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대화, 5일내 합의 가능”
2026.03.24 00:58
“발전소 공격 5일간 유예 지시
이틀 동안 생산적인 대화 나눠“
이란 매체 “어떤 대화도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이란과 중동전쟁 해결을 위한 생산적 대화를 하고 있다”며 “전쟁부(국방부)에 이란 발전소·에너지 시설 공격을 5일간 유예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이란이 48시간 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 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최후통첩성 경고를 내놨지만, 약 36시간만에 이를 철회한 것이다. 이란이 트럼프의 통첩에 대해 한국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포함한 중동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고 해협을 완전히 봉쇄할 수 있다며 초강수로 대응하자, 글로벌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날 미국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이란과 협상 중임을 밝혔다. 경제전문방송 CNBC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우리 쪽으로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며 “그들은 합의를 원하고 우리도 합의를 원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란과 거래를 성사시키는데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는 “이란과 5일 이내, 또는 그보다 빨리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과의 협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종전 조건 간극이 워낙 크고,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의 완전한 종식’을 원하고 있어 긴장은 언제든 다시 고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중동 정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전거래일보다 16.7원 급등한 1517.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화 환율이 1561원을 기록했던 2009년 3월 10일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5일간 발전소·에너지 시설 공격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 “지난 이틀 동안 중동에서의 적대 행위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끝내는 것에 관해 이란과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격은) 회담의 성공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 글은 현지시각으로 오전 8시 5분에 올라왔는데, 이는 트럼프가 앞서 제시한 ‘48시간 시한’을 12시간쯤 남겨둔 시점이다. 직전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결코 장난을 치는 게 아니다. 이란 내 가스 화력 발전소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 시설 중 최대 규모의 장소부터 타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NBC 방송에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 그곳(하르그섬)이 결국 미군의 자산이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미 본토와 일본에서 해병대 5000여 명이 증파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미군이 이란 석유 수출의 핵심 거점 하르그섬 등을 점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트럼프가 애초부터 ‘초토화 공격’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이란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극단적인 위협은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 트럼프식 ‘최대 압박’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외교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악시오스는 스티븐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 트럼프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등이 이집트·카타르·영국 같은 제3국을 통해 이란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에 종전 조건으로 ▲향후 5년간 미사일 개발 중단 ▲우라늄 농축 전면 금지 ▲핵 시설 폐쇄 ▲미사일 보유 1000기 이하 제한 ▲후티·헤즈볼라 등 친(親)이란 무장 세력 지원 중단 ▲원심 분리기 등 제작 과정 감시 허용 등 6대 요구사항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이란의 ‘완전한 항복’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의 강한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당분간 대화와 군사압박 ‘투트랙’ 전략으로 간다는 방침이지만, 리언 파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언론에 “트럼프가 명확한 출구 없이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종전 조건으로 ▲즉각적인 휴전 ▲이란에 대한 공격 재발 방지 보장 ▲전쟁 피해 보상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트럼프는 배상금 요구에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란이 요구하는 배상에 대해 미국이 핵 제재와 관련된 동결 자산을 반환하고, 이란이 이를 배상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이날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이란과 미국 사이에 어떠한 대화도 없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미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폭등하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려는 정치적 수사이자, 자신의 군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의도적인 노력의 일환일 뿐”이라고 했다. 매체들은 “트럼프가 또 꽁무니를 뺐다”고도 했다.
이란은 물밑 협상을 완전히 닫지는 않으면서, 대외적으로는 초강경 태세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2일 “협박과 테러는 우리의 단결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했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우리나라의 발전소와 인프라가 공격받는다면 즉시 역내 전역의 에너지·석유 인프라는 정당한 타격 목표로 간주할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파괴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권이 소유한 모든 에너지, 정보기술(IT), 담수화 시설이 공격 목표”라고도 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파괴된 우리 발전소들이 재건될 때까지 해협은 재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 매체들은 공습 표적이라며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의 발전소 10곳의 이름과 위치, 발전 형태·용량을 표시한 이미지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여기에는 한국이 2009년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인 UAE 아부다비의 바라카 원자력발전소도 포함돼 있다. 현지에 정산 작업과 4호기 잔여 작업을 위해 한수원 직원 20여 명과 국내 협력사 직원들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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