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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다시 정의한 BTS…다시 본질로 돌아온 K-팝 제왕

2026.03.20 19:26

베일 벗은 BTS 새 정규 5집 ‘아리랑’
그룹 정체성 담은 한국적·보편적 음악
‘스윔’ 등 14곡…전 멤버 곡 작업 참여


[방탄소년단 ‘스윔’ 뮤직비디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탄소년단(BTS)이 돌아왔다. 일곱 멤버는 ‘자기 증명’이라는 오래된 질문에, 가장 익숙하고도 낯선 방식으로 답했다. 3년 9개월의 침묵을 끊어낸 음악 안에는 K-컬처의 핵심이자 ‘국가적 자산’으로까지 추앙받은 무거운 상징을 내려놓고, ‘아티스트로서 본질’을 증명하려는 일곱 청년의 이야기가 담겼다.

20일 소속사 빅히트 뮤직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새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으로 컴백, 타이틀곡 ‘스윔(SWIM)’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마침내 ‘BTS 2.0’의 서막을 알렸다. 2022년 6월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 이후 내놓는 신보로, 방시혁 의장이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이번 앨범을 통해 그래미 어워즈를 향한 ‘어덜트 팝’으로 선회했다”고 봤고,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보편적 팝이 아닌 방탄소년단이 본래 해오던 방식대로 앨범 단위의 완결성 있는 서사를 풀어낸 작업”이라고 했다.

BTS가 다시 정의한 BTS…다시 본질로


군 복무와 솔로 서사를 통과한 뒤 내놓은 ‘아리랑’은 3년 9개월 만에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컴백 앨범으로만 규정할 순 없다. 이번 앨범은 그룹이 스스로를 재정의하기 위해 선택한 일종의 두 번째 ‘데뷔 선언문’이다. 서툴고 투박하더라도 꾸준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온 방탄소년단이 다시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음악 언어로 적혔다.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 새 앨범으로 돌아온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소속사 측은 “‘아리랑’은 방탄소년단의 정체성과 이들이 마주한 보편적 감정을 담은 앨범”이라며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을 제목으로 삼아, 팀의 뿌리와 2026년 현재 일곱 멤버가 느끼는 정서를 음악으로 풀었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스윔’(SWIM)을 비롯해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 ‘훌리건’(Hooligan), ‘에일리언스’(Aliens), ‘FYA’, ‘2.0’ 등 신곡 14곡이 수록됐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송라이팅 세션을 진행하며 음악 작업에 몰두했다. 일곱 멤버의 생각과 감정을 중심에 두고 작업했다.

RM은 인터루드를 제외한 전곡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고, 멤버들 각각이 다수의 곡에 참여해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꺼냈다. 세계적인 프로듀서들도 힘을 실었다. 디플로(Diplo), 라이언 테더(Ryan Tedder),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It), 플룸(Flume), 케빈 파커(Kevin Parker (Tame Impala)), 엘 긴초(El Guincho) 등이 곡 작업에 참여했다.

방탄소년단이 ‘아리랑’을 타이틀로 정한 것에 대해 리더 RM은 이날 팬플렛폼 위버스 라이브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7명의 공통점은 한국인이라는정체성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데뷔해 K-팝 그룹으로 성장했고, 글로벌 슈퍼스타가 됐지만 ‘우리의 뿌리’는 한국인이라는 출발로 되돌아온 앨범이다. 사실 ‘아리랑’은 제목에서부터 적잖은 무게가 읽힌다. 한국의 구전 민요이면서 한국인의 이별, 한, 저항, 회복, 그리움 등을 응축한 집단적 감정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멤버 지민은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단어이자 민요이기에 적잖은 부담이 있었다”고도 토로했다.

방탄소년단 신보 타이틀곡 ‘스윔’ 뮤직비디오 캡처 [빅히트뮤직 제공]


타이틀만큼 새 앨범에선 ‘아리랑’의 오랜 정서를 ‘구조적 모티프’로 사용한다. ‘보디 투 보디’에선 ‘아리랑’의 선율 일부를 차용했고, 인터루드 트랙엔 성덕대왕신종(聖德⼤王神鍾)의 종소리를 썼다. ‘아리랑’의 초성을 시각적으로 풀어내 태극기 건곤감리의 철학을 담은 것도 한국에서 태어난 그룹의 정체성과 뿌리를 각인하는 방법이다.

