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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이닉스, 美서 15조 확보…AI 주도권 강화

2026.03.23 17:42

반도체 INSIGHT

글로벌 1위지만 저평가 받아
PER은 마이크론 절반 수준
"美 증시서 재평가 받겠다"

HBM 수요에 비해 공급 부족
확보한 자금으로 생산능력 확대
“인공지능(AI) 수요 증가 속도가 폭발적입니다. 이 공급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SK의 역할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SK AI 서밋’에서 한 말이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글로벌 1위 사업자로서 독보적 공급 역량을 갖추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관건은 자금 조달이다. 압도적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수백조원에 이르는 실탄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에 구축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4기 팹에 들어가는 자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019년 발표 당시 2028년까지 128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 비용은 지난해 공정 미세화, 원재료값 인상 영향으로 600조원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최 회장 자신도 “만지면 만질수록 투자 규모가 늘어난다”고 토로할 정도다. 그렇다고 국내 금융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만으로 막대한 자금을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번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이 HBM 1위 수성을 위한 최 회장의 ‘재무적 승부수’로 불리는 이유다.23일 산업계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조만간 주관사를 선정해 ADR 상장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발행된 신주는 국내 증시에 풀리지 않고 곧바로 수탁기관인 예탁결제원에 보관되며, 미국 현지 은행이 이를 토대로 ADR을 발행하는 절차를 밟는다.

업계에선 이번 ADR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7%로 미국 마이크론(21%)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영업이익도 47조2063억원으로 마이크론(24조2000억원)을 압도했다.

하지만 시장 평가는 박하다.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7배로, 마이크론(12.1배)의 절반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상장을 통해 마이크론 수준의 PER만 인정받아도 단순 계산으로 주가는 현재의 두 배 이상인 190만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 ADR 발행을 통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등 글로벌 주요 지수에 편입될 경우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거대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 회장도 지난 16일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에서 “한국 주주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주들에게 노출돼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주 ADR 상장이 성공하면 SK하이닉스는 TSMC나 엔비디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본 동원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AI 반도체 선도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엔비디아라는 강력한 우군을 바탕으로 HBM 시장을 장악해 왔으나, 최근 시장 판도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세대 주력 제품인 6세대 HBM4 주도권을 삼성전자에 뺏기며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맞서 생산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청주 M15X를 HBM 전용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2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30조원대 중반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027년으로 예정된 용인 클러스터의 첫 클린룸 가동 시점도 당초 5월에서 2월로 3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용인 1기 팹 신규 시설 투자비 21조6000억원을 2030년 말까지 우선 집행하기로 했다.

다만 신주 발행을 통한 ADR 상장 추진이 기업 밸류업 흐름에 역행한다는 일각의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주주 환원을 내세워 가용 자사주를 전격 소각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신주 발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 선점으로 이어져 더 큰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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