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 직감이 검사와 만날 때... 이차전지 핵심기술 中 유출 막았다
2026.03.23 04:31
<18> 통제 밖 특별사법경찰
[인터뷰]허윤희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장
"특사경이 수사, 검사가 법리·증거 분석 지원"
"비법률가 특사경, 개인마다 수사 방향 천차만별"
"별건 수사 중 증거 발견... 검사가 압수 막기도"
"구체적 근거 규정 없이는 수사 중간 관여 불가능"
"특사경 수사범위 外 여죄는 경찰 등 떠돌 수도"
"수사 늦어질수록 증거 인멸... 협력 시스템 필수"
편집자주
다시 ‘검찰 개혁’의 시간이다. 검찰권 남용을 막아 일그러진 검찰 국가를 바로 세우면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범죄 피해자 약자들을 대변해 온 변호사, 일선 형사부 검사, 현장 경찰, 법률 전문가의 진단과 제언을 종합해 성공적인 검찰 개혁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시스템 구축의 방향과 조건을 모색했다.20일과 국회를 통과한 공소청 신설 법안에서 '공소청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 지휘·감독권한'이 삭제됐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 대부분인 특사경은 형사법적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수사 경험 또한 적을 수밖에 없다. 법률가인 검사의 수사지휘와 통제를 받아왔던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 방향과 맞지 않는다면서, 검사들이 입맛대로 사건을 주무를 수 있다면서, 이들 권한을 가차없이 박탈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일보가 19일 만난 허윤희(44·사법연수원 38기)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장검사는 공소시효, 법리 적용, 증거 수집 절차 등 재판 과정의 대부분 쟁점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보완수사권까지 사라진다면 검사는 무딘 칼을 쥐고 거대 로펌과의 진검 승부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걱정도 내놨다. 초임검사 시절부터 금융·노동 등 특사경 지휘 실무를 해온 허 부장검사는 현재 60명에 가까운 특사경과 머리를 맞대고 지식재산권 침해 등 기술유출 범죄에 맞서고 있다.
허 부장은 이날 특사경과 검사가 초동 수사부터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난도가 높은 첨단기술유출 범죄 사건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경험에 근거한 주장이다. 실례로 대전지검은 지난 12일 안경브랜드 젠틀몬스터 제품의 디자인을 베껴 100억 원대 이득을 올린 블루엘리펀트 대표 최모(37)씨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사경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이후 검사가 면밀한 증거 보강, 법리 검토 등으로 전폭 지원했고, 2차 청구에선 결과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다음은 허 부장과의 일문일답 전문.
-젠틀몬스터 모방 사건부터 얘기해보자. 기각됐던 구속영장이 2차 청구에서 발부됐다.
"영장을 재청구하기에 앞서 '사안의 중대성'을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세관의 수출입 신고 내역과 회계 사무실 등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지휘했다. 이를 통해 약 28억 원 상당의 피의자 측 매출이 카피제품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매출 중 카피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40% 이상으로 특정하는 게 가능했다.
이번 사건은 판례는 물론 수사 사례 자체가 많지 않은 케이스였다. 때문에 특사경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고 한다. 법률적으로는 검사와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의가 이뤄졌다. 피의자 측에서는 과거 상품을 다시 모방한 상품에 불과하다는 논리로 방어했다. 이른바 '통상 형태'에 해당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 예외 조항도 활용한 것이다.
그들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피해자의 상품이 독창성 있는, 보호돼야 될 제품이라는 점을 적극 소명했다. 또 피의자가 계속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법정에서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특사경과 검사의 협업이 빛났던 다른 사건들이 있나
"최근 구속기소한 이차전지 국가첨단 전략기술 유출 사건이다. 약 5년간 대기업 소속 연구원이 이른바 '기술 컨설팅' 방식으로 중국 협력사의 부장급 A(33)씨에게 국가첨단전략기술에 해당하는 배터리 관련 기술 등을 넘긴 사건이었다.
수사 당시 지식재산처 특사경은 '직접 자료를 넘기는 방식이 아닌, 구두 설명 등으로 이뤄지는 컨설팅도 기술정보 유출 범죄로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고민을 들은 검사는 기록과 증거관계, 판례 분석에 나섰고, '무형의 기술정보 유출 역시 범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입증 증거가 무엇인지, 증거를 어떤 방법으로 확보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특사경과 검사가 긴밀히 협력한 결과 중국인 A씨를 구속했고 핵심 기술의 추가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검찰은 이후 보완수사를 통해 기술 유출 연구원의 배우자가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했고 그를 함께 기소했다."
비법률가 특사경, 공소시효 판단·증거수집 절차 독자 결정?
-공소청법 통과로 검사의 특사경 지휘권이 박탈됐다. 특사경은 자신의 분야에는 전문가이지만, 수사가 '주전공'은 아니다.
