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목초지에 세운 에릭 트럼프의 '비트코인 공장'
2026.03.16 08:19
에릭 트럼프는 자산 경량화라는 가문의 부동산 비즈니스 공식을 비트코인 채굴에 이식해 10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창출하며, 부친의 정책적 지지 아래 미국을 암호화폐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By Ben Weiss And Joyce Koh
추수감사절 직전, 쌀쌀한 어느 월요일 아침, 미국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차량 행렬이 텍사스 팬핸들(Panhandle)의 인구 1000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 베가(Vega)를 가로질렀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플로리다에서 전용기를 타고 날아온 것이었다. 베가 카운티 커미셔너(county commissioner)이자 마을 유일의 식료품점 주인 그리고 지역 신문 편집장인 퀸시 테일러(Quincy Taylor)는 "그분이 마을에 온 건 '정말, 정말 조용히' 진행됐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 제가 알면 안 됐을 거예요"라고도 했다.
그 VIP는 몇 시간 뒤 침묵을 깼다. 트럼프(Trump) 대통령의 아들인 그는 인스타그램(Instagram) 게시물에서 "안녕하세요, 친구들. 에릭 트럼프(Eric Trump)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뒤로는 컴퓨터 서버가 줄지어 끝없이 뻗어 있었다. "아메리칸 비트코인(American Bitcoin)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 게시물은 42세의 그가, 길이가 미식축구장 다섯 개에 달하는 데이터센터를 둘러본 뒤 올라왔다. 6월 말 온라인 가동을 시작한 뒤 그의 첫 방문이었다. 이 시설은 예전 목초지였던 땅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옆에는 회전하는 풍력 터빈이 늘어서 있다. 이 터빈들은 최대 45%의 시간 동안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한다. 포춘(Fortune) 기자 및 영상팀과 함께 서버 사이를 걸어가며, 청바지에 블레이저, 버튼다운 셔츠 차림의 에릭은 "저는 여기에서 정말 큰 아름다움을 느껴요"라면서 "진심이에요. 제가 익숙한 부동산과는 완전히 다르죠"라고 말했다.
이 '부동산'은 가치가 주로 인터넷 위에 존재하는 암호화폐 산업에서 보기 드문 '물리적 흔적'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은 조용히 비트코인(Bitcoin) 생산의 선두주자가 됐고, 에릭 트럼프가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로 있는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이 비트코인 채굴 물결을 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산업이 전통적 부동산으로 가장 잘 알려진 트럼프의 기업 브랜드와도 얽히기 시작했다.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트럼프 일가는 아메리칸 비트코인과 같은 '공식'을 공유하는 여러 암호화폐 사업을 통해 세전 기준 최소 1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노련한 파트너를 끌어들이고, 복잡한 거래를 실행해, 일가의 사업 조직이 수익을 '쓸어 담을' 수 있는 위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2025년 3월 설립된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철강부터 AI, 암호화폐까지 핵심 산업을 '미국화'하고 미국이 우위를 점해야 할 전략 자원으로 규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런 메시지는 출범 초기부터 채굴 사업의 브랜딩에 녹아들어 있다. 에릭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이 사업이 "미국 땅에서, 미국 에너지를 써서 비트코인을 채굴한다"라고 자랑했다. 그는 포춘과의 대화에서 자신과 아버지가 미국을 '세계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공유한다고 말했고, 비트코인 채굴이 신흥 산업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안 하면, 다른 누군가가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성공은 결코 보장돼 있지 않다. 트럼프 관련 암호화폐 자산들처럼 아메리칸 비트코인도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감시를 받는다. 게다가 회사는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큰 암호화폐 시장을 버틸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9월 상장 이후 비트코인 가치가 급락하는 흐름과 함께 이 회사 주가도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공동 창업자는 포춘에 장기 관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은 "암호화폐를 3년, 5년, 10년 뒤로 되돌아보면, 결국 승자가 될 건 이런 사업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서버 벽면의 점멸등이 평소의 초록색에서 성난 듯한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과열이었다. 그리고 서버 한 대가 멈춰 있는 매분마다 베가 데이터센터의 비트코인 산출량이, 나아가 매출이 위협받았다.
