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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오판, 끈질긴 이란, 난감한 동맹[이철호의 시론]

2026.03.18 11:57

이철호 논설고문

이란, 군사적으로 ‘기능적 패배’
호르무즈 봉쇄로 비대칭 총력전
美 언론 “트럼프의 심각한 오판”

美 참전 요구, 고민할 대목 많아
다양한 이란, 함부로 재단 안 돼
동맹·국익 고려한 전략 세울 때
이란 전쟁은 겉으로 보면 잔불 정리만 남았다. 탄도미사일 발사대의 80%가 파괴됐고, 수도 테헤란의 방공망은 무력화됐다. 공군 전력이 괴멸된 데 이어 해군 함정도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 군사적 측면에서 이란은 사실상 “기능적 패배” 상태다. 문제는 남은 잔불이 예상보다 훨씬 끈질기다는 점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를 볼모 삼아 인질극을 벌이는 중이다. 게릴라전 형태의 비대칭 총력전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대 4주”를 장담했지만, 보름이 넘도록 전개되는 양상은 전혀 딴판이다. 승리의 기준은 불분명하고, 명백한 출구전략도 안 보인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작전 성공이 독(毒)이 된 건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고령의 알리 하메네이(86)를 순교자로 만들고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6)를 세습 지도자로 세운 셈이 됐다. 더는 민주화를 외치던 세력이 거리에 나오기도 힘들어졌다.

미 언론들은 “CIA와 합참의 경고를 묵살한 독단이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반격 수위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종교와 민족주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생존을 건 이판사판식 결사항전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셀프 승리’를 선언하고 빠져나오기도 어렵게 됐다. 또 다른 치명적 오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오일 쇼크 가능성을 소홀하게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유가가 120달러까지 치솟는데도 “평화를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뒤늦게 동맹국들에 군함 파견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불을 질러놓고 뒤늦게 “함께 끄자”는 식이다.

아시아 국가들만 엉뚱하게 죽을 판이다. 비축유가 적은 필리핀·베트남·파키스탄·인도부터 경제가 마비될 지경이다. 한국은 200일분이 넘지만, 이들은 30∼60일분에 불과하다. 다급해진 나라들부터 주4일 근무에 이어 공무원들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긴급 휴교령도 떨어졌다. 방글라데시는 유류 배급제를 실시하고 인도는 산업용 LPG를 가정용으로 긴급 전환했다. 파키스탄은 야외 행사와 공식 만찬까지 금지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도입을 위해 긴급 협상에 들어갔다. 과거 오일 쇼크 때처럼 기업 활동 위축으로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는 걸 막으려는 극약처방이다.

이란은 약해졌지만 더 강경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죽음의 바다’로 만들며 피 말리는 장기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물가 상승으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함부로 지상군을 투입하기도 어렵다. 해외 개입에 반대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진영의 반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란은 독특한 나라다. 16세기 사파비 왕조가 들어서기까지 1000년 동안 아랍과 셀주크튀르크, 몽골 등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다. 그런데도 페르시아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켜냈다. 서기 680년 카르발라 전투에서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인 이맘 후세인이 우마이야 왕조에 맞서 처참하게 순교한 기억도 공유하고 있다. 1970년대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개발할 때 몰래 1조8000억 원을 대준 것도 이란의 팔레비 왕이었다.

이란과 이라크를 열흘씩 현지 취재한 적이 있다. 이라크에선 ‘나는 양탄자’의 도시 모술에서 ‘신드바드 모험’의 고향인 바스라 항구까지 종단했다. 이란에선 세상의 절반이라는 이스파한과 시아파 성지인 콤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30도가 넘는 테헤란의 무더위에서 만년설이 덮인 해발 5000m 엘부르즈 산맥의 영하의 날씨, 그리고 카스피해로 넘어가는 길의 열대우림까지 하루 동안 사계절 날씨를 경험했다. 그만큼 이란과 이라크는 복잡하고 다양한 나라였다.

이란이 군사적 패배에 직면해 있고, 내부적으로 극심한 경제난에 빠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란은 종교적·역사적으로 끈질기게 버텨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참전 요구를 받는 한국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이란은 함부로 외부 잣대로 재단할 나라가 아니다. 그렇다고 관세 문제까지 걸린 마당에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을 무작정 외면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느 때보다 국익과 동맹을 고려한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철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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