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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휩쓸리지 않고 세종시는 행정수도의 길 간다" [월간중앙]

2026.03.19 15:00

[와이드 인터뷰] ‘행정수도특별법’ 재추진, 최민호 세종시장의 결기

“李 정부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 찬성, 다만 행정통합은 시·군·구부터 해야”
“세종시 ‘공무원 도시’ 넘어서려면 제2 대덕연구단지로 기술인력 확보 필요”
“교부세 불균형 문제 대통령·국무총리도 공감, 총리실 TF 만들어 협의 예정”


최민호 시장은 행정수도로서 세종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동시에 한글·정원·박물관·스마트 도시로의 방향성을 추진해왔다. 김정훈 기자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 시장 선거는 2012년 처음 열렸다. 하지만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정체성을 띠며 설계되고, 정부기관 이전 등 도시 기능을 확장한 시점은 2014년부터였다. 그렇기에 ‘행정도시’로서 세종시의 나이는 열두 살이라고 할 수 있다.

최민호(69) 세종시장을 만나기 전, 세종시 홍보 책자 〈세종이 미래다〉를 읽었다. 소개 글에서 최 시장은 “세종시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행정수도이자 첨단기술의 테스트베드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라고 소개했다. 실제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029년 대통령 제2 집무실이 완공된다. 이어 2031년 세종지방법원,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이 설치된다.

이미 2025년 8월 기준 세종시에는 23개의 중앙행정기관과 22개의 산하 기관이 들어왔다. 이 밖에 한국개발연구원·한국법제연구원·한국조세재정연구원·한국교통연구원 등 16개의 국책 연구기관도 입주해 있다. 또 축산물품질평가원·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 10개의 공공기관도 몰려 있다. 하나같이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 작업의 일환이다.

2022년 6월 국민의힘 출신 최초로 세종시 행정수장으로 당선된 최 시장은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 정립’이라는 투 트랙에 시정 역량을 집중했다. 여기서 정체성은 행정수도, 미래 비전은 문화 거점 도시를 일컫는다. 그런 관점에서 기획된 그의 5대 비전은 행정수도, 한국문화도시, 박물관도시, 정원광광도시 그리고 스마트도시다.

3월 6일 오후 세종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최 시장은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먼’ 나그네의 마음으로 열변을 토했다. 민감한 시국이라 정치 현안에 대한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2011년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건설청장을 맡은 이래 지금까지의 세종시 히스토리에 지문을 묻힌 행정가로서 ‘할 말은 해야겠다’는 결기가 읽혔다. 여야 이념을 떠나서 일할 수 있는, 세종시가 성장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달라는 호소로 들렸다. 2년 전 월간중앙 창간호 때도 최 시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보다 훨씬 더 절박하게 와닿았다.

여소야대 시의회, 권한 제약 많아

Q : 세종시장으로서 임기 4년을 결산한다면? 어떤 일을 했던 시장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A : “내 임기 중에 대통령실(2022년 5월 대통령 세종집무실 근거법 ‘행복도시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과 국회의사당(2021년 9월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근거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이전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한글문화도시로도 지정됐다(2024년). 국립민속박물관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국제해석 설명센터도 들어왔다. 또 부산과 세종만이 스마트도시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됐다(2018년). 2028년 입주를 목표로 (AI 기반 도시로) 조성하고 있다. 돌아보니 많은 일이 있었다.”

2025년 9월 세종시 조치원1927아트센터에서 영국 출신 세계적 팝 아티스트 미스터 두들이 한글 드로잉 작품을 선보였다. 세종시는 ‘한글 거점도시’라는 브랜딩에 주력해왔다. [사진 세종시]

Q : 취임 시점부터 세종시의회(총 20명)는 더불어민주당(13명)이 주도했다. 일 추진이 쉽지 않았을 텐데.

A : “전 정부에서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과 국회 간 대립이 계속되지 않았나. 그 축소판이라고 할 만했다.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안이 여지없이 삭감됐다. 인사권도 제약을 받았다. 예를 들면 세종시 산하 공공기관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회의라는 게 있다. 원래 시장 3명, 시의회 2명, 기관 자체 2명의 추천권을 가졌는데 국민의힘 출신 시장이 되니까 시장 2명, 시의회 3명, 기관 2명으로 조례를 바꿨다. 여기다 이제까지 시행하지 않았던 기관장 청문회를 도입하라더라. 추천된 사람한테 청문회까지 거치라는 건 사실상 시의회가 인사권까지 쥐겠다는 것 아니냐며 거부했더니 갈등이 시작됐다. 이렇게 예산권과 인사권의 제약을 걸면 단체장이 일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Q : 국제정원도시박람회도 그런 구조 속에서 개최가 무산됐다고 들었다.

