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kick
kick
2000년 그때도 씨네큐브, 지금도 씨네큐브

2026.03.22 14:41

[독립예술영화 개봉신상 리뷰] 광화문 예술영화관 25주년 기념작 <극장의 시간들>2025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인 영화의 전당을 이재명 대통령 일행이 방문했다. 한국영화의 상징인 영화제에 대통령이 방문한 것, 그가 영화제 행사 가운데 어디를 찾는가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징후이자 방향으로 고도의 정치적 판단과 기획에 의한 행위다. 대통령의 동선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과연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선택할까?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답은 <극장의 시간들>이었다.

 <극장의 시간들> 포스터
ⓒ ㈜티캐스트

서울 광화문, 한국 사회 정치-사회적 격변과 늘 함께한 이곳에는 씨네큐브가 있다. 서울 곳곳에 소재한 독립예술영화전용관 가운데 가장 큰 이곳이 어느새 개관 사반세기를 맞이했다. 극장은 기념하기 위해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단편 옴니버스 형태로 작업을 완성한다. <극장의 시간들>은 그 결과물이다. 왜 하필 하고 많은 한국영화 화제작 중 대통령의 발길이 본 작품으로 향했을까는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할 또다른 요소다.

1부 <침팬지>, 옛 친구와도 같은 극장, 그리고 영화

 <극장의 시간들> 스틸
ⓒ ㈜티캐스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탈주> 같은 극장 개봉작은 물론, <파반느>와 <박하경 여행기> 등 OTT 제작 영화 및 드라마까지, 독립 단편영화에서 출발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종필 감독이 옴니버스 영화의 첫 단편을 맡았다. 뜬금없는 제목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지나온 청춘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그 시절을 추억하는 송가로 흐른다.

2000년 광화문에서 '고도'와 '모모', '제제' 또래 세 친구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취향의 영화를 즐겨본다는 이유로 한 자리에서 만난다. 단짝이 된 그들은 어울려 다니며 관심사를 공유하고 우정을 쌓는다. 범상하지 않은 영화 취향을 형성한 세 사람은 죽이 척척 맞는다. 고도는 우연히 헌책방에서 발견한 <동물 이야기> 속 침팬지 항목에 매료되고, 그에게서 이야기를 듣게 된 친구들과 함께 책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후로 25년이란 시간이 지나 고도는 영화감독이 된다. 그는 오래 마음에 담아두던 침팬지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다. 하지만 관객으로 붐비던 극장은 예전 같지 않고 작품에 대한 반응도 미지근하다. 이유가 뭘까? 고도는 우연히 들어선 헌책방에서 예전에 홀린 듯 탐독하던 그 책을 다시 발견한다. 20대에 읽었던 침팬지 이야기는 과연 그가 기억하는 것과 맞을까?

2부 <자연스럽게>, 혼란의 시절엔 근본으로 돌아가자

 <극장의 시간들> 스틸
ⓒ ㈜티캐스트

지난해 <세계의 주인>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윤가은 감독은 가장 그다운 방식으로 현 시기 영화에 관한 본인의 입장과 시선을 은유한다. 서울 변두리, 한바탕 재개발 사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몇 안 남은 정릉 일대 골목에서 일단의 청소년 배우들이 한창 촬영 중이다. 무더위에 이미 몇 번 똑같은 장면을 반복 촬영하는지라 갓 10대에 들어선 배우들은 내색은 하지 않아도 땀과 피로에 노출된 상태다.

해당 장면은 뒷산과 텃밭이 가득한 동네 곳곳을 배우들이 오지 탐험에 나서듯 호기심과 함께 신나게 뛰어다니는 대목이다. 청소년 배우들은 그저 평범한 또래들처럼 뭐든 소리를 질러대며 중력을 초월한 듯 우르르 몰려다니며 촬영에 임한다. 하지만 제법 괜찮은 분위기인 것 같은데 감독은 성에 차지 않은 듯하다. 계속 배우들에게 '자연스럽게, 조금만 더 자연스럽게'를 주문한다.

아직 어린 배우들과 스태프까지 더불어 고민에 빠진다. 과연 자연스러운 연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만 구현할 수 있을까? 정작 만족하지 못하는 감독도 정답을 알진 못하는 것 같다. 촬영은 기약 없이 늘어지고 그 역시 고민에 빠진다. 빠듯한 촬영 현장에서 시간은 무한정 제공될 수 없는데 말이다.

