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1월 정상 외교’… 2019년 김정은, 2026년 이재명
2026.01.03 07:55










2019년엔 김정은 방중으로 북·중 “신시대 관계” 부각
신년 정상 외교는 현안 타결보다 관계 재정립·외교 메시지에 방점
이재명 대통령을 새해 첫 손님으로 맞이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11월 집권 이후 ‘신년 정상 외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해왔다. 지난 13년을 돌아보면 사실상 집권 첫해였던 2013년과 연초 중동 순방을 했던 2016년, 코로나 확산으로 정상 외교가 중단됐던 2021년을 제외하면 중국은 매년 1월 해외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왔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에서 1월 외국 정상 맞이는 그해 중국 외교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상징적 이벤트”라며 “구체적인 현안 타결보다 양국 관계의 성격과 틀을 정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한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유일하게 ‘1월 정상’으로 방중했고, 2012년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1월 정상’은 中외교 우선순위의 상징... 2019년엔 김정은
시진핑의 신년 정상 외교는 초기부터 관계 재정립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2014년 1월 12~15일 불가리아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서 중국은 양국 관계를 ‘전면 우호 협력 파트너 관계’로 격상했다. 이듬해 1월 4~10일 코스타리카 대통령 방중에서는 ‘평등·상호 신뢰·협력 호혜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 구축을 선언했다. 당시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양국 관계의 역사적인 승격이자 이정표”라면서 코스타리카에 양국 협력 경제특구 설립 계획을 대서특필했다.
시진핑 집권 2기에 접어들면서 신년 정상 외교는 핵심 외교 현안에 대한 중국 입장을 대외적으로 선전하는 무대로 기능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시진핑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 19차 당대회 직후인 2018년 1월 8~10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초대해 중국 정치 체제의 정당성과 유럽과의 협력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2019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7∼10일로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2019년 2월 27∼28일)을 한 달여 앞두고 방중해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이는 김정은의 집권 이후 네 번째 방중으로, 그해 6월 시진핑이 마침내 북한을 답방했다.
코로나 기간인 2021년 1월 6~7일에는 대만과 단교(2019년)한 태평양 중부 도서국가인 키리바시의 대통령이 방중하여 양국이 처음으로 일대일로 협력을 약속했다. 이듬해 1월 31일 룩셈부르크 앙리 대공(大公) 베이징 방문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행사 외교’ 성격이 강했지만, 코로나 봉쇄로 인한 국제사회 고립 이미지를 완화하려는 중국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필리핀 관계 정상화도 1월에 이뤄져
특히 해외 정상의 ‘취임 후 첫 방중’이 1월에 이뤄질 경우, 양국 관계가 급격한 전환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2023년 방중), 몰디브(2024년), 스리랑카(2025년) 3국의 정상이 1월에 첫 방중을 했다. 2023년 1월 3~5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남중국해 갈등 속에서 중·필리핀 고위급 대화를 재가동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양국 공동성명에는 “해양 이슈를 평화적 수단으로 적절히 관리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2024년 1월 8~12일 모하메드 무이주 몰디브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서는 양국 관계가 전면적 전략 협력 파트너로 격상됐다. 지난해 1월 14~17일 아누라 디사나야카 스리랑카 대통령의 국빈 방문 역시 정권 교체 직후 중국을 첫 핵심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중국의 일대일로 협력 강화 메시지로 여겨졌다.
‘하나의 중국’ 압박과 ‘경제 협력’ 당근
이런 맥락에서 중국이 이 대통령을 새해 첫 손님으로 맞이하는 것은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일본·미국과 대만을 놓고 대립하는 구도 속에서 한국을 ‘안정 축’으로 묶어두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면, 이번 회담에서 이를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무역 확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협력, 핵심 원자재 공급 안정 등을 ‘당근’으로 한국에 제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이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 시기의 한·중 관계를 ‘과거’로 묶는 동시에, 대만 문제와 중·일 갈등 국면에서 한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도 요구하고 있다. 2일 저녁 중국 국영 CCTV 인터뷰에서 진행자는 이 대통령에게 “한국의 지난 정권은 대만 문제에서 일련의 부정적인 행동을 취해 양국 관계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했다”며 “현 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고, 어떻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호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또 항일 역사를 거론하며 “한·중 양국이 ‘민족 독립을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쟁을 치른 역사’를 어떻게 함께 기념하고 계승해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졌다.
‘주변국 외교’로 우호 세력 넓히는 신호
중국이 이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국제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주변국 외교(周邊外交)’ 강화다. 미·중 경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을 규합해 중국 우호 세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진핑은 지난해 5월 8~9일 중앙주변공작회의를 열고 “주변국과의 운명공동체 구축에 주력하고, 주변국 관련 업무에서 새 국면을 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주변국 외교를 다루는 최고위급 회의가 열린 것은 2013년 10월 이후 12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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