A : “국비 77억원을 확보했고, 행안부의 중앙투자심사 승인까지 받았다. 그런 사업에 대해서도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Q : 민주당 측 명분은 무엇이었나?

A : “경제성이 없다고 하더라. 하지만 기재부의 국제행사 대상사업 선정이 효율성 없이 됐겠나. 그래서 ‘시민들 앞에서 공개토론을 해보자’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횡포라고 본다. ‘정말 이것이 우리 지방자치의 한계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만약 세종시의 국제정원도시박람회가 계획대로 열렸다면, 그 시기는 2026년 4월 10일부터 5월 24일까지였다. 6월 3일 지방선거가 열리는 일정을 고려한다면, 왜 그런 ‘정무적’ 판단이 나왔는지 어렵지 않게 개연성을 추론할 수 있다.

“지선 석 달 앞두고 시·도 통합 속도전은 부적절”

Q :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의도에서는 광역시·도 통합으로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여기서 대전·충남 통합 이야기기도 나온다. 세종시는 이런 논의에서 소외돼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A : “잘못됐다. 시·도 통합 방향성 자체는 동의한다. 조선 시대 때 우리나라는 8도였다. 1896년 갑오경장 때 일제에 의해 갈라졌다. 그 뒤 대도시가 커지며 광역시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교통·통신이 발달한 현대에는 분할보다 광역 행정을 도모하는 방향이 맞는다. 그러나 그 방법과 시기는 적절치 않다.”


Q : 왜 그런가?

A : “일단 주민 수렴 절차가 생략된 채 상층으로부터의 하향식 추진 방식이 문제다. 대전·충남 통합만 해도 당초엔 국민의힘에서 추진했다. 그러다 이재명 대통령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하자 여태껏 반대하던 민주당이 태도를 바꿨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출신 대전시장, 충남지사가 원했던 내용이 대거 빠져버렸다. 그러자 대전·충남 시·도지사가 반대로 돌아섰고, 이 사이에 거론도 되지 않았던 전남·광주가 갑자기 통합에 성공했다. 그러니까 대구·경북도 ‘우리도 해야겠다’고 나온다. 엄청난 행정 통합을 하는 일인데 이런 절차로 하는 게 정말 타당한가, 오히려 되묻고 싶다.”


Q : 최 시장이 생각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A : “통합은 광역시·도부터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시·군·구부터 이뤄져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지역 소멸이 일어나는 곳은 광역시·도가 아니라 시·군·구이기 때문이다. 89개에서 130개 정도의 시·군·구가 소멸하고 있다. 인구 소멸 위험이 있는 기초자치단체부터 통합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먼저다.”


Q : 규모가 작은 시·군·구에 정책 자금을 투하하는 쪽이 더 효과가 크다는 의미인가?

A : “지금 시·도 통합을 해서 매년 5조원씩 4년간 총 20조원을 준다고 한다. 이걸 시·군·구 단위에 5년간 1조원씩 준다면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굉장한 시너지가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시·군·구 통합에 대한 인센티브는 없고 절차 추진도 하지 않으면서 느닷없이 시·도 단위 통합을, 그것도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하자고 하면 이게 어떻게 정상적이라 볼 수 있겠나. 앞으로 생겨날 부작용이 매우 심각할 수 있다.”


Q : 현실적으로 세종시는 행정통합과 무관하게 행정수도를 지향해야 하지 않겠나?

A : “세종시의 방향성에는 변함없다. 대전·충남이 통합되든, 충북까지 포함되든 관계없이 세종시에는 행정수도라는 원래의 목표가 있다. 그에 따른 기능과 위상,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온당하다. 다른 데가 통합된다고 하더라도 세종시가 거기 휩쓸릴 이유는 없다.”


Q : 과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으로 세종시 설계에 참여하지 않았나. 행정수도로서 세종시는 어떤 콘텐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A : “이 부분은 정말 냉철하게, 본질적으로 봐야 한다. 세종시의 역사는 노무현 정부 때(2005년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 궤도에 올랐다. 20년이 지났다. 당초 목표는 ‘수도권 인구 50만 명이 세종시로 이동하는 것’이었지만 정작 수도권 인구는 더 증가했다. 물론 세종시 인구가 지금 40만 명에 가깝지만 수도권에서 온 게 아니라 인근 (대전·충청지역) 자치단체에서 유입됐다. 엄청난 돈을 들여 행정수도를 만들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이상의 실현이 굉장히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행정수도로의 기능 이전은 필요하다. 균형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Q : 행정가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A : “수도권에 왜 인구가 집중할까. 일자리와 학교 때문에 그렇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다. 공무원으론 한계가 있고, 수도권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해야 한다. 땅값이나 교통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다. 인력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의 90%가 청년이다. 청년들이 여기에 계속 머물게 하려면 좋은 학교가 받쳐줘야 한다. 대통령실과 국회를 옮겨서라도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결의라면, 서울대학교 이공계 캠퍼스를 옮겨 주는 결단쯤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의 우수한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옮겨올 수 있다. 대통령실, 국회만 옮겨 놓고 행정수도가 됐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학교와 기업의 지방화는 외면할 수 없는 본질적 과제다.”

