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방화’ 봉대산 불다람쥐, 국립공원공단 눈썰미에 잡혔다
2026.03.22 12:00
올해 첫 대형 산불로 기록된 지난달 경남 함양 산불은 이른바 '봉대산 불다람쥐'라고 불리는 상습 방화범, 60대 남성 김 모 씨의 소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불다람쥐' 김 씨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 동안 울산 봉대산 일대에서 90차례 넘게 상습적으로 불을 지른 인물입니다.
2011년 3월에 검거된 김 씨는 공소시효가 지난 범행은 제외하고 모두 37차례 불을 지른 것이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 씨는 복역 후 출소해 2021년 고향인 함양으로 돌아옵니다.
■ 함양·남원에 갑자기 1~2주 간격으로 연쇄 불…"방화 의심"
고향으로 돌아온 김 씨는 몇 년간은 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리산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경남 함양과 전북 남원 지역에 갑자기 불이 나기 시작한 건 지난 1월입니다.
지난 1월 22일, 함양군 마천면 불을 시작으로 같은 달 29일, 지난달 7일, 12일, 21일까지 일대에서만 모두 다섯 차례 산불이 났습니다.
이 중 다섯 번째 방화, 마천면 창원리의 산에서 낸 불은 결국 강풍을 타고 대형 산불로 번져 234ha, 축구장 320여 개에 달하는 면적을 태우고서야 꺼졌습니다.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은 직감적으로 '방화'임을 의심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의 배재윤 계장은 "(불이 난 곳들이) 접근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샛길이나 임도 끝이라는 점, 1~2주 이내에 인접 지역에서 비정상적으로 잦은 산불이 나다 보니까 실화가 아닌 방화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결정적 역할 한 공단 직원의 제보 "뉴스로 예전부터 알고 있어"
직원들이 순찰을 강화하며 방화자를 찾던 중, 불다람쥐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의 직원 A 씨였습니다.
A 씨는 예전부터 TV를 통해 '봉대산 불다람쥐'라는 존재를 알고 있었고, 김 씨가 2021년 출소한 뒤 함양으로 돌아온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A 씨는 김 씨의 차량 번호와 집 주소, 주요 CCTV 위치를 공단과 지자체, 소방에 제보했는데, 이는 결국 경찰 수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취재진을 만난 A 씨는 "갑자기 올해 들어 불이 자주 나기 시작하니까, 17년 동안 방화를 했는데 도박이나 이런 것도 자꾸 하듯이 방화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 김 씨를 의심했다"고 말했습니다.
■ 산불 가해자 검거율 절반도 안 돼…"산 주위 CCTV 더 필요"
경찰은 발화 지점 주위 CCTV 등을 통해 김 씨가 화재 당시 차를 타고 지나갔는지, 다섯 건의 산불 중 몇 건에 대해 책임이 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고의로 산에 불을 낸 자는 최고 징역 15년형까지 받을 수 있지만, 산 주위에는 CCTV나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범인이 검거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실제 산림청의 지난 3년 산불 가해자에 대한 검거·처벌 현황을 보면, 전체 산불 발생 건수 1,334건 가운데 가해자가 검거된 건 643건으로 검거율은 48%에 불과합니다.
A 씨는 취재진에게 "산이 잘 보이는 곳에 CCTV를 더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낮뿐만 아니라 저녁이나 밤에도 산불 감시원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A 씨에게 포상금과 감사패를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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