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진주만 공습 왜 안 알렸나”…다카이치, 눈썹 치켜 올라갔다
2026.03.20 05:08
“이란 공습 동맹국에 왜 안 알렸나” 기자 질문에
트럼프 “기습에 대해 일본보다 잘 아는 나라 있나”
회담 내내 미소 짓던 다카이치 총리 표정 굳어져
19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집무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런 발언에 옆자리에서 두 손을 모으고 경청하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회담 내내 밝은 표정을 유지하던 다카이치 총리의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지고, 놀란 듯 눈썹은 치켜 올라갔다. 이후 그는 애써 태연한 듯 다시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손목에 찬 시계를 보는 등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진 이날, 회담 전부터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대(對)이란 군사 작전 관련해 어떤 청구서를 내밀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앞서 14일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 5개국에 중동산 원유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호위하기 위해 군함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후에도 연일 ‘파병 청구서’를 들이밀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날 역시 이와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고, 이 과정에서 양국 정상 간 적지 않은 긴장감이 흘렀다.
● “우린 日에 4만5000명 미군 두고 있어”
이날 두 정상은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며 “나는 그녀를 매우 존경한다”고 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전 세계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고 화답했다.
하지만 30여 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이란 전쟁에 대한 일본의 지원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말해서, 일본이나 다른 누구로부터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이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90% 이상의 석유를 얻는다면서 “그것이 나셔야할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얻는 게 많은 만큼, 해협 봉쇄를 푸는 작전에 동참하는 게 당연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안전은 사실 미국의 이익과도 직결된다. 해협 봉쇄 등으로 인한 원유 공급 및 유통 문제는 곧바로 국제유가에 반영돼 미국 경제에도 곧바로 영향을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트럼프, 2차대전 후 금기어 여겨진 ‘진주만’ 언급
이날 정상회담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된 건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 이를테면 일본과 같은 나라에는 왜 알리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이 나오면서부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가지는 (이란에) 너무 많은 신호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들어갈 때, 우리는 매우 강하게 들어갔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기습을 원했다”면서 “기습에 대해 일본보다 더 잘 아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왜 (일본은) 진주만에 대해 나에게 미리 말 안 했느냐”면서 “우리는 그들(이란)을 기습해야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기습 덕분에 첫 이틀 동안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제거했다”고도 했다.
기습 공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미국 대통령이 일본 정상을 앞에 두고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거론한 건 이례적이다. 이는 미국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만든 사건으로, 앞서 수십 년 동안 미국 대통령들은 이 진주만 공격에 대해 강하게 언급하는 것을 피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굳건한 동맹이 된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일본과의 안보 및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진주만’을 사실상 금기어처럼 여겨왔단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불쑥 진주만을 언급한 건, 전쟁에서 기습이 중요하단 사실을 강조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농담조의 발언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 이란과의 전쟁에 더 많은 성의를 보이라는 압박 메시지일 가능성도 크다. 호르무즈 해협 작전 등에 소극적인 일본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단 의미다. 또 일본 총리 앞에서 민감한 역사를 의도적으로 언급해 상대를 심리적으로 수세에 놓고 자신이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산된 발언일 수 있단 해석도 나온다.
● 다카이치 “이란 핵개발 반대” 밝혔지만, 美군사작전 지원은 쉽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과 다카이치 총리가 회담을 통해 이란 전쟁과 관련한 일본의 지원 수준을 논의할 것이라며 “그들(일본)은 정말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이란의 행동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중동의 불안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제 사회의 많은 파트너와 접촉해 우리의 목표를 함께 달성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개입엔 적지 않은 제약이 있다. 일본의 전후 헌법은 자국 방어를 제외한 무력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포함해 이란 전쟁의 글로벌 파장이 커지면서,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관여를 유지하려는 다카이치 총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AP통신은 “일본은 중국을 점점 더 큰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동중국해 인근 남서부 도서 지역에서 군사력 증강을 추진해 왔다”며 “그러나 미국은 일본에 주둔하던 일부 병력을 중동으로 이동시키면서 중국 견제력이 약화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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