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모른다" 여행업계 덮친 팬데믹 데자뷔
2026.03.20 14:29
미사일과 드론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지역 전쟁이 중동 영공을 해체해버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여기에 연방 정부의 부분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으로 5만 명의 교통보안청(TSA) 요원들이 한 달 넘게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근무하고 있다.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여행객들은 몇 년 전 팬데믹 때 겪었던 것과 흡사한 풍경 속에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세계 최대 항공권 보상 플랫폼인 에어헬프(AirHelp)의 최고법률책임자(CLO) 에릭 나폴리는 "미친 상황이다"라며 "세계 곳곳의 서로 다른 악재들이 한꺼번에 모여들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나폴리는 최근 몇 달간 항공편 혼란으로 손실을 본 돈을 되찾으려는 여행객들이 에어헬프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비행기를 묶어두고 연료비를 끌어올리는 전쟁, 멕시코의 지속적인 갈등, 한 달 넘게 무급으로 일하다 병가를 내고 나오지 않는 정부 직원들, 그리고 악천후까지 더해졌다.
이는 전 세계가 멈췄던 코로나19 이후 본 적 없는 '퍼펙트 스톰'이다. 무엇보다 나폴리는 우리가 당시 던졌던 것과 똑같은 질문을 다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게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가?"
나폴리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라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이 상황이 2~3주 갈지 아니면 1년이 갈지, 모든 게 바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닮았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 간의 충돌은 글로벌 항공의 교차로였던 걸프 지역의 역할을 사실상 산산조각 냈다. 항공사들이 운항을 중단하거나 경로를 변경하면서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를 경유하려던 승객들은 미궁에 빠졌다.
나폴리는 "유럽, 미국, 아시아를 잇는 허브 역할을 기반으로 성장한 카타르나 에미레이트 같은 경제권이 완전히 얼어붙었다"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려던 여행객들은 갑작스러운 대규모 결항 사태를 맞았고, 이는 승객들에게 엄청난 좌절감을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걸프 지역에 고립된 이들의 선택지는 처참하다. 나폴리는 여행객들이 대안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운영 중인 인근 국가의 공항으로 가기 위해 몇 시간씩 차를 달리는 모습을 묘사했다. 그는 "사람들은 모두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불안해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영공이 폐쇄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연료비가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한 달간 50% 이상 급등해 배럴당 115달러에 도달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57.41달러로, 2026년 업계 전망치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이는 여행객들에게 곧바로 '가격 쇼크'로 돌아온다. 스페인 자택에서 올여름 텍사스로 가족 휴가를 계획하다 가격 급등을 체감했다는 나폴리는 "항공권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몇 달 전 걸프 지역 항공사에서 저렴하게 예약했던 승객들은 이제 좌석을 찾을 수만 있다면 유럽이나 미국 항공사에서 2~3배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재예약해야 할 처지다.
해외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미국 내부 공항 검색대에서도 서서히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연방 정부 셧다운이 31일째로 접어들면서, 5만 명명의 TSA 요원들은 지난 2월 14일부터 무급으로 일해왔다. 애틀랜타, 휴스턴, 뉴욕 같은 주요 허브 공항의 무단결근율은 약 20%까지 치솟았다. 당국은 워싱턴의 대치 정국이 계속될 경우 중소 공항들은 아예 폐쇄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나폴리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데만 엄청나게 긴 줄을 서야 하고, 입국 심사대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상황이 미국인들의 여행을 극도로 짜증 나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에어헬프의 데이터는 혼란의 규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6년 2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주요 공항들의 항공편 지연·결항률은 경악할 수준이다. 포트로더데일-헐리우드 국제공항이 61.8%로 1위를 기록했고, 뉴어크 리버티(61.0%), 오헤어(59.1%)가 뒤를 이었다. 뉴욕 라과디아(58.7%)와 로널드 레이건 내셔널(58.2%)도 하위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성적이 좋았던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조차 지연·결항률이 39.6%에 달했다.
타이밍도 최악이다. 2026 FIFA 월드컵이 달라스,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뉴욕 등 북미 16개 개최 도시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다. 2년 뒤에는 LA에서 올림픽도 열린다. 두 행사 모두 소비자 신뢰를 회복 중인 미국 여행 산업에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관세 전쟁과 경찰 활동 강화 등으로 미국에 대한 전 세계적 감정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와중에 이런 악재가 터진 것이다.
나폴리는 "불확실성은 소비자 신뢰와 승객 신뢰에 항상 악영향을 미친다"라며 "우리는 사람들이 월드컵을 보러 미국에 오기를 원하지만, 입국 심사가 너무 힘들거나 지연이 잦고 항공권까지 비싸진다면 기대했던 숫자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여파는 공항 밖으로도 퍼진다. 나폴리는 "행사 자체만 망치는 게 아니라,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예산을 짠 모든 비즈니스에 타격이 갈 것"이라며 "호텔, 레스토랑 등 수많은 업체가 성공적인 월드컵에 사활을 걸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항공 업계에 닥친 이 극도로 불편한 순간의 정확한 피해 규모를 측정하기엔 이르다. 보상 신청은 혼란이 발생하고 며칠 뒤가 아니라 몇 달 뒤에나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나폴리는 현 상황에 대해 나름의 '판결'을 내렸다. "이런 일들은 꼭 내가 여행을 떠나려 할 때만 터진다"라며 그는 웃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가족 휴가를 예약하고 있다.
/ Catherina Gioino &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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