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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효과 100조…서울 전체가 K-콘텐츠 된다 [BTS D-1]

2026.03.19 13:49

국가 이벤트로 승격한 BTS 컴백쇼
하이브 ‘더 시티’가 궁극의 종착역
‘왕의 길’과 ‘시민의 아고라’ 충돌


2020년 ‘지미 팰런쇼’에서 선보인 경복궁 공연 [빅히트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오는 21일 대한민국 역사와 권력의 심장부인 서울 한복판은 전체가 K-콘텐츠로 탈바꿈한다. 약 3년 9개월 만의 ‘군백기’를 끝내고 ‘완전체’ 방탄소년단이 이곳에서 컴백 공연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몰고 온 이 거대한 파고는 K-팝 이벤트를 넘어 ‘도시의 기능’까지 재정의하고 있다.

가요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은 20일 오후 1시 정규 5집 앨범 ‘아리랑(ARIRANG)’을 발매하고, 다음 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의 포문을 연다. 장엄한 ‘복귀식’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 국가·지역에 생중계된다.

이번 컴백은 활력을 잃어가는 글로벌 음악 시장에 던져진 강력한 ‘충격 요법’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미 팝 스타들의 파괴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의 컴백 공연은 전 세계 미디어가 주목하는 유일무이한 빅 이벤트”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한 공연이 아닌, 포스트 팬데믹 이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의 ‘지형도’를 재편하는 거시적 상업·문화 이벤트로 규정하고 있다.

‘GDP급’ 문화 경제의 서막


방탄소년단의 복귀는 도시와 문화가 결합한 초대형 프로젝트라 할 만하다.

빅히트 뮤직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광화문 광장에서의 컴백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4월 9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아리랑(ARIRANG)’ 투어의 막을 올린다. K-팝 역사상 유례없는 34개 도시, 82회 스타디움으로 이어지는 대장정이다. 게다가 팝 시장 아티스트조차 도달하기 힘든 스타디움 중심의 고밀도 일정이다.

수요는 이미 공급을 압도했다. 지난 1월 북미와 유럽의 총 41회 스타디움 공연 티켓이 판매 개시와 동시에 동이 났다. 마드리드, 브뤼셀, 런던, 뮌헨, 파리 등 주요 도시 티켓이 60분 이내에 전석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2021년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 2021)’ LA 공연 [빅히트뮤직 제공]


전문가들은 이번 투어 매출이 테일러 스위프트, 콜드플레이에 이어 세계 톱3 수준인 약 14억5000만 달러(한화 약 2조 1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이번 투어는 대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탬파, 엘패소 등 기존 팝스타들도 매진 장담이 어려운 북미 2차 시장까지 깊숙이 침투했다는 점에서 방탄소년단의 저력이 ‘팬덤’을 넘어 로컬 시장의 ‘대중성’을 완전히 포섭했음을 시사한다.

그룹의 파급력과 매출 추정치는 이미 조 단위를 넘어선다. 하이브(HYBE)의 실적 가이던스와 현대경제연구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KCTI)의 최신 데이터를 교차 분석한 결과, 방탄소년단의 컴백과 월드투어의 경제 파급 효과는 총 92조7000억원(약 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직접 효과의 엔진은 새 앨범 ‘아리랑(Arirang)’이다. 이미 선주문 400만 장을 돌파한 앨범은 하이브의 수익성을 견인하는 동시에 전 세계 500만 아미(ARMY)를 서울로 유인하는 ‘문화적 자석’이다. 여기에 82회, 48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월드투어, 전 세계에서 공연이 열리는 동안 따라올 굿즈(MD)와 위버스 플랫폼의 수익을 집계하면 월드투어 매출만 2조원 이상이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티켓 수익만 1조원을 상회하며, 생산유발계수(1.8)를 적용하면 2~3조원은 거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공연 데이터 집계 사이트 폴스타(Pollstar)와 빌보드, 국내 금융가가 내놓은 전망을 토대로 헤럴드경제가 분석한 추정 매출은 방탄소년단은 이번 ‘아리랑’ 투어 82회차를 모두 매진시킬 경우 12개월간 14억5000달러(2조1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간접 효과는 직접 효과를 뛰어넘는다. 방탄소년단의 컴백과 맞춰 팬덤 아미의 결집력이 강력해진 덕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해외 팬 인당 체류비는 250만원. 여기에 생산 유발 계수(1.8)가 더해지면 방탄소년단의 컴백이 던진 파문은 숙박, 교통, 물류, 인쇄, K-푸드의 수출로 꼬리를 물어 48조7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소비재 수출을 촉진하는 무형 가치도 31조5000억원이나 된다. 업계에선 “사실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가치의 창출”이라고 진단한다.

