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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칼럼] 보수의 기둥 뿌리 뽑고 있는 장동혁·이정현·장예찬·박민영

2026.03.19 06:00

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정치가 품격을 잃으면 시정잡배의 싸움판이 된다. 혁신이 철학을 잃으면 비정한 숙청의 칼춤이 된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공천 개혁’과 청년 정치인들의 ‘입’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당에 보수적 가치의 편린이라도 남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휘두르는 ‘세대교체’와 ‘시대교체’를 앞세운 ‘혁신공천’의 칼날과 장예찬·박민영 등 소위 청년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혐오의 언어’는 보수의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기둥뿌리를 통째로 뽑아 불태우고 있다.

이정현 위원장의 행보를 보라. 다선 중진들을 ‘구태’로 몰아 단칼에 베어내는 컷오프를 ‘시대교체’라는 화려한 수사로 포장한다. 물론 정치권의 인적 쇄신은 필요하다. 그 과정에는 ‘경험의 존중’과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보수의 기본 원칙이 작동해야 한다. 지역구에서 수십 년간 신뢰를 쌓아온 정치인들을 단지 ‘다선’이라는 이유로, 혹은 ‘젊은 피 수혈’이라는 명분 아래 전략공천의 제물로 삼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폭거다. 뿌리 깊은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급조된 묘목을 심는다고 숲이 울창해지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TV에 자주 등장하며 당의 얼굴 노릇을 하는 청년 정치인들의 저열한 인식이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유튜브에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등 보수 언론의 원로들을 향해 “늙은이들이 제정신인가”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평생을 보수 가치 수호에 헌신한 이들을 향해 “양심 없다”며 멸시하는 그 오만함은 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곁에서 노인 비하를 지적하자 “늙은이가 왜 멸칭이냐”고 반문하는 대목에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거세된 ‘정치 기계’의 서늘함마저 느껴진다. 보수의 품격이라고는 좁쌀 한 톨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박민영 대변인도 빠질 수 없다. 당 쇄신을 요구하는 정치인들을 향해 독설을 날리기로 유명한 박 대변인은 당 상임고문단을 향해 “평균 연령 91세” 운운하며 퇴물 취급하고, 심지어 장애인 동료 의원을 향해 “눈 불편한 것 빼면 기득권”이라는 천박한 장애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산송장”이라 조롱하고 노인들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유튜브 발언에 웃으며 동조하기도 했다. 이런 행태는 박 대변인이 추구하는 ‘청년 정치’가 실상은 ‘패륜 정치’와 한 끗 차이임을 증명한다.

진정한 보수의 세대교체는 해외에서 모범적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05년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은 39세에 당권에 도전하며 ‘따뜻한 보수주의’를 내걸었다. 그는 당을 현대화하면서도 선배 세대의 경험을 결코 ‘낡은 유산’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집권 후 연금 수령액을 보장하는 ‘트리플 락(triple lock)’ 제도를 도입하는 등 노년층의 존엄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며 신구 세대의 시너지를 이끌어냈다. 트리플 락은 인플레이션이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연금 수령액을 매년 최소 2.5%씩 올리는 정책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역시 ‘콜의 양녀’로 불리며 정치를 시작했지만 원로들의 경험을 국정 운영의 자양분으로 삼아 16년간 독일을 이끌었다. 그는 청년 정책을 강화하면서도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며 세대 간 통합을 강조했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은 또 어떠했는가. 그는 ‘레이건 연합’을 통해 사회적 보수층인 노년층과 변화를 갈망하는 청년층을 하나로 묶어 보수의 황금기를 열었다. 이들에게 공통된 철학은 ‘존중을 바탕으로 한 변화’였다.

지금 장동혁 당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은 착각하고 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 방식으로 중진을 솎아내고 ‘청년의 탈을 쓴 독설가들’을 앞세우는 것이 외연 확장이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그것은 보수의 정체성을 스스로 파괴하는 자해 행위일 뿐이다.

이 공관위원장 방식이야말로 한국 정치에서 수십년간 반복됐던 ‘뻔한 세대교체’라는 구태에 불과하다. 장예찬, 박민영식 독설정치는 보수의 품격은 고사하고 ‘품격없는 정치’의 표본이다. 이 모든 책임의 정점에는 장동혁 대표가 있다.

뿌리 없는 나무는 바람에 쓰러지기 마련이다. 선배 세대의 헌신을 ‘늙은이의 망령’으로 치부하는 정당에 남을 것은 오직 분열과 패배뿐이다. 보수의 품격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지금 국민의힘 당권파들이 휘두르는 그 칼날이 결국 자신들의 목을 겨누게 될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지만, 예의는 영원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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