“해수부 부산 이전 논리라면 외교부는 미국 가야 하나?”

이날 밤 최 시장은 따로 전화를 걸어 왔다.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며 “이 말은 꼭 기사에 넣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지금 우리는 AI라는 기술의 대전환 시대에 있다. 여기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이공계 기술 인력을 키워야 하는데, 서울대 이공대 이전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최첨단 과학기술 연구 인력을 키우기 위해 현재의 대덕연구단지 인근에 ‘제2 대덕연구단지’를 융·복합으로 조성해야 한다. 여기에 세종과 대전 인근의 기초과학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 16곳,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송 바이오단지, 정부청사를 아우르는 ‘메가 싱크탱크’를 만든다면 한국판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 있다. 이 정도로 하지 않으면 국가 균형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Q : 이와 관련해 최 시장은 ‘행정수도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려 한다. 무슨 내용이 담겨 있나?

A :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헌법이다. 왜냐하면 과거(2004년) 헌법재판소가 ‘수도를 옮기기 위해선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수도(首都)’라는 법적 지위를 가지려면 서울에서 세종으로 수도를 이전한다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행정수도 특별법을 통해 법 규정을 두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면 위헌 시비가 나올 수 있다. 그러니 20년 넘게 흐른 시점에서 다시 한번 특별법을 제정하고 그 법률이 위헌 결정을 또 받을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해보자는 취지다. (특례법이 위헌 시비에서 벗어나) 국민적 공감을 얻는다면, 우수한 학교를 옮기는 내용 등을 포함해 수도로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특례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판결은 전 국민적 관심사였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다시 특별법을 추진해 합헌 여부를 물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중앙포토]

Q : 하지만 정작 지금의 민주당 정부에서 세종에 있던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했다.

A : “북극항로 개설이라는 목표 때문에 세종시에서 부산으로 해수부를 이전한 건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행정수도라는 정의에 걸맞지 않은 조치였다. 행정수도가 무엇인가. 중앙 부처가 지근거리에 모여 있어서 대통령과 국회, 중앙부처가 유기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협조하며 의사결정을 갖는 것이 수도의 기능이다. 현대 사회에서 의사결정 효율성을 내기 위해 행정수도를 만들어놓고, 큰 비용을 들여 중앙부처를 옮겨 놓았는데 그걸 또 하나씩 빼간다면 행정수도 개념에도 안 맞는다. 북극항로 개설이라는 특수한 단일의 목적이 있다면 거기에 필요한 북극항로 개설 청(廳)을 만드는 게 옳다.”


Q : 미국 워싱턴 D.C.와 비교하면 한국은 행정수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A : “몰라서라기보다 다른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처 간 협의가 중요하다. 그래서 한 도시가 아니라 지금 정부종합청사처럼 한 건물 안에 여러 부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협조와 효율성을 중시하는데 다른 도시로 옮기면 어쩌란 것인가? 이런 식이면 외교부도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


Q : “교부세는 역차별 아닌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나온 문제” 이재명 대통령의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은 어떻게 평가하나?

A : “행정수도(세종시) 플러스 3특(강원·제주·전북), 이렇게 특별자치시·도가 4개가 된다. 5극은 5대 광역권을 일컫는다. 아주 적절한 정책이다. 다만 난데없이 시·도를 통합해 특별시를 만들자는 이야기(전남·광주특별시를 지칭)가 나오는데, 엉뚱하다. 별도의 명칭을 둬야 한다.”


Q : 민주당 정부는 세종시에 애착을 갖고 있다면서도 정작 교부세에선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다. 어떻게 보나?

A : “역차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도의 사각지대라고 본다. 이제까지 없었던 형태의 도시를 만들다 보니 교부세 제도의 미비점이 이제야 나타난 것이다. 세종시 인구가 40만 명 가까이 되다 보니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세종시는 교부세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또 국가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시설, 관리 이관된 시설의 유지비 같은, 생각지 못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돈 들어갈 일이) 커질 것이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커 나가는 데 굉장한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한다.”


Q : 비슷한 위상을 지닌 제주특별자치도는 세종시보다 10배 더 많은 교부세를 받고 있다.

