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부실대출 4조, 돈버는 속도보다 빨리 늘어”…은행들 초긴장
2026.03.20 19:15
20일 매일경제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총 3조8468억원으로 전년 3조1787억원 대비 21%(6681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2조7525억원)과 비교해선 1조원 넘게 늘었다.
무수익여신은 90일 이상 연체가 발생했거나 부도 업체 등에 내준 대출로, 차주가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는 부실대출을 의미한다. 전체 여신 중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3년 0.19%에서 지난해 0.26%로 뛰어올랐다. 이는 은행들이 대출 자산을 늘리는 속도보다 부실이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하나은행의 무수익여신이 1조904억원(전년 대비 증가율 10%)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뒤를 이어 KB국민은행 9986억원(8.2%), 신한은행 9384억원(46.6%), 우리은행 8194억원(31.2%) 순이다.
무수익여신은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무수익여신은 2조6123억원으로, 가계대출(1조2233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가계대출 부실은 전년 대비 18.5%(1911억원) 늘어난 반면, 기업대출 부실은 22.5%(4802억원)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고환율 및 경기 둔화 여파로 상환능력을 상실한 차주들이 늘면서 무수익여신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생산적 금융 기조 강화로 인해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대폭 늘리는 과정에서 부실이 불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부동산 관련 규제에 따른 건설 경기 악화도 소위 ‘영끌족’과 건설 관련 기업들의 연체율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4대 은행의 연체율은 2023년 0.25%, 2024년 0.29%, 2025년 0.31%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무수익여신이 늘어나면 은행들은 기업여신 포트폴리오를 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우량 기업 위주로 리밸런싱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은 내부 태스크포스(TF) 등을 조직해 기업대출 건전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실 현실화에 대비해 은행들은 대손충당금도 쌓아야 한다. 4대 은행은 202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7조원대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4대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72%로, 2023년(246%)과 2024년(204%) 이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수치가 높을수록 부실채권(무수익·고정이하여신)으로 인한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나가는 속도보다 부실채권이 불어나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는 의미다. 이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대출 공급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100%를 넘어 당장 손실흡수능력엔 문제가 없다”면서도 “위기 대응 기초 체력이 매년 약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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