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택관리사 제2의 인생… 월 수입 300만 원부터”[은퇴 레시피]
2026.03.21 01:42
23년간 다닌 은행서 명예퇴직하고 사업-재취업 반복, 지인 따라 준비
하루 8시간씩 8개월 공부해 합격… 아파트 규모별 연봉 4000만∼1억
직원-입주자대표회 관계가 핵심… 80세 넘어도 일하고 은퇴도 자유
“그 친구가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월 300만 원을 벌고 있다고 했어요. 저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고 했는데, 그 친구 말을 듣곤 사람과 시설 관리하는 쪽이 적성에 더 맞겠다 싶어 주택관리사로 방향을 틀었죠. 그 선택이 옳았습니다.”
● 주택관리사 시험 준비 어떻게 할까
2차 시험은 주택관계법령, 주택관리실무로 객관식과 단답형 주관식으로 이뤄진다.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전국에서 연간 1600명만 선발한다. 모든 과목에서 40점 이상을 받으면서 평균 60점 이상 맞은 사람 중 고득점자순으로 뽑는다. 이 기준으로 1600명에 미달하는 경우는 모든 과목 40점 이상 득점자 중에서 나머지를 선발한다. 하지만 2차 시험 경쟁률이 보통 1.5 대 1이라 1600명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1차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다. 1차 시험은 6월 말∼7월 초, 2차는 9월 말에 치러진다.
이 소장은 2019년 1월에 시험 준비를 시작해 인터넷 강의로 하루 8시간씩 공부해서 8개월여 만에 1, 2차 동시 합격했다. 그리고 이듬해 6월 취업했다.
“은행 근무가 큰 도움이 됐어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은행에서도 회계가 주 업무였죠. 또 은행업이 민법하고도 가까워요. 그래서 공부할 때 익숙한 회계학과 민법보다 다른 과목에 투자를 많이 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 정시 출퇴근, 공휴일 휴무, 자유로운 취미생활
이 소장은 지금의 삶에 100% 이상 만족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이 정시에 출퇴근하고 공휴일에 쉰다는 것입니다. 의지만 있다면 취미 생활은 물론 자기 계발이나 추가 자격증 공부까지 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술만 끊으면 3개월 안에 다른 자격증 하나 더 딸 수 있어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해 집합건물관리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는 “오전 9시 전에 출근해 오후 6시 칼퇴근한 다음 친구 만나 술 마시는 시간을 줄이며 공부했다”고 했다.
주말엔 산으로 향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지리산에 올라 산행에 눈을 뜬 이후 수십 년째 이어온 그의 취미이자 건강 관리법이다. 등산 마니아 이 소장은 직접 주택관리사들을 모아 구성한 ‘한걸음 산악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회원만 640명. 산행마다 100여 명이 참석해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전국 산을 오른다. 무릎 관절염 탓에 잠시 자전거로 전향해 4대강 투어와 제주도 일주까지 마쳤지만 지금도 월 1회 단체 산행을 하고, 주말엔 혼자 집(서울 강동구) 근처 아차산과 검단산, 예봉산 등을 오르고 있다. 그는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쌓인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간다”고 했다. 그는 “매일 새벽 일어나 국민체조로 몸을 풀고, 팔굽혀펴기 30∼40개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건강해야 일도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평균 연봉 4000만∼8000만 원
주택관리사에 합격하면 500세대 이하 아파트 단지에서 주택관리사보로 3년 이상 활동해야 정식 주택관리사가 된다. 주택관리사보는 연봉 4000만 원 이하가 일반적이다. 주택관리사가 되면 500세대 이상 아파트로 갈 수 있다. 주택관리사 연봉은 4000만 원에서 8000만 원 사이인데 아파트 규모에 따라 다르다. 서울 강남권 1만 세대 이상 대단지는 연봉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 소장은 5000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
이 소장은 “자격증을 받으면 6, 7개월 안에 취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2차 시험까지 합격하면 12월에 자격증을 주는데 이듬해 여름이면 다 현장에 투입된다. 취업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대원에스테이트서비스, 우리관리 같은 대형 주택관리업체 공채에 합격해 발령을 받거나,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게시판에 뜨는 구인구직 정보를 보고 스스로 면접 등을 통해 취업하는 방식이다. 이 소장은 주택관리업체 공채에 합격했지만 발령이 늦어지자 직접 발로 뛰어 자리를 잡았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에서 직접 관리사무소장을 뽑는 경우도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라 입주자대표회가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주택관리업체에 맡기는 추세다. 직접 뽑는 비율은 10% 정도다.