A : “제주도가 1조8000억원쯤 받을 것이다. 우리는 1159억원 정도다. 우리도 제주도처럼 정률제로 받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다른 자치단체의 반발이 심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만 별도로 돈을 더 달라’고 주장하기보다는 포괄적으로 재정수요액의 25~30%를 정부 차원에서 보조해주는 조치라도 해줘야 세종시가 유지·관리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


Q : 비슷한 인구의 강원도 원주시와 비교해도 교부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더라. 악의적인 것이 아닌, 제도의 사각지대라고 해도 이대로 가면 세종시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A : “부채가 계속 커지면 세종 시민들의 복지에 심각한 피해가 간다. 세종시 자체적인 개발 계획도 추진할 수 없다. 국가계획만 달랑 가지고 무슨 세종시 발전이 있겠나?”


Q : 교부세 문제에 관해 이재명 정부와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A : “김민석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총리실 산하 세종시 지원위원회가 있다. 여기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다행히 대통령도, 총리도 일단 ‘일리가 있다’며 받아들였다. 총리실에 이 문제만 전담하는 TF팀을 만드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


Q : 당적은 다르지만, 그래도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A : “(대통령과 총리 입장에선) 이해는 가지만 다른 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역시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교부세에 관한) 세종시 상황에 문제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2025년 7월 이재명 정부의 해수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며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연합뉴스]
“정당 공천제 때문에 지방의원들 공천권자만 바라봐”

Q :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도 꽤 되는데, 왜 풀뿌리 민주주의는 요원할까?

A : “지방자치를 처음 실시한 초기, 지방자치법을 만들 때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제도를 설계한 입장에서 (시장이 되어) 운영까지 해보니 남다른 감회가 있다. 가장 절감한 것은 여소야대 지방의회가 됐을 때 시장의 집행권이 제약받는 걸 체험했을 때였다. 옛날에 제도를 설계할 때만 해도 ‘그럴 우려가 있겠다’ 정도만 생각했는데 30년 후 그 우려가 이 정도로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내가 국민의힘 시장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가령 춘천시는 시장은 민주당인데 시의회 다수는 국민의힘이다. 고양시(시장은 국민의힘, 시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도 마찬가지다.”


Q : 현행 시스템에선 구조가 이렇게 짜이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A : “두 가지가 고쳐지지 않으면 계속 우리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첫째, 정당 공천제가 문제다. 이러면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이 주민이 아니라 공천권자를 바라보게 된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것이다. 공천권자인 국회의원은 중앙정치인이다. 특히 호남이나 영남 지역은 주민이 선출하는 게 아니다. 공천권자가 지명하는 사람이 의원이 되고 장(長)이 된다. 이게 무슨 풀뿌리 민주주의인가? 학자들의 허상에나 있는 단어다. 둘째, 기관대립형이 문제다. 행정부의 장과 의회가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고 미화 내지 합리화하는데, 현실에서 볼 땐 대립과 갈등만 양산하는 것이다. 단식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더라.”

“정치 양극화는 진영논리 아닌 시대정신의 차이”

Q : 그렇다고 정당 공천을 안 하면 더 중구난방이 되는 거 아닌가?

A :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후보자 자격의 법적 제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거주 요건을 강화하고 전과자를 배제하는 방식이다. 그다음에 스웨덴의 옴부즈맨 제도처럼 의회와 집행부의 갈등을 중재해주는 제3의 기관을 고려할 수 있을 거다.”


Q : 우리나라의 정치 양극화에 대해 최 시장은 “진영논리가 아니라 시대정신의 차이”라고 진단했다. 무슨 뜻인가?

A : “농경사회의 시대정신은 산업사회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산업사회는 땅이나 노동력보다 기술,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술을 발전시키는 인재가 중요하다. 농경시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산업사회의 지도자가 되면 시대착오적인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나라의 발전은 멈춘다. 신정 시대의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이란의 현실을 보면 답 나오지 않나.”

최민호 세종시장은 AI 시대의 시대정신에 걸맞은 리더십과 시스템이 나와야 우리나라가 퇴보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김정훈 기자

Q : 최 시장이 생각하는, 지금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리더십은 어떤 모습인가?

A :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산업사회로 전환된다. 그 이후 등장한 지도자가 산업사회적 시대정신을 지니고 있었기에 급격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북한과 비교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옛날 농경사회의 잔상이 이어지고 있는 사람들은 기업인을 지주처럼,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연상한다. 이런 프레임에서 정책을 만들면 우리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전혀 다른 시대정신이 요구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줘야지, 과거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왔기에 이걸 지켜야 한다는 것은 다음 세대를 망치는 길이다.”

최 시장과 인터뷰를 마치면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명저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가 떠올랐다. 렉서스는 고통스럽지만 필연적인 혁신과 개방, 올리브나무는 편안하지만 도태가 예정된 안주와 폐쇄를 상징한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그리고 지방자치의 경로는 어느 쪽일까.

녹취 정리 윤승현 월간중앙 인턴기자

김영준 월간중앙 취재팀장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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