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룰렛 같은 삶"…방공망 뚫린 이스라엘 국민, 불안 확산
2026.03.23 21:05
큰 폭탄 안에 작은 폭탄 수백개 있는 ‘집속탄’으로 방어체계 우회
요격 미사일 재고 부족도 우려…군사기지 공격당한 영국도 ‘경계’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의 주요 핵시설이 있는 도시 타격에 성공하면서 이스라엘 내에서 자국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불안이 번지고 있다. 이란의 군사력을 오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스라엘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탄도미사일 2발이 각각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 도시 디모나와 아라드를 강타해 시가지가 파괴되고 최소 175명이 다쳤다. 핵 연구시설과 원자로가 있는 이들 도시는 이스라엘에서도 가장 강력한 방공망이 구축된 지역이다. 이곳의 방공망이 뚫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피해 규모만큼이나 우려되는 것은 이스라엘군이 이 미사일들을 요격하려 시도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요격 실패는 이스라엘의 다층 미사일 방어망에 대한 불편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군 안팎에서는 기술적 한계와 운용적 요소, 이란의 미사일 전술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이 발사한 일부 미사일에는 공중에서 다수의 소형 탄두로 분리되는 ‘집속탄’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수십억달러를 들여 구축한 다층 미사일 방공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최상층 방어체계이자 이스라엘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로 불리는 ‘애로-3’, 2017년 실전 배치된 ‘다윗의 돌팔매’, 2011년 3월 처음 선보인 ‘아이언돔’이 이에 해당한다. 애로-3와 다윗의 돌팔매가 중거리 미사일 요격을 담당한다.
군은 이같이 촘촘하게 설계된 방공체계에서 탄도미사일 요격률이 90%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나다브 쇼샤니 중령은 지난 3주 동안 이란이 이스라엘 영공을 향해 발사한 약 400발의 탄도미사일 중 단 4발만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미사일 방어체계가 완벽하진 않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미사일 방어체계를 우회하며 피해를 주고 있다. NYT는 아라드, 디모나, 텔아비브, 예루살렘 인근의 베이트 셰메시 등 주요 타격 지점 4곳 외 여러 곳이 이란의 대형 미사일 파편이나 집속탄에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하나의 큰 폭탄 안에 수십~수백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집속탄은 지상 수㎞ 상공에서 분해돼 치명적 피해를 준다. 저고도 요격으로 막을 수 없다. 애로-3를 사용해 탄두 발사 즉시 요격미사일과 충돌시켜 대기권에서 소멸되게 해야 하는데, 이는 대기 중 작은 난류에도 영향을 받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집속탄 사용으로 이스라엘 주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졌다. 텔아비브에 사는 아비아드는 “(미사일 방어체계는) 집속탄을 요격하지 않고 요격할 수도 없다”며 “이 나라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러시안룰렛과 같다”고 CNN에 말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선 요격미사일 재고 부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란과의 ‘12일 전쟁’ 당시 요격 자산이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장기전에 대비해 충분한 준비를 했다”고 밝혔지만, 최근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가 미국을 방문해 요격미사일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사일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이 같은 날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에 있는 영국 군사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영국에서도 이란의 미사일 역량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이 이란의 사정권 내에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다만 스티브 리드 영국 주택지역사회장관은 “이란이 영국을 겨냥하고 있다거나 겨냥할 수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평가가 없다”고 말했다.
박은하·이영경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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