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안정 ‘3대 극약처방’, 1500원 ‘弗’끄는 소방수 될까 [환율 1500원 뉴노멀]
2026.03.23 11:41
이달 20일까지 평균 환율 1488.19원
외환위기 이후 ‘최고’…역대 5위 수준
정부, 시장 수급불균형 해소 정책 추진
환율 안정 3법·‘뉴 프레임워크’도 마련
4월 WGBI편입 호재…핵심은 중동사태
외환위기 이후 ‘최고’…역대 5위 수준
정부, 시장 수급불균형 해소 정책 추진
환율 안정 3법·‘뉴 프레임워크’도 마련
4월 WGBI편입 호재…핵심은 중동사태
| 원/달러 환율은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500.6원)보다 4.3원 오른 1504.9원에 개장한 이후 장중 1512.30원까지 오르며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연합] |
원/달러 환율이 ‘제집 드나들듯’ 1500원 선을 넘나들고 있다. 23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10원도 돌파했다. 환율은 올해 연초 수급 불균형이 완화하면서 안정 국면에 접어드나 했지만, 지난달 말 이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분쟁이 촉발한 유가 폭등에 더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이 추세라면 이달 평균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을 넘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외환 시장 안정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으로 해외 자금을 국내로 유인하는 ‘환율 안정 3법’과 국민연금의 환 헤지(환율 변동 위험 회피) 전략 등을 담은 ‘뉴 프레임워크(new framework)’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4월에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라는 호재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중동 사태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달 평균 환율 1488.19원…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아=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주간 종가 기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88.19원에 달했다. 월평균 환율 기준 역대 5번째로 높은 수준이자, 지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흐름이다.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998년 1월이 1701.53원으로 가장 높았다. 그해 2월이 1626.75원으로 두 번째로 높고, 그 뒤로 1997년 12월(1499.38원), 1998년 3월(1488.87원) 등 순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5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이달 환율 고점이 1500원을 넘긴 날은 23일까지 총 15일 중 7일에 달한다. 특히, 16일에는 주간 거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에 1500원을 넘긴 데 이어 19일도 전 거래일보다 21.9원 오른 1505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재차 1500원을 넘겼다. 연이어 20일에도 1500원을 넘기며 1500.6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환율이 이틀 연속 1500원을 넘긴 것 또한 2009년 3월 9·10일 이후 17년 만이다.
환율은 지난달 말 중동 사태 발발 이후 유가 흐름에 강한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유가 등락이 물가나 경제성장 경로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한국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70%에 달했다. 그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Dubai) 가격은 지난달 27일 배럴당 71.2달러에서 이달 19일 166.8달러까지 2.3배가량 뛰었다.
앞으로도 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간다면 환율도 지금처럼 1500원 선에서 계속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1997년 12월이나 1998년 3월 기록도 뛰어넘으며 역대 세 번째로 가장 높은 월평균 환율을 찍을 가능성도 있다.
환율이 지금처럼 경제 펀더멘털(기초요건)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국내 실물경제에도 직격탄이다.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또한 고환율은 대기업 수출업체들에는 유리한 교역 환경이지만, 중소 수입업체들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소위 ‘K자 경제성장’으로 불리는 양극화형 경제 성장도 고착될 수 있다.
▶정부 ‘환율 안정 3법’ 추진…수급 불균형 해소 기대=1500원 수준의 환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중동 사태 장기화 여부가 가장 큰 관건으로 꼽히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환율 안정 3법’과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 그리고 4월 예정된 WGBI 편입 효과 등은 환율을 안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환율 안정 3법’이란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 중 하나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농어촌특별세법’ 개정안 등이 대상이다.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열풍에 따른 달러 수급 불균형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한국이 외국과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경상수지는 1230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는데, 거주자의 연간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전체 경상수지에 맞먹는 1143억달러에 달했다.
환율 안정 3법에는 이를 정상화하려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시장복귀계좌(RIA)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팔고, RIA를 통해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공제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서학개미’들의 투자 자금을 국장으로 유인하려는 것이다.
환 헤지 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소득공제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도 있다. 환 헤지 상품 구매액의 5%를 500만원 한도에서 해외주식 양도차익에서 공제해주는 내용이다. 환 헤지 상품이란 해외 주식 투자자가 환율 하락으로 손해를 볼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 상품이다. 환 헤지가 늘어날수록 원화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신호를 시장에 줌으로써 환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에서 받는 수입 배당금을 과세소득 대상에서 제외하는 비율인 ‘익금불산입률’을 한시적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해외에 쌓아둔 달러를 한국 본사에 배당금으로 보낼 때 내는 세금을 줄여줌으로써 국내 달러 공급을 늘리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원래 19일 본회의에서 환율 안정 3법을 처리하려 했지만 ‘검찰개혁법안’으로 여야가 충돌하면서 미뤄진 상황이다.
▶“근본 대책은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외환당국에서는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를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핵심 열쇠로 꼽는다.
뉴 프레임워크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하는 방안을 도출하려는 작업이다. 현재 재정경제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 등 4개 기관이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고환율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해외 투자 큰손’이 된 국민연금이 꼽혔다. 국민연금이 많은 돈을 해외 주식에 투자하면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해지면서 환율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국민연금은 2002년부터 해외주식 투지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550조5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기금 적립금의 37.8%를 차지하고 있다.
이후 국민연금의 투자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뉴 프레임워크 논의가 시작됐다. 외환당국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결정이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한다”며 “뉴 프레임워크를 통해 수익성과 거시경제 영향에서 적절한 조율점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 프레임워크 4자 협의체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시계에서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와 외환 스와프 확대, 달러 표시 채권 발행 허용 등 다양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당국 한 관계자는 “환율 안정 3법이 통과되면 환율 상방 압력이 어느 정도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 결론을 최대한 빨리 짓는 것”이라고 밝혔다.
▶4월 WGBI 편입도 호재…중동 사태 해소 시점 촉각=4월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환율을 일정 수준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WGBI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제공하는 국채 지수다. WGBI에 편입되면 달러가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환율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환 헤지 규모에 따라서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결국 4월 들어 환율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느냐가 WGBI 편입에 따른 효과 정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서는 정부의 의지와 RIA양도세 면제 등 환율 안정을 위한 조치가 시행을 앞두고 있고, 4월 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과 주식시장 강세 등은 여전히 1400원대를 지지하는 하방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채권 자금 유입과 내국인 해외주식 투자 유출의 완화로 3분기까지 국내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 우위 환경이 기대된다”며 “WGBI 편입으로 11월까지 국내채권 투자를 통한 외화 유입이 기대되며 개인 투자자의 국내 복귀 세제 혜택 역시 연말까지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들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동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달 말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전까지만 해도 환율은 안정화되는 추세였다.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6월 1365.15원에서 계속 오르며 12월에는 1467.14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이후 수급 불균형이 완화하면서 1·2월 1456.28원, 1448.38원 등 연달아 내림세였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원화는 향후 WGBI 편입에 따른 관련 채권자금 유입, 예상을 상회하는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그동안 통화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던 수급요인이 일부 개선되면서 약세 압력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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