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AX시대 ‘생산성 혁명’의 조건
2026.03.17 23:52
하지만 이러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거시경제 차원에서 명확한 생산성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난다(Nanda)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활용 기업 중 매출 증가와 같은 조직 차원의 성과를 경험한 기업은 약 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워크데이의 조사에서도 직장인의 82%가 AI로 업무 시간을 절감하고 있지만 기존 업무 프로세스가 유지돼 있기에 그 결과를 수정하는 ‘재작업 세금(rework tax)’이 상당 시간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실질적 투자 수익률(ROI)로 전환되지 않는 셈이다.
이처럼 생산성의 지체 현상은 역사적으로 증기·전기와 같은 범용 기반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됐다. 산업혁명 시대에 증기보다 생산성 효과가 훨씬 우월한 전기는 1890년대부터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그 효과는 약 30년이 지난 1920년대에 나타났다. 이는 초기에 중앙 집중식 동력인 증기를 단순히 전기로 대체하는 수준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개별적인 기계 구동이 가능한 전기의 특성을 활용해 컨베이어벨트와 같은 생산방식의 재설계가 뒤따르지 않았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에릭 브리뇰프슨 교수는 이러한 투자는 있지만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 현상을 ‘생산성 J커브’로 설명하고 있다. 생산성 혁신이 기술 도입만으로 자동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전환(AX) 2.0 시대의 경쟁력은 이 같은 생산성 역설의 함정, 즉 J커브를 얼마나 빠르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AI 모델과 인프라와 같은 유형의 투자에 더해 공정·업무프로세스 재설계,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구축, 인재 육성, 재교육과 조직 문화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와 현장 실행 역량의 변화도 요구된다. AI는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 조직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이 삼박자가 맞지 않으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 몇 가지 성공적인 AX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HD현대와 지멘스는 디지털 트윈과 AI를 결합해서 설계·생산·안전 등 업무 전반의 데이터를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하고 생산 공정을 재설계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 장비 및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 보조와 장비 관리, 작업 최적화 등 숙련된 작업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체계를 데이터와 AI 자동화를 중심으로 재구조화했다. AI 도입을 넘어 공정과 일하는 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성이 경제성장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이라는 의미다. 속까지 바꾸는 AI 대전환 2.0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생산성 혁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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