2022년 ‘옛 투 컴’ 부산 공연 [빅히트뮤직 제공]


‘왕의 길’과 ‘시민의 아고라’, 그 경계에서의 충돌


방탄소년단이 컴백 공연으로 ‘광화문’을 선택한 것은 영리한 서사적 배치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광화문은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민주주의가 교차하는 장소이며, BTS 역시 전통과 현대성이 섞인 하이브리드적 존재”라며 이번 장소 선정이 그들의 정체성을 압축해 놓은 표상이라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노랫말에 ‘얼쑤, 지화자’(‘아이돌’)를 넣거나 뮤직비디오에 한국적 요소를 더했고, 슈가는 ‘대취타’를 만들어 전 세계에 대취타 붐을 불러오기도 했다. 3년 9개월 만에 나온 컴백 앨범의 제목이 ‘아리랑’이라는 점에서도 딱 맞는 선택이다.

이규탁 교수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존재 자체가 광화문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민주주의(시민의 아고라)가 교차되는 공간이라는 지점과 맞물린다”고 분석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집회가 열리는 동안 광화문은 젊은 여성 세대와 함께 K-팝과 K-팝 응원봉의 공간으로도 자리했다. 김윤지 연구원은 “특히 탄핵 집회 동안 응원봉의 공간으로 자리했던 곳이 본래의 응원봉의 주인에게 향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봤다.

사실 방탄소년단이 컴백 공연 장소로 ‘광화문 광장’ 선택한 것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컴백과 함께 서울에서 관객과 만날 공연장이 여의찮기 때문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을 이틀 앞둔 19일 오전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되고 있는 공연 무대 뒤를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 공연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고 있는데 서울에선 방탄소년단이 수만 명의 관객과 호흡할 공연장이 없다”며 “한국에서 가장 상징성이 높고 주목도가 큰 공간으로 광화문을 선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김윤지 연구원 역시 “대규모 공연장을 대신한 선택이었으나, 공연장 콘서트만큼의 효과를 줄 수 있는 곳이 광화문 광장”이라고 했다.

공연은 광화문 일대를 적극 활용한다. 오프닝 시퀀스는 경복궁 근정전에서 시작해 근정문, 흥례문을 거쳐 광화문 본문과 최근 복원된 ‘월대(Woldae)’를 통과하는 장엄한 행렬로 꾸며진다. 메인 스테이지는 광화문 북측, 세종로 공원 인근에 설치됐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배치돼 역사적 건축물과 현대적 기술이 결합한 ‘K-헤리티지’의 정수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왕의 귀환’ 서사는 공공성 훼손과 통제라는 비판적 담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33시간에 걸친 세종대로 일대 차량 통제와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은 시민의 이동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인근 건물의 옥상 출입을 통제하고 결혼식 하객까지 보안 검색을 하는 등 ‘행정력의 사유화’ 논란도 있다.

가요계와 경찰에 따르면 공식 티켓 소지자 2만 2000명을 포함, 주변 구역에서 공연을 관람하려는 인파까지 총 26만 명 이상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거리 응원 이후 광화문 일대에서 발생하는 최대 규모다. 공연 운영 방식은 관객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다.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광장’ 컴백 공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상호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에 대해선 아쉬움을 지적한다. ‘집회의 역사’와 ‘시민의 기억’이 중첩된 공간에서의 ‘열린 축제’여야 할 공연이 통제의 공간이 됐다는 주장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을 닷새 앞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규탁 교수는 “보안과 안전상의 이유라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이 거대 상업 이벤트를 위해 시민의 일상적인 자유를 통제하는 정도가 과한 것도 사실”이라며 “사전에 적극적인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top-down)’으로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은 분명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도 “광화문 광장은 교통량과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심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곳인데 특정 가수의 컴백 공연을 위해 대규모의 통제를 추진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현재 도시와 문화 이벤트를 결합하는 것은 전 세계의 화두가 됐다. 이미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많은 야외 이벤트가 열렸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코파카바나 해변에서는 매년 수십만 관객이 참석하는 무료 공연이 열리고 있다. 마돈나, 레이디 가가가 등장한 공연은 당연히 수십만 관객을 끌어모은다.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공연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비추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정민재 평론가는 “야외에서 열리는 상업 이벤트는 전담 기관을 통해 허가받고, 차선 폐쇄 규모, 구조물 설치, 프레스 구역 등 도시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된 기준에 따라 심사한다. 규모에 따라 비용도 달라진다”며 “방탄소년단의 서울 공연은 좋은 시도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공연할 계획이라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기획했어야 한다. 현재로선 BTS의 컴백이니 하루쯤 불편해도 참으라는 통보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열린 공간인 광장에서의 공연은 포용과 화합이지 통제와 금지가 아니었다. 현재의 과정을 통해 광장의 점유화, 통제화가 분명해 보인다”며 “‘꼼수 관람’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일방적 ‘통보’로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이번 BTS의 무대가 ‘모두의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일갈했다.

