ⅱ 기사를 쓰지 않은 이유를 잘 요약한 제목이었는데 수십만 독자가 읽었다. 이렇게 불행 중 다행이 가끔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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