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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지르는 LCC, 정부는 "돈 없다" 뒷짐

2026.03.23 11:32

LCC,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고유가·고환율 직격탄
비용 절감 위해 노선 감편과 비운항 결정 등 자구책 마련
정부, 유류할증료 인상 우려 표명…"지원 어렵다" 통보만
업계, 운수권·슬롯 회수 유예 조치 등 유연성 발휘 요청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가 세워져 있는 모습 ⓒ뉴시스
[데일리안 = 고수정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고유가와 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항공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노선 감편과 비운항 결정을 내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은 사실상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열린 항공사 CEO 간담회 등에서 고유가에 따른 LCC 지원 방안에 대해 사실상 불가 방침을 전달했다. 항공사별로 고유가 지원 방안을 제출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지원 대책 수립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LC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원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현재까지 구체적인 지원 계획이 나온 게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부는 유류할증료 인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유류할증료 감경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최근 국내 항공사들은 4월 유류할증료를 최대 3배 가량 인상한 바 있다. 폭등한 유류비의 절반도 채 상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익 구조의 마지막 보루인 유류할증료마저 제한될 경우 LCC들의 적자 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현장의 위기감은 수치로 증명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7~13일) 세계 평균 항공유 가격은 1갤런당 416.67센트로 전달 평균보다 82.8%, 전년 평균보다 94.4% 폭등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500원 선을 돌파하며 유류비 결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형 항공사(FSC)와 달리 유가 변동에 대비한 헤지 수단이 부족한 LCC들은 외부 환경 변화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경영상의 이유로 변화를 감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에어부산은 4월 부산과 괌, 다낭 등 일부 노선에 대해 한시적 비운항을 결정했다. 에어로케이도 4∼6월 사이 운항 예정이던 청주발 클락, 울란바토르 등 국제선 4개 노선에 대한 일부 비운항 계획을 안내했다.

이들 항공사는 공식적인 비운항 사유에 대해 '사업계획 변경'이라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서는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경영 부담이 가중된 데 따라 탑승률이 낮은 노선 위주로 운항을 줄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유가·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한 상태다.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서울, 파라타항공 등 다른 LCC들은 현재까지 운항 감축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변동성, 항공시장 재편 및 경쟁 심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경영전략의 중심을 내실경영에 두고 있다"며 "올해는 차세대 항공기 7대 도입과 경년기 감축을 병행해 사업 규모 확대보다는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신뢰회복을 위한 안전관리체계 강화와 핵심 운항 인프라 개선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LCC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현재까지 운항 감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비행기를 띄울 수록 적자가 누적된다면 운항 감축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퇴로가 좁아진 항공사들은 정부에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어렵다면 정책적인 유연성이라도 발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현재 항공사들은 특정 노선을 일정 비율 이상 운항하지 않으면 공항 슬롯이나 운수권을 회수당하게 된다. 항공사들은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대외적 변수를 감안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적용됐던 '운수권 및 슬롯 회수 유예' 조치를 다시 검토해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 물가 안정과 산업 생태계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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