광화문 공연은 방탄소년단의 컴백이라는 화려한 이벤트 이면에 ‘공공의 자산’을 사용하는 방식과 과정, 국가적 자산이 된 아티스트에 대한 대우, ‘다수의 이익’이 ‘소수의 불편’을 어디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대한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

컴백 공연의 운영 과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나 전문가들은 이 역시 ‘광화문’이라는 공간에 어울리는 긍정적 현상이라고 본다. 과거처럼 국가적 행사에 무조건적인 찬성을 강요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공공 공간의 정당성을 묻는 행위 자체가 한국 사회의 민주적 성숙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규탁 교수는 “20여년 전 예전에는 심형래 감독의 ‘디워’ 논란 때처럼 애국심을 강요하며 비판자를 매도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방탄소년단 공연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들을 매국노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만큼 진정한 의미의 민주화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오는 3월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돌아오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을 알리는 홍보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


플랫폼 권력의 확장…거대한 광고판 될 광화문


광화문 공연은 ‘공간’ 자체를 거대한 ‘광고판’으로 만드는 효과도 있다. 서울 광장부터 광화문에 이르는 약 1km 구간의 세종대로 일대는 방탄소년단 테마의 조형물과 LED 스크린으로 도배되고 있어서다. 숭례문을 장식하는 미디어 파사드 쇼와 광화문 벽면에 투사되는 영상 연출은 전통 건축물에 최첨단 디지털 아트를 결합,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브랜드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네거리의 동아미디어센터 외벽에 있는 3000㎡(약 12개 배구장 크기) 규모의 거대 디지털 전광판 ‘럭스(LUX)’는 이번 컴백의 랜드마크 광고판 역할이다. 이곳에는 멤버 뷔(V)의 중국 팬클럽 ‘바이두 뷔바(Baidu Vuba)’가 준비한 컴백 축하 영상이 송출, 기업 광고를 넘어선 팬덤 기반의 자발적 광고 마케팅의 위력을 보여준다.

광화문광장 인근에 설치된 교통통제 안내 현수막. 임세준 기자


광화문 광장에서의 컴백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도시와 권력, 자본이 결합한 21세기 문화 시스템이다. 음악과 콘텐츠, 팬덤과 플랫폼 결합한 IP(지식재산권) 산업의 ‘완성형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도시와 공연을 엮는 것은 하이브가 꾸준히 해온 프로젝트 중 하나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테마파크로 만드는 팬덤 비즈니스 모델인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다. 공연이 열리는 도시 전체를 아티스트의 상징으로 꾸며 숙박, 식음료, 팝업스토어, 전시 등을 통해 전 세계 팬덤을 해당 도시로 불러오는 것이다. 2021년 라스베이거스 공연 당시 나흘간 약 1억620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냈던 ‘더 시티’ 프로젝트는 컴백 월드 투어에선 전 세계 10개 이상의 주요 거점 도시에서 진행된다. ‘더 시티’ 프로젝트의 궁극 종착역은 바로 서울 광화문이다.

전문가들은 “광화문 공연은 공연장 내부를 넘어 도시 전체를 경험 공간으로 확장한다”고 본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가 ‘배경’이 아닌 ‘콘텐츠’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컴백 공연은 K-팝 산업이 도달한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음악 공연을 넘어 도시를 매개로 한 IP 기반 프로젝트로서 경험 산업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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