"초기에 수사한 특사경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이후 담당이 바뀌면서 수사 방향이 아예 달라진 경우가 있었다. 공소시효 판단 문제도 얘기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사경이 어떤 사건들을 포괄일죄(연속상에 있는 하나의 범죄)로 보고 수사를 했는데, 검사가 봤을 땐 별개 행위인 경우다. 앞선 범죄들이 공소시효 도과로 수사를 할 수 없는 사건이 돼버리는 것이다. 검사가 지휘·감독하는 경우는 수사를 재촉할 수 있지만, 지휘·감독권이 없다면 이런 통제는 불가능하다. 비법률가인 특사경이 포괄일죄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특히 특별법령의 경우는 검사들도 판결문을 일일이 찾아보면서 따져봐야 할 만큼 난도가 높다."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 단계에서는 어떤가.
"특사경이 별건 범죄를 수사하다가 본건 범죄의 유력한 단서를 발견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단순히 압수했다가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검사가 이를 확인하고 "적법한 절차를 다시 밟아서 수사 단서를 제대로 확보하자"고 지휘했다.
최근 위법수집증거 문제로 무죄가 선고되는 판례가 최근 연달아서 나오고 있어서 절차적 하자 여부를 특사경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가 더 어려운 환경이 됐다. 특사경이 압수수색 현장에서부터 '영장에 적시된 문구상 이 증거물이 압수 범위에 해당하느냐' '범죄 관련성이 있는 것에 한해서만 압수할 수 있는데 관련성이 인정 되느냐 안 되느냐'를 두고 검사와 소통을 한다."
특사경→檢→경찰→檢?... 특사경 수사대상 밖 '관련범죄' 어쩌나
-법 논의 과정에서 특사경에게도 의견을 물어봤는데 '검사의 수사지휘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검사는 사건을 기소하고 재판 결과에 최종 책임을 진다. 하지만 특사경은 사건 송치 이후 공소유지 과정에서의 쟁점, 예를 들면 증거능력이나 공소시효 등의 문제에 대해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때문에 검사의 지휘권이 없어진다면 개별 특사경 본인의 책임 하에 수사를 종결해야 되는데, 그런 부담감을 많이 이야기하는 것으로 안다."
-정치권에서는 검사가 협력·지원하도록 규정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국회의 판단은 당연히 존중한다. 하지만 어떤 단계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어떻게 지원하는지가 막연한 상태라 걱정이다. 초동수사에서의 증거 수집이 매우 중요한데, 검사는 수사가 다 마무리돼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하기 직전에 기록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기소를 하더라도 공소유지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휘권을 없다면 송치 전부터 검사와 적극 협의해 수사를 진행하고, 특사경과 검찰의 전문성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사경 사건에 있어 수사기관 간 사건 떠넘기기, 즉 '사건 핑퐁'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나.
"특사경은 일단 수사 범위가 제한적이다. 일반 형법 등 각종 범죄에 대해선 수사권이 없다. 기술 유출 사건도 어떤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어떤 기술은 국가첨단전략기술로 분류돼 부정경쟁방지법이 아닌 산업기술보호법 또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별도로 적용된다. 이런 경우 특사경의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송치 후 검찰이 별도로 인지해 기소한다. 또 기술유출범죄에 동반되는 업무상 배임 혐의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진다면, 특사경 송치 후 검찰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해야 하고, 경찰이 배임 등 여죄를 따로 수사해 송치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수사 지연은 발생하게 된다. 늦어지는 만큼 증거 인멸도 대규모로 이루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범죄자의 책임이 가벼워질 수 있다."
-지휘권 공백에 놓인 특사경을 결국 소속 기관장이 지휘해야 한다. 수사의 공정성이나 객관성이 위협받게 된 것 아닌가.
"수사는 전문성의 바탕 위에 일방에 편중되지 않고 독립적이어야 한다. 특사경의 경우 일단 수사 전문성이 검찰이나 경찰에 비해 충분하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또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통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편향된 수사가 없을 것을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지 않겠나. 이건 특사경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허윤희 부장검사는
허 부장검사는 대구 남산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사법시험에 합격, 2009년 사법연수원을 38기로 수료했다. 같은 해 수원지검 검사로 임관해 서울남부지검, 서울중앙지검 등 형사부와 특수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등에서 근무했다. 검사 생활 동안 금융감독원, 고용노동청 특사경 지휘 경험은 물론 세무서, 증권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타 기관과 숱하게 협력하며 수사를 이끌어낸 '협업의 달인'이다. 현재는 특허범죄중점검찰청인 대전지검의 특허범죄조사부장으로 근무하며 전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부정경쟁행위, 영업비밀침해 등 기술유출 범죄에 맞선 최전방 방어선에서 일하고 있다. 특허범죄조사부의 파트너는 지식재산처 소속 기술디자인특사경 24명, 상표특사경 14명,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특사경 20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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