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고 깔리고 치이고…이주노동자 죽음 여전히 진행형
2026.03.18 18:50
지난 17일 아침 7시58분, 경북 고령군 한 주물 제조 업체에서 타이 출신 30대 이주노동자가 2.5t짜리 주물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제조·건설·농업 등에 취업할 수 있는 비전문취업(E-9) 비자를 갖고 있었다. 홀로 작업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떨어진 주물에 깔려 빠져나올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은 5인 이상 규모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산업재해 사망자 줄이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전국에선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일하다 숨진 이주노동자는 최소 9명인 것으로 집계된다. 언론 보도와 이주노동자 단체를 통해 확인된 사례들로, 드러나지 않은 사고들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끼이거나 깔리거나 치이는 전형적인 ‘재래식 재해’로 세상을 떠났다.
1월19일 경기 의왕시 한 오피스텔 건설 현장에서는 중국 출신 70대 노동자가 70㎏짜리 철제 배수관에 맞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는 치료를 받던 중 지난달 결국 숨졌다. 지난달 20일에는 타이 출신 40대가 경기 양주시 건설폐기물 처리 업체 건물 3층에서 일하다 떨어져 숨졌다. 같은 달 24일 전남 영암 선박 부품 공장에서는 베트남 출신 37살 노동자가 아르곤 가스 흡입으로 질식사했고, 같은 달 28일 전남 영암 대한조선에서는 캄보디아 출신 35살 노동자가 1t짜리 선박 블록 이동 작업을 하다가 블록 사이에 끼여 숨졌다.
이달 들어서도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8일 충남 서산의 한 공장에서 50대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가 지게차에 충돌한 뒤 자재에 깔려 숨졌다. 10일 경기도 이천 자갈 공장에서는 베트남 출신 응웬반뚜안(23)이 새벽 2시40분께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설비에 끼여 숨졌다. 12일 전북 부안의 플랜트 공장에서 타이 출신 티타완(24)이 배관 내부 교반기 설치 중 기계에 목이 끼여 숨졌고, 13일 경기 김포의 한 공장 기숙사에서 30대 미얀마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외국인 산재 노동자는 2020년 7583명에서 2024년 9219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4550명이 다치거나 숨졌다. 산재로 숨진 이주노동자는 2020년 118명, 2021년 129명, 2022년 108명, 2023년 112명, 2024년 114명이다.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중대재해 사망 사고에는 이중적 요소가 배경으로 꼽힌다. 내국인들이 꺼리는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고, 위험을 느껴 사업장을 옮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더욱 취약한 상태에 놓인다는 것이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한국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데, 그 현장은 너무나 열악하고 위험하다. 하지만 사업장을 옮길 수 없어 그냥 일하다 죽는다.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발생률은 한국인들보다 3배나 높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부실한 대책, 사업주의 무관심과 탐욕으로 더 이상 이주노동자가 죽어서는 안 된다. 사업장 변경을 완전히 자유롭게 보장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강득구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