명확한 서사의 14개 트랙…존재와 관계, 그리고 질문


‘아리랑’은 느슨한 14개의 곡을 나열한 전시가 아닌, 명확한 서사 구조를 가진 앨범이다. 트랙의 순서를 따라가지 않더라도, 이번 앨범의 14곡은 ‘존재’를 탐문하고 ‘관계’를 재정의하며, 끝내 “우리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정민재 평론가는 특히 “컴백을 하면서의 각오와 패기, 건재한 모습의 증명, 현재 시점에서의 고민,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전하는 방식으로 구성해 완결성 있는 서사를 풀어갔다”고 분석했다.

음반은 전체 구성 중 쉼표 격인 1분 39초짜리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 음원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첫 트랙인 ‘보디 투 보디’부터 ‘2.0’까지 이어지는 5개 트랙은 방탄소년단의 컴백 선언이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존재’를 설명하는 곡들이다. 두 번째 트랙인 ‘훌리건’은 전 세계를 누빈 방탄소년단의 여정을, ‘에일리언스’에선 한국어 가사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살렸다. ‘우리가 누구인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말해주는 곡들이다. 공격적인 사운드와 강한 비트, 군중을 전제한 구성의 곡들 안에서 방탄소년단은 “우리는 이미 여기까지 왔다”고 컴백을 선언한다. 그러면서 과거와는 결별하고 새로운 방탄소년단을 동시에 드러낸다. ‘2.0’을 통해서다. 방탄소년단 2막은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색깔을 잃지 않겠다는 변화의 의지가 투영됐다.

방탄소년단(BTS) [넷플릭스 제공]


첫 트랙인 ‘보디 투 보디’는 앨범 타이틀을 이행한 곡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리랑’ 선율과 전통 타악, 2000년대 팝 랩 등이 함께 뿜어내는 거친 에너지의 대조가 인상적이면서도 이질적이다. 앞서 슈가가 ‘대취타’를 통해 왕이 행차할 때 나오는 ‘대취타’를 영리하게 활용해 호평받았으나, ‘보디 투 보디’의 ‘아리랑’ 선율은 다소 난데없이 등장한다. 라이언 테더와 디플로가 참여했다.

임희윤 평론가는 “‘보디 투 보디’는 전통문화를 도구화한 곡”이라며 “음악 소개글에서 라이언 테더, 디플로와 같은 개인 프로듀서의 이름은 언급하면서 전통 국악기 연주자는 명시하지도 않은 무관심, 제창을 합창으로 표기하는 몰이해, 음악적 유기성보다는 당위성을 위해 억지로 ‘아리랑’을 끼워넣은 부조화를 드러낸 곡이다. 전통문화와의 협업을 통해 그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이해가 바탕하지 않은 도구화 접근이 아쉽다”고 일갈했다. RM은 이 곡에 대해 “김치 얹은 페스트리” 혹은 “김치 피자”라고 소개했다.

이후 8번째 트랙인 ‘메리 고 라운드’부터 ‘인트로 더 선’까지 음반의 후반부(8~14번 트랙)를 채운 곡들은 관계와 사랑, 존재를 노래하며 나와 우리를 노래한다. 조금은 느슨해진 사운드 안에 깊은 정서를 불어넣는다. 대중이 몰랐던 방탄소년단의 내밀한 감정으로 채워졌다. “평범하고 싶은 갈망”(‘노멀’)을 고백하고, ‘일상의 반복’ 안에 살고 있음을 자각(‘메리 고 라운드)하며, 그래도 ‘우리는 결국 우리’라며 “함께 간다”(‘인트로 더 선’)고 약속한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한가운데 배치된 7번째 트랙 타이틀곡 ‘스윔’은 분위기 전환의 주자 격이다. 이 곡은 저항도 순응도 아닌 ‘유영하는 삶’이라는 ‘존재 방식’을 노래한다. 크고 작은 파도를 마주해도 헤쳐 나가는 일곱 멤버의 단단하고 고요한 의지가 울림으로 이어지는 곡이다. 세상을 이기려 하는 대신, 자기 속도를 유지하며 헤엄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정민재 평론가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완전히 달리 구성돼 있다. 전반 부분에 비해 후반 부분은 음악적 재미는 덜하나, 의미 있는 가사를 많이 담고 있다”며 “타이틀곡 ‘스윔’의 경우 심심하지만 스트리밍 시대에 맞게 짧은 곡 길이에 적당히 캐치함을 담았다. 성숙한 방탄소년단으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타이틀곡 ‘스윔’은 완전체 활동 당시 세계적 위상을 안겨준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와 같은 소위 팬데믹 3부작이 보여준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결이라고 진단한다. 2020년대 이후 방탄소년단의 곡들과 달라진 모습이면서, ‘본질로의 회귀’를 내포한 선택이다.