이 소장은 “주택관리사가 되면 1∼2년간 세대가 적은 단지에서 근무하다 큰 단지로 진출한다. 관리사무소장을 하다 주택관리업체 관리자로 가기도 한다. 계단식 시스템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은퇴하는 사람이 나온다. 새로운 주택관리사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현재로서는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따면 일할 기회가 많다”고 했다.
150세대 미만 아파트는 관리사무소장을 두지 않아도 되지만 안전 관리를 비롯한 위험 요소가 많아져 주택관리사를 고용하는 추세다. 주택관리사는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 등에도 취업할 수 있다. 건설회사나 부동산 개발 관련 회사에서 신축 아파트 하자 관리, 입주 관리, AS 업무 등도 맡을 수 있다.
은퇴 걱정도 덜 하다. 이 소장은 “사실 처음 시작할 땐 65세까지만 하고 이후에는 여행도 하며 여유 있게 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충분히 여유 있게 살고 있다. 주위 선배들도 70대 중반까지 거뜬히 일한다. 최근 소속된 대원에스테이트서비스 시산제(始山祭)에 갔는데 80세 넘은 두 분이 현역으로 뛰고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 75세까지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주택관리사는 국가 자격증이라 개인 능력에 따라 얼마든 일할 수 있다. 의사 면허처럼 은퇴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 사람 관리와 비상사태 대비 가장 중요
이 소장이 꼽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사람 관리다. 래미안길음 1차 아파트에만 함께 일하는 직원이 28명이다. 업무 지시, 민원이 있을 경우 입주민 상담 등은 모두 소장 몫이다. 그는 “은행 업무가 대고객 서비스라면 아파트 관리도 입주민 서비스이다. 금융권이나 보험처럼 고객 서비스를 해 보신 분들은 이 일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그는 “사람마다 성격과 시각이 다 다르다. 일일이 맞추려 하기보다 소통하고 경청하고, 한 템포 쉬어가며 관리하는 게 비결이다. 관리사무소장을 7년째 하다 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줄도 알게 됐다”며 웃었다.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재나 정전이 가장 큰 비상사태다. 이 소장은 “화재의 경우 자위소방대가 있어 수시로 교육한다. 직원마다 연락반, 구조반 등 맡겨진 업무가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매뉴얼에 따라 소방서에 연락하고 구조 활동에 나선다. 정전됐을 때도 원인을 파악하면서 한국전력에 연락해 주민을 대피시킬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준비하는 자여 포기하지 말라”
이 소장은 “생소한 분야라 공부가 잘 안 되면 게을러질 수 있는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설 관리, 회계원리…. 처음 해 보는 사람에게는 다 낯설고 어렵습니다. 세상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런데 몇 번 읽다 보면 몸에 배게 돼 있어요. 꾸준함이 답입니다. 직장 다니며 준비하는 분은 절대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최소 2년 이상 공부할 생각으로 먼저 1차, 다음 2차를 준비하면 됩니다. 여유 있게 체계적으로 공부하면 충분합니다.”
주택관리사는 남성 위주 아닐까 하는 생각하겠지만 여성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이 소장은 전망했다.
“기계와 시설 같은 시험은 남성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도 충분히 딸 수 있습니다. 기계와 시설에 익숙지 않은 여성은 해당 분야 유튜브 채널을 보면 도움이 됩니다. 여유가 있다면 학원 수강이 유리합니다. 강의 집중도뿐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에게서 듣는 정보와 유대감 같은 ‘플러스알파’ 효과를 얻을 수 있죠.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획득하면 새로운 인생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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