3부 <영화의 시간>, 영화 보기로 끝나지 않는 극장의 체험

 <극장의 시간들> 스틸
ⓒ ㈜티캐스트

<한여름의 판타지아>와 <한국이 싫어서>를 선보인 장건재 감독은 세 편 중 가장 화려한 출연진과 함께 극장의 안과 밖, 이 현대의 신전을 드나드는 이들 제각기 사연을 재연 드라마로 풀어낸다. 춘천에 사는 중년 여성 '영화'는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정동과 광화문 일대를 홀로 산책하며 옛 추억을 회상하던 그녀는 어쩌다 발들인 극장에서 여고 동창과 해후하고, 극장에서 일하는 그녀 덕분에 영화도 한 편 관람하게 된다.

영화가 우연히 들어선 극장의 풍경은 어떻게 그려질까? 극장 매니저는 출근하자마자 하루의 일과를 준비한다. 이것저것 점검하자면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매표와 안내는 물론,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다. 청소와 관리를 맡은 직원, 어두운 영사실을 지키는 기사 역시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분주하게 일상을 영위하며 관객을 맞는다.

극장을 찾는 관객은 천차만별이다. 예술영화관을 찾는 다양한 군상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극장을 즐겨 찾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목격했을, 어쩌면 본인이 주역일지도 모를 에피소드 소재가 즐비하게 등장한다. 누군가는 뜨끔한 실수, 혹은 착오의 순간이 익살스럽게 묘사된다. 엄숙하고 고아한 수행보단, 바쁜 생업 중간에 용케 시간 내어 방문하고 관람 후엔 정다운 이들과 외식 한 번 치르는 일상의 공간으로 극장이 형상화한다.

3인 3색 조합이 극장과 영화에 관해 말하려는 것

3편의 조합은 울퉁불퉁하다. 어떤 작품엔 극장이 단 1초도 등장하지 않고, 어떤 작품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한 번에 파악하기 힘들다. 어떤 작품은 분위기 위주로 구성되어 볼 때는 모르겠는데 끝나고 나면 아리송하기도 하다. 이 셋의 조합이 과연 최적인지 갸우뚱거릴 이도 충분히 나올 법하다. '따로 또 같이'라는 옴니버스 조합이라도 서로를 엮어주는 아교풀 효과가 크게 두드러지진 않는 편. 그렇다면 <극장의 시간들>을 구성하는 조합은 과연 무엇을 말하려는가.

<침팬지>는 회고적인 시각에서 영화를 다룬다. 한국에서 오랜 검열 속에 넓지 않던 영화 선택지가 봇물 터지듯 광대역 확장하던 시절, 대중문화 다양성이 범람하던 시기의 수혜를 듬뿍 누리던 세대의 추억이 가득하다. 또래 세 친구는 그저 유별난 영화 취향으로 만나 우정과 꿈을 나눈다. 하지만 현실은 과거와 다르다. 셋 중 홀로 남은 감독은 산업화한 질서 속에서 악전고투하며 예전의 꿈을 어떻게든 이어가려 한다. 그 시절 기억이 사실은 허점투성이라도 말이다.

<자연스럽게>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려는 작업이다. 현재 영화가 묶인 현실, 산업의 상품으로 규격화하고 더는 창의와 도전이 무의미하게 다가오는 상황에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절실한 제안을 영화 만드는 본질적 즐거움을 환기하는 것으로 전달하려 한다. '자연스러움'을 전혀 자연스럽지 않게 연출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혔던 감독은 청소년 배우들의 순수함에 일순간 자신을 겁박하던 미망에서 해방된다. 축제처럼 변모한 촬영 현장은 유희로 탈바꿈한다. '극장'과 전혀 무관해 보여도, 극장에서 다루는 핵심인 영화에 관한 탐구가 근본으로 깔린다.

 <극장의 시간들> 스틸
ⓒ ㈜티캐스트

<영화의 시간>은 가장 많은 걸 보여주려 한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까지 집에서 개인이 OTT 채널 뒤적거리다 선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행위와 함께 여럿이 어우러지는 과정이 존재함을 재연하는 풍경이 화면에 깔린다. 오래된 극장은 단지 상업 시설을 넘어 문화유산이자 기억의 서랍으로 기능한다. 이곳은 문득 옛 친구, 연인의 재회를 조성하는 공간이자, 누군가에겐 평생을 바친 일터가 된다. 어렵게 시간을 쪼개 일상의 피로를 날리는 탈출구이자 여길 찾지 않으면 만날 일 없는 이들과 우정을 나누는 만남의 장소다.