임 평론가는 “미국 팝 음악 시장의 대중이 인식하는 방탄소년단은 소위 ‘넥스트 코리안 엔싱크’ 같은 존재였으나, 사실 이 그룹은 힙합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해왔다”며 “멤버들도 가졌을 갈증이 많이 표출된 곡이다. 음악의 템포나 분위기도 이전과는 다르고, 춤을 추는 음악도 아니다. 팬덤 화력에 의존하는 보이밴드로의 음악 대신 전 세대가 누리는 보편적 팝의 문법을 선택했다”고 봤다. ‘일상에 스며드는 음악’을 통해 그래미에도 소구할 수 있는 문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2분 30초의 짧은 길이, 영어 가사는 ‘어덜트 팝 시장’의 핵심 창구인 라디오에서 들리기 좋은 곡이다.

방탄소년단 ‘아리랑’ 트랙리스트 [빅히트뮤직 제공]


타이틀곡의 작사를 맡은 리더 RM은 이 곡에 대해 “평양냉면처럼 담백하고 스근한 매력이 있다”며 “하루하루, 첨벙첨벙, 한 호흡씩 내쉬고 들이쉬며 헤엄쳐가는 모두의 노래이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오랫동안 사람들 곁에 남은 ‘아리랑’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곡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촬영, 방탄소년단은 키를 잡고 닻을 올리며 나아갈 길을 살피는 등 배를 이끄는 조력자로 등장한다. 할리우드 배우 릴리 라인하트(Lili Reinhart)가 출연하고, 세계적인 감독 타누 무이노(Tanu Muino)가 메가폰을 잡았다.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하고 화려한 복귀식을 치르고 있지만,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아리랑’은 이전보다 힘을 뺐다. 설명과 선언을 덜어낸 자리엔, 더 깊은 감정이 남았다. ‘화양연화’가 청춘의 균열을 노래했다면, ‘러브 유어셀프’에선 자기 수용을 꺼냈고, ‘맵 오브 더 솔’에선 내면을 탐구했던 방탄소년단이 ‘아리랑’을 통해 지난 모든 시간을 보낸 뒤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의지가 보인다.

방탄소년단이 이 같은 선택엔 변화한 K-팝 환경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이 자리를 비운 사이, K-팝 지형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세븐틴과 스트레이 키즈가 음반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로제의 ‘아파트(APT.)’와 같은 글로벌 히트곡은 대중성의 기준을 새로 썼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같은 위치에 설 수 없는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은 ‘더 크게’가 아닌 ‘더 깊게’로 방향을 틀었다.

긴 공백 끝에 돌아온 방탄소년단에 대해 평론가들은 “이름값에 걸맞은 음악적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때”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아리랑’은 세상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 방탄소년단이 다시 던진, 시대를 향한 질문에 가깝다. 그러니 ‘아리랑’은 결론이 아니라 다시 시작된 방탄소년단의 서사인 셈이다.

정민재 평론가는 “글로벌 제작진과 함께했지만 색깔과 개성을 유지하면서 자기 이야기도 녹여내는 음악이 나왔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임희윤 평론가 역시 “좋은 프로듀서들과 송라이터가 함께 해 만든 웰메이드 앨범임엔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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