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눈]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라는 ‘뜨거운 감자’
2026.03.18 20:01
윤석열 정권 때 검찰은 야당과 비판세력 때려잡는 흉기였다. 가장 중요한 타깃은 윤석열의 대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수도권 각지 검찰이 8개 사건 12개 혐의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기소 건수로 보나 수사에 동원된 연인원으로 보나 특정인을 겨냥한 걸로는 단군 이래 최대 수사·기소였다.
이 수사들에서 검찰이 다른 피의자를 회유·압박하고 증언을 조작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경기지사 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방북 비용을 대납시킨 혐의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재명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송금을 했다”는 김씨 진술이 주된 근거였다. 그런데 당시 김씨가 구치소에서 지인과 접견하며 “이재명이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고 말한 사실이 현 정부 법무부 진상조사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달 대북송금 관련 3자 뇌물 혐의 사건 1심에서 공소기각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일 최후진술에서도 “북한에 돈을 건네주면서 이화영이나 경기도에 대가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했다. 방북 비용을 대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장동 일당인 남욱씨는 ‘정영학 녹취록’ 중 자신이 정 회계사에게 ‘위례신도시’라고 말한 걸 검찰이 ‘위 어르신들’이라고 말한 것으로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런 게 한둘이 아니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공소취소를 말하는 건 자연스러운 정서적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국정 운영을 책임진 집권여당이 이를 주장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할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이었다. 이건 검찰개혁 대의와 공익에 전적으로 부합한다. 검찰의 사건조작 의혹을 밝히자는 데 반대할 명분이 있겠는가. 진상규명 결과 1심 계류 중인 사건의 수사조작이 확인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검찰 스스로 공소를 취소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뜸 공소취소부터 내걸었다. 나중에 ‘국정조사를 통해 수사조작을 확인한 후 공소취소를 요구한다’는 걸로 입장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첫 착점이 잘못되다보니 공소취소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진상을 규명하려는 걸로 비친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도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라고 말한다.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다.
이런 태도가 검찰개혁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의 최대 피해자를 이 대통령으로 보고 검찰개혁 맥락에 공소취소를 놓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조작 실체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소취소를 섣불리 말하는 건 이 대통령 구명을 위한 검찰·사법 개혁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만드는 이들의 목소리만 키우기 십상이다.
얼마 전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가 김어준씨 유튜브에 나와 제기한 ‘공소취소 거래설’은 공소취소 문제가 검찰개혁 논의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공소취소 거래설은 설익은 음모론으로 보이지만,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이 공소취소를 반격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가설은 설득력이 있다.
공소취소가 충분한 명분과 정당성을 얻지 못한 채 추진될 경우 그에 따른 국론의 균열선을 타고 검찰개혁은 물론 사법개혁과 다른 개혁들에 숨죽이는 세력까지 대대적으로 들고일어날 공산이 크다. 반이재명·반개혁 단일 전선을 만드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적 의미와 파장은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이라고 본다. 기민하고 선제적인 현안 대응으로 ‘일잘러 대통령’ 평판을 쌓은 이 대통령 리더십이 그렇게 상처를 입는 건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최악의 경우 지리멸렬해진 내란옹호 세력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아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개혁의 적은 반동이 아니라 반동의 힘을 알아보지 못하는 무능이라는 걸 무수한 개혁 실패 사례가 증명한다.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는 잘못을 바로잡는 걸로 매김될 수도, 권력 사유화로 지탄받을 수도 있는 ‘뜨거운 감자’다. 관건은 수사조작 여부일 테지만, 이렇게 국론분열 가능성이 크고 민감한 사안일수록 원칙과 과정 관리가 중요하다. 대통령이라고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피해를 보아서도 안 된다. 일의 순서도 올바라야 한다. 그래야 명분이 쌓이고 국민적 동의 기반이 넓어진다. 의혹은 규명하고 의혹이 확인되면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공소를 취소해선 안 된다. 그전까지는 어떠한 예단도, 과속도 금물이다. 당사자인 이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 참모들부터 공·사석을 막론하고 오해를 살 만한 언행을 각별히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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