지금 우리에게 극장과 영화가 갖는 의미를 탐구하는 시간

씨네큐브라는 개별 극장의 25주년 기념을 넘어 이 옴니버스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극장과 영화가 처한 '위기'라 불리기에 모자람 없는 처지를 근심하며 응원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예전처럼 극장으로 모이지 않는 과거의 관객을 추억하고, 무엇이 문제일까 염려하며 원인을 추적하되, 그래도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가 유의미하다는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주제가 형상화한다. 그런 소망과 염원을 지나치게 도식화하거나 계몽적이지 않게 풀어내고자 한 진심이 확고하게 각인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2026년의 관객에게 올곧게 다가가기엔 한방이 부족해 보인다.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접근하기보단, 40대 중후반을 다들 넘어선 감독들의 회고록, 혹은 극장에서 영화 보는 행위에 대한 '간증'에 더 가깝게 다가오는 톤&매너가 뚜렷하다. 이 불균질한 감각은 뭘까? 예전에 청춘과 함께했던 특별한 영화들, 뜻밖의 인연들에 관한 소환은 어쩌면 그 당시에만 가능하던 체험인 탓이다. 시행착오와 우연히 형성된 조건이 기적적으로 맞아떨어진 시대를 회고한다 해서 '어게인'은 힘들다. '천만 영화'가 부활한다고 작금 불황이 순식간에 타개될 리 없는 것처럼.

그렇지만 <극장의 시간들>은 그저 아련한 복고적 낭만에 그칠 생각은 없다. 대기업 복합상영관 체인의 흥망에 갇히지 않고, 극장이란 대중문화 공간 역할과 기능 환기를 통해 혼란과 쇠퇴의 시절에 미래를 향한 모색을 과거의 향수에서 길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희망의 표출이다. 이미 지난 세기부터 여러 차례 '위기' 논쟁에 시달렸던 극장과 영화의 장래를 근심하면서도 아직 포기하지 않는 낙관이 본 작품의 핵심일 테다.

 <극장의 시간들> 스틸
ⓒ ㈜티캐스트

이종필 감독이 극사실주의로 연출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이 작품의 감춰진 '킥(kick)'이다. 과거 필름 영사기부터 현재 주류인 DCP(Digital Cinema Package, 극장에서 디지털 시스템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포맷)까지 산전수전 겪은 씨네큐브 홍성희 영사기사와 요즘 절륜한 연기로 독립영화판에서 주목받는 심해인 배우가 짝을 이룬 연속되는 장면은 마치 '시네마천국' 속 알프레드와 토토처럼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로 향하는 전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처음 작업의 출발 취지인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온 이 극장의 기념은 그걸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작품정보>

극장의 시간들
TIME OF CINEMA
2025|한국|시네 앤솔로지
2026.03.18. 개봉|94분|전체관람가
감독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출연 [침팬지] 김대명, 원슈타인, 이수경, 홍사빈
[자연스럽게] 고아성
[영화의 시간] 양말복, 장혜진, 김연교, 권해효, 이주원, 문상훈
[프롤로그&에필로그] 홍성희, 심해인
제공/제작/배급 ㈜티캐스트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kick의 다른 소식

kick
kick
18시간 전
Confirmation hearings expected Monday
kick
kick
1일 전
[Herald Review] The wait is over: BTS returns as seven in historic Gwanghwamun comeback
kick
kick
3일 전
Italy Europa League Soccer
kick
kick
3일 전
Portugal Europa League Soccer
kick
kick
3일 전
킥플립, 미니 4집 'My First Kick' 티저 이미지 추가 공개 "찬란한 청춘의 이야기"
kick
kick
3일 전
킥플립, 'My First Kick' 티저 추가 오픈…'두근두근'
kick
kick
4일 전
신예 킥플립, 미니 4집 'My First Kick' 콘셉트 포토 첫 선
kick
kick
2026.03.13
우송정보대-대전보건대, '전환중점전문대학사업'Kick-Off 회의
kick
kick
2026.03.13
포항시, ‘2026 WeGO 킥오프 행사’ 참여…스마트시티 글로벌 협력 본격...
kick
kick
2026.03.13
포항시, '2026 WeGO 킥오프' 참석 …글로벌 스마트시티 협력 강화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