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26년 7호선에 뜬 ‘박 대통령’…11년 전 ‘유령 뉴스’가 깨어난 이유
2026.03.20 05:33
2015년 뉴스가 최신 소식 둔갑
공사 “표시기 시스템 오류” 해명
전동차 전수조사·재발 방지 약속
지난 14일 오전 10시40분쯤, 경기 부천에서 서울로 향하던 7호선 전동차를 이용하던 A씨는 눈을 의심했다. 내릴 역이나 서울교통공사의 안전 캠페인 등이 표출되는 출입문 위 표시기에서 10여년 전 뉴스 자막이 나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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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오전 10시40분쯤, 경기 부천에서 서울로 향하던 7호선 전동차 내부 출입문 위의 안내 표시기에 ‘박 대통령, 25일 뉴욕 방문…UN 개발정상회의·UN 총회 기조연설’이라는 2015년 9월의 뉴스 자막(빨간 밑줄)이 표출되고 있다. A씨 제공 |
A씨 눈에 들어온 자막은 정치·사회·문화 등을 가리지 않고 2015년 9월의 일들을 가리켰다. 가장 눈에 띈 자막은 ‘박 대통령, 25일 뉴욕 방문…UN 개발정상회의·UN 총회 기조연설’ 문구였다. 이어 △윤상현 의원 “친박도 대선주자 있다”…‘김무성 전제론’ 논란 △무소속 천정배 의원, 20일 신당 창당 공식 선언 등 11년 전 정치권 소식이 최신 뉴스처럼 이어졌다.
이와 함께 당시 미국 대선 경선을 언급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지명 확률 1위…2위 카슨
이외에도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미사일 방어력 전개’, ‘정부 당국자 “일본의 반기문 총장 비판 발언, 무지·오만”’, ‘오준 UN대사 “위안부 문제 여성지위위원회 상정 검토”’ 등 외교적 현안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정몽규 축구협회장 내일~21일 방북…통일축구 개최 논의’와 ‘추석 앞두고 19만명 체불임금 8539억원<심상정 의원>’ 자막은 2015년 9월 데이터의 통째 소환을 뒷받침한다.
A씨는 “스마트폰 시계와 자막을 번갈아 보며 시간이 멈춘 줄 알았다”며 “서울 지하철의 정보 전달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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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오전 10시40분쯤, 경기 부천에서 서울로 향하던 7호선 전동차 내부 출입문 위의 안내 표시기에 ‘트럼프, 공화당 후보 지명 확률 1위…2위 카슨 |
11년 전 뉴스 데이터가 고스란히 소환된 데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전동차 내부 표시기 오류에 따른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표시기의 ‘CMOS 배터리’ 방전으로 시스템상 시간이 초기화하면서 2015년으로 회귀했고, 현재를 2015년 9월로 인식해 내부에 저장되어 있던 뉴스 자막이 표출됐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공사 관계자는 “5~8호선 구형 전동차는 관제서버의 뉴스 데이터를 무선 송수신기(AP)로 받아 화면에 자막으로 표출하는 시스템이었다”며 “(AP 철거로 뉴스 자막 표출) 서비스는 종료됐으나 일부 표시기 서버에 마지막으로 저장되어 있던 과거 뉴스 데이터가 (CMOS 배터리 방전 등) 특정 조건에서 오표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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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오전 10시40분쯤, 경기 부천에서 서울로 향하던 7호선 전동차 내부 출입문 위의 안내 표시기에 ‘추석 앞두고 19만명 체불임금 8539억원<심상정 의원>’이라는 2015년 9월의 뉴스 자막이 표출되고 있다. A씨 제공 |
서울교통공사가 수도권 교통을 책임지는 핵심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화면 깨짐이나 자막 멈춤 등 일반 표시기 오류와 달리 특정 시점 뉴스 데이터가 통째로 부활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11년 전 일반 뉴스가 아니라 지진과 같은 재난이나 군사적 사안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자막이 오표출됐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폐쇄적인 지하철에서 정보 오류로 인한 2차 사고 발생 가능성도 적지 않고, 공공 인프라의 소프트웨어가 정제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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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년 전 뉴스 데이터가 고스란히 소환된 데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전동차 내부 표시기 오류에 따른 현상이라며 해명하고 즉각 개선을 약속했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
서울교통공사는 표시기 시스템 오류를 인정하고 즉각 개선을 약속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표시기 서버에 저장된 과거 뉴스 자막 데이터를 일괄 삭제하겠다”며 “배터리 방전 등 특정 조건이 발생해도 과거 뉴스가 송출되는 일이 없게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해당 열차를 포함한 전 노선 전동차 전수조사로 유사 사례 재발이 없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7호선의 황당한 ‘타임 슬립’ 사건은 첨단 스마트 시티를 표방하는 2026년 서울의 이면을 보여줬다”며 “공공 교통수단이 대중에 전달하는 정보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세심한 장비 관리와 데이터 정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우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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