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처음 마주한 ‘외계 지능’…공존 해법 찾는 건 인문학의 몫
2026.03.21 00:44
[창간기획] AI 시대 인문학
지난 17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생성형 AI의 등장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비유했다. 공학박사이자 기술비평가로 활동하며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에 주목해온 그는 AI를 단순히 인간의 편의를 돕는 도구가 아닌, 인류가 수천 년간 누려온 지능의 독점을 깨뜨린 새로운 주체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AI 시대 인문학은 위기에 직면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고 새로운 공존의 규범을 세울 전대미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Q : 인문학 정의부터 다시 써야 할 것 같다.
A : “과거의 인문학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인간 내부에서만 찾았다면 이젠 ‘인간이 아닌 지능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학문이 돼야 한다. 지동설이 지구 중심의 세계관을 깨고 진화론이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물었듯 AI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라 믿었던 ‘지능’과 ‘언어’마저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 만큼 인문학도 인간 중심의 오만에서 벗어나 우리보다 뛰어난 ‘디지털 지능’과 어떻게 공존할지 탐구하는 학문으로 진화해야 한다.”
Q : 지능이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란 믿음이 깨지고 있다는 얘긴가.
A : “지능은 인류의 전유물이 아니다. 돌고래나 문어도 각자의 지능이 있다. 다만 인간의 강점이던 언어와 문제 해결 방식을 가진 지능체를 처음 마주한 게 큰 충격이다. 이런 ‘외계 지능’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방식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AI가 ‘나의 인격을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거는 시대도 머지않았다. 이런 존재와 마주했을 때 인간의 의미와 가치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이것이 21세기 인문학이 답해야 할 본질적인 질문이다.”
Q : ‘사유의 외주화’ 우려도 크다.
A : “단정적으로 위기를 논하기엔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하다. 과거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게 된 거나 내비게이션에 길 찾기를 맡긴 것처럼 AI 역시 인간 사유의 확장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아주 단순한 질문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된 것뿐이다. 오히려 인류가 그동안 얼마나 깊이 있게 사고하며 살았는지 반문해야 할 때다. AI 때문에 뇌가 굳는 게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더 깊은 논의로 나아갈지가 관건이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인문학이 데이터와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실천적 학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거처럼 철학자 혼자 사유를 통해 주장을 펼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서양의 분석적 사유와 동양의 통합적 사유가 치열하게 교차하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서구의 기술을 통합해 독보적인 무기 체계를 만든 국방 산업처럼 기술의 부작용을 겪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인간답게 길들이는 규범’인 AI 인문학의 글로벌 표준도 우리가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Q : 국내 인문학계도 그 정도 준비가 돼있나.
A : “솔직히 아직 부족하다. 해외 인문학자들은 현대 과학의 발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기술적 맥락 속에서 철학을 논하는 반면 우리 인문학계는 기술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담론이 공허해지는 경우가 많다. 인문학자들끼리만 모여 AI를 얘기할 게 아니라 개발자와 철학자도 한자리에서 소통해야 한다.”
Q : 10년 뒤 AI와 인간의 관계를 정의한다면.
A :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문명을 일궜듯 조만간 AI 없인 사고하고 창조하는 게 불가능한 시대가 될 거다. 이때 중요한 건 ‘지능의 우열’이 아니라 ‘가치의 공유’다. 인간만이 가진 공감 능력과 도덕적 판단력을 바탕으로 AI와 어떤 가치를 지향할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AI도 인간이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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