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붉은사막' 인고의 시간 너머의 낙원
2026.03.19 07:31
평범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와는 궤를 달리하는 매력 갖춰
놀라운 최적화와 전투의 다양성…초반 적응은 다소 시간 소요
놀라운 최적화와 전투의 다양성…초반 적응은 다소 시간 소요
오랜 시간 국산 게임 기대작에 이름을 올렸던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오는 3월 20일 게이머들을 맞이한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자체 개발한 블랙 스페이스 엔진으로 그려내는 수려한 그래픽, C9을 시작으로 검은사막을 거쳐 계승된 액션성, 방대하면서도 콘텐츠로 가득 찬 오픈월드를 특징으로 내세운다.
약 45시간 동안 만나본 붉은사막은 평범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와는 궤를 달리하는 매력을 내뿜는 게임이었다.
수준 높은 최적화, 원하는 대로 싸울 수 있는 전투
붉은사막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그래픽이다. 주인공 클리프가 한 번 죽은 다음 신비로운 힘을 얻어 파이웰에 당도했을 때 보이는 자연 경관은 앞으로 펼쳐질 모험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최적화는 놀랍다. 이번 리뷰에선 23년도에 구입한 게이밍 노트북(msi sword gf76 b13vfk)에 램을 32GB, 2TB SSD로 업그레이드한 사양으로 게임을 즐겼다. 붉은사막 내에선 레이트레이싱이 활성화된 중옵이라는 다소 낮은 설정으로 잡아주는 사양이다.
보통 중옵 설정이면 그래픽에선 뭘 기대하기 어렵지만 붉은사막에선 달랐다. 어딜 가나 동식물로 가득 차 있고 먼 거리의 지형지물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밤이 내려앉았을 때도 별들의 반짝임, 마을이나 성의 전경 등 아름다운 그래픽을 즐길 수 있었다. 처음엔 정말 중옵으로 설정된 게 맞는지 설정창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을 정도다.
안정성도 뛰어났다. 45시간 넘게 플레이하면서 느려짐이나 프레임 드랍이 거의 없었으며 튕김은 아예 경험하지 못했다. 심지어 전쟁처럼 다수의 캐릭터가 움직이고 화염 이펙트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게임은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가장 대중적인 UMPC 스팀덱에서의 구동도 궁금했지만 아쉽게도 리뷰를 진행하는 도중에는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없었다. 그래도 타이틀 화면이나 옵션화면에서는 저옵 설정으로 약 40프레임을 보여줬다. 저사양에서도 프레임 생성, 높은 그래픽 퀄리티를 즐길 수 있는 DLSS 옵션도 자체 지원하므로 출시 후 플레이 안정화만 된다면 어디서나 쾌적하게 붉은사막을 즐길 수 있을 거라 기대된다.
붉은사막의 세계 파이웰은 방대하며 그 안은 여러 콘텐츠로 가득 차 있다. 이제는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낚시를 시작으로 채집, 제작, 요리, 펫 길들이기, 맨손 투기장, 투자, 하우징, 유적 탐험, 영지 해방, 현상수배범 추적, 여기에 NPC를 죽이거나 물건을 훔치는 범죄까지 저지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건 현상수배범 추적이다. 게시판이나 가로등에 붙은 수배서를 토대로 수배범을 추적하고 경비대로 호송해 보상을 받는 콘텐츠로 수배범들마다 각기 다른 외형이나 행동 패턴, 변명을 보여주는 게 재미있었다.
파이웰에서의 활동을 통해 플레이어는 여러 ‘지식’을 얻으며 이를 통해 세계를 알게 되고 게임에 더 몰입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식의 수는 약 3000여 개로 사소한 것부터 세계의 비밀을 담은 핵심적인 것까지 모든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시간 이상의 플레이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다. 45시간 플레이 정도로는 30%도 채우지 못했다.
지식을 얻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아이템 습득이나 NPC와의 대화 및 행동, 적과의 전투처럼 자연스럽게 얻기도 하지만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것으로 얻는 지식도 있어 놀라움을 안겼다. 자세히 말하진 않겠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곳을 발견한다면 꼭 다양한 시도를 해보길 추천한다.
