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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호르무즈 군함 파견 압박하던 트럼프…돌연 "정상회담 한 달 연기"

2026.03.17 14: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오는 3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돌연 연기했다. 시 주석과의 만남을 보름 앞두고 나온 돌발적 결정이다.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사기 근절 태스크포스'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연기 이유에 대해 “이란 전쟁 관리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쓸 협상 카드가 줄어든 것이 회담 연기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中 군함 파견 기대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 달 정도 (중국에) 연기를 요청했다”며 “중국을 방문하고 싶지만 (이란)전쟁 때문에 나는 여기(미국) 있고 싶고, 여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화 기로에 놓은 이란과의 전쟁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가 최대 경쟁국인 중국을 방문하는 데 따른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방중 기간 이란의 대대적 공세가 이뤄질 경우 이란 전쟁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시간 11일,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북부(오만 무산담 주 경계 인근)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 해상을 항해하는 유조선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호르무즈 호위 작전 협력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회담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함 파견 여부를) 회담 전에 알고 싶다”며 회담 성사의 핵심 변수가 호르무즈 해협임을 시사했다.

그리고는 이날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감사해야 한다”면서도 “내가 (중국의 군함 파견을)기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돌파하기 위한 군사 작전에 나서지 않을 뜻을 밝혔고, 이를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회담 연기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이란 공습’ 전 “美 원유 사라”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중국의 원유 공급원을 철저히 차단해왔다. 그는 지난 1월 군을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을 체포한 뒤 베네수엘라의 원유 시설을 사실상 장악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한 유조선들의 항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뉴욕타임스 등 외신 종합]
중국의 핵심 원유 공급원인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기반을 장악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시 주석과 통화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시 주석과 미국산 석유과 가스 구매 문제를 논의했다”며 “논의 주제는 이란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지난달 28일 이란에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 원유의 80%는 중국이 구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드슨연구소는 “중국을 겨냥한 더 큰 전략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에너지 수입선을 미국 주도로 재편하려는 전략이란 의미다.

그런데 이란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도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만 노골적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의 유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중국만 상대적으로 피해를 줄이는 구조다.

특히 중국은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원유 비축량을 크게 늘렸다. 지난 1월 기준 3~4개월 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약 12억 배럴의 원유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주원 기자

中 “美의 잘못된 행동 바로잡으라”
미국과 중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만나 회담 의제를 논의했다. 베센트 장관은 희토류 등 중국산 핵심광물 공급을 요청하는 한편, 이 자리에서도 미국산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구매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NPC) 폐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측 당국자들은 첫날 협상 이후 기자들에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인 이날 오전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이미 미국에 불만을 제기했고,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즉시 바로잡도록 촉구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전 협상이 순조롭지 않음을 중국 측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미국 공화당의 전략가 매튜 바틀렛은 이날 블룸버그에 회담 연기와 관련 “레버리지는 가지고 있을 때는 아름답지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게 되면 잔혹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중국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중국을 압박할 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 말이다.

런던대학교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의 관점에서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이 아닌 ‘약함’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란과의 전쟁은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그만큼 미국은 물론 미국의 국제적 역량 및 위상에는 훨씬 더 큰 타격을 주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지시간 16일 파리 OECD 본부에서 중국 측 관계자들과 무역 협의를 마친 후,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왼쪽)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함께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정상회담은 안정적 미·중 관계 관리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받아 왔다. 그러나 회담 연기가 확실시되면서 다시 회담이 잡히고 성사될 때까지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정상회담 연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계기에 성사될지 관심을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도 일단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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