여러 콘텐츠 중에서도 전투는 붉은사막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다. 기본 무장인 검과 방패를 시작으로 둔기, 도끼, 창 등 다양한 무기군이 등장하며 각기 다른 액션을 즐길 수 있다. 한 손 무기는 쌍수로 다룰 수도 있고 무기 스킬 역시 들고 있는 무기에 따라 다른 액션과 성능을 보여준다. 여기에 활로 원거리 공격을 하거나 펀치와 킥으로 빠르게 상대를 제압하고 잡기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등 다양한 전술을 더해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붉은사막은 극히 일부 스킬을 제외한 모든 스킬에 자유롭게 포인트를 투자할 수 있다. 리뷰 중에는 격투와 잡기 트리를 집중적으로 올렸는데 이러면 보조 무기를 맨손으로 설정했을 때의 공격 루트가 늘어난다. 공중 급강하 킥 같은 점프 상태 전용 기술도 활용할 수 있어 마치 격투게임을 즐기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에서 알려주는 공격법 외에도 버튼 조합을 통해 다양한 루트로 파생할 수 있다는 것도 격투게임 같았다. 예를 들어 맨손 공격은 다수의 적을 날리는 △ 버튼 연타의 마지막 타격이 핵심이다. △ 버튼만 연타하면 발동이 느리지만 ‘△ 버튼 - △ 버튼 - R1 - △ 버튼’으로 입력하면 발동이 빨라져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마을 NPC나 적과의 전투에서 기술을 훔쳐 배울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렇게 배운 기술은 스킬 포인트를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 육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전투의 폭을 크게 넓혀준다. 자연스럽게 전투에서도 적들의 움직임을 먼저 관찰하게 되므로 전술적인 재미로 느낄 수 있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게임…적응의 난관도 있어
약 45시간 동안 즐긴 붉은사막은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았다. 파이웰에서 즐기는 다양한 활동도 흥미로웠지만 본격적인 맨손 격투를 즐길 수 있는 전투 콘텐츠는 붉은사막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다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붉은사막’이지만 이런 풍성한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려면 리뷰 버전 기준에서는 약간의 난관이 존재하기도 했다.
첫 번째는 출시 전부터 회자됐던 다소 복잡한 조작 체계다. 적은 버튼 수로 클리프의 모든 행동을 구현하기 위함인지 하나의 버튼에 다양한 기능이 할당되어 있다.
가령 NPC 대화나 아이템 줍기, 기믹 조작 등 상호작용에 쓰이는 □ 버튼은 지상에서는 점프 키의 역할을 겸하며 공중에서는 활강과 2단 점프를 동시에 담당한다. 하나의 버튼으로 다양한 액션을 할 수 있다는 건 일견 편리해 보이지만 이를 명확하게 구분해 바로바로 원하는 액션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범위가 엄격하게 설정돼있는 점도 난도를 높인다.
플레이어가 ‘직관’과 ‘통찰력’을 발휘해 직접 알아가기를 권장하는 게임의 방향성도 있다. 최근 게임처럼 이런저런 힌트로 플레이어를 유도하기보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해답을 찾기를 요구한다. 가끔 주어지는 힌트도 간접적인 경우가 많아 실제 해결 방법을 플레이어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붉은사막처럼 힌트가 없는 걸 선호하는 플레이어도 있겠지만 초심자를 위한 장치 추가가 필요해 보였다.
또 다른 아쉬움은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던 전투 다양성을 보스전에서 제대로 즐기기가 쉽지 않다는 부분이다.
정해진 공격 패턴 도중에도 플레이어의 공격을 무시하고 반격을 걸어와 잦은 임기응변을 요구하는 보스들, 평타 외에 스킬 투자를 통해 익힌 다양한 공격으로는 보스를 마무리할 수 없는 독특한 사양, 전장의 오브젝트에 가리는 일이 많은 시점 등이 대표 사례다. 다양한 무기를 활용한 화려한 스킬 연계 대신 검과 방패를 들고 방어와 회피, 기본 공격 위주의 보수적인 운영을 선택하게 만드는 측면이 존재했다. 격투게임에 필적할 만큼 공들인 전투 시스템을 갖췄으나 보스전에서는 이를 제대로 즐기기 어렵기에 전투에 매력을 느낀 입장에서는 아쉽게 다가왔다.
난이도 조절을 추가해 1회차는 쉬운 난이도로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확립하도록 하고 2회차부터는 갖춰진 장비와 스킬, 조작 숙련도를 가지고 더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하도록 하는 플레이 사이클을 제시했으면 어떨까 싶었다.
붉은사막은 광활한 월드와 다양한 콘텐츠, 높은 자유도에 더해 전투 다양성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담고 있다. 처음에는 난해한 조작과 플레이어를 좀 과도하게 믿는 것 같은 가이드 스타일이 진입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이를 버텨낸다면 파이웰 대륙에 펼쳐진 수많은 놀거리로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울 수 있을 것이다.
펄어비스는 출시 시점 패치를 통해 개발사가 인지한 불편점의 다수를 개선할 예정이다. 이후 추가 패치도 예정됐다. 정식 출시일에 만날 붉은사막은 더 많은 사람이 초반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는 게임이 되길 바란다.
<문의식 객원기자 lonelyless@naver.com, 정리=임영택 게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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