기술자 세 명이 흰색 창고 카트에 올라타 중앙 통로를 달려, 문제가 생긴 채굴 서버 패널로 향했다. 이 서버들은(업계 대부분이 그렇듯) 중국 비트코인 채굴 칩 제조사 비트메인(Bitmain)의 도움을 받아 설계된 것들이었다. 텍사스 애머릴로(Amarillo)에 기반을 둔 엔지니어들은 차근차근 점검한 끝에 원인을 찾아냈다. 느슨해진 전선 하나였다. 기술자 한 명은 "제대로 건드리면 전체 컨베이언스(conveyance)가 내려앉을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수리 작업과, 그것이 벌어지는 거대한 시설은 2009년(암호화폐가 출시된 해) 이후 비트코인 채굴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당시에는 집 노트북으로 한 번에 비트코인 50개를 캘 수 있었다. 현재 가격으로 약 460만 달러어치다. 하지만 오늘날 에릭 트럼프의 베가 채굴 시설에서 들리는 소음과 기계음은 이 과정이 얼마나 산업 규모로 커졌는지 드러낸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비트코인의 기원을 알아두는 게 도움이 된다. 익명의 발명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방만함에 대한 일종의 항의로 비트코인을 출시했다. 비트코인은 다른 통화와 달리 '반(反)인플레이션적'이다. 발행량은 2100만 개를 넘지 않는다. 또한 은행이나 정부가 아니라,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이를 지탱한다.
채굴 과정은 새로운 통화 묶음을 배분하는 동시에, 그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채굴자들이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요구한다. 채굴자들은 약 10분마다 생성되는 무작위 수학 문제를 가장 먼저 풀기 위해 경쟁한다. 승리한 채굴자는 비트코인 거래의 '블록(block)'을 승인하고 이를 블록체인(blockchain)에 추가한다. 그 대가로 승자는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는데, 현재 보상은 한 번당 3.125개 코인에 해당하며, 여기에 추가 거래 수수료를 거둘 기회도 얻는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커지면서 이 경쟁에서 이기는 일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졌다. 이제는 막대한 컴퓨팅 파워와 특수 칩 그리고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채굴이 전력 소비의 최대 2.3%를 차지한다고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2024년에 추산했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들 일부와 맞먹는 수준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전기가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곳-베가 같은 곳-에 채굴 컴퓨터가 무리 지어 모여 있다. 저렴한 에너지는 다시 미국이 비트코인 채굴 시장점유율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줬다. 전기가 쌀수록 코인으로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 룩소르 테크놀로지(Luxor Technology)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미국은 채굴 활동의 38%를 차지했다. 2위 러시아의 16%를 크게 웃돈다. 이쯤 되면 비트코인은 말 그대로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3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을 만들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린 데 힘입어, 공화당은 이 자산을 러시아·중국과의 경제 경쟁에서 새로운 전선으로 규정해 왔다. 11월, 이 법안을 지지하는 성명에서 워런 데이비드슨(Warren Davidson) 연방하원의원(공화·오하이오주)(R-Ohio)은 "비트코인 포 아메리카 법안(The Bitcoin for America Act)은 건전한 화폐와 디지털 혁신의 미래를 세계가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이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끌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밀어붙이던 와중에 에릭 트럼프의 사업도 형태를 갖췄다. 그는 31세의 애셔 제누트(Asher Genoot)를 파트너로 찾았다.
제누트는 몇 년간 비트코인 채굴 업계에 몸담아 왔다. 그는 US 비트코인(US Bitcoin)이라는 회사를 시작했고, 2023년 두 회사가 합병한 뒤 헛 8(Hut 8)의 CEO가 됐다. 그는 마이애미에서 일하며, 남플로리다에서 팜비치(Palm Beach)의 클럽 마러라고(Mar-a-Lago)를 거점으로 사람들을 접견하는 트럼프와 같은 인맥권에서 움직인다. 에릭은 "공통 친구가 100명쯤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몇 달 전 만난 뒤, 제누트와 에릭은 2025년 2월 인근 주피터(Jupiter)의 한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피자를 먹으며 사업 이야기를 시작했다. 에릭과 동생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가 아메리칸 데이터 센터스(American Data Centers)라는 법인을 막 출범시킨 참이었고, 제누트의 회사와 연결 고리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그럴 여지가 있었다. 헛 8은 이미 미국과 캐나다 곳곳에 여러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다. 값싼 전력원 가까이에 서버 창고를 둔 형태다. 제누트는 "우리는 에너지를 길게 보고 있어요. 그리고 비트코인을 캐는 데이터센터든, AI 연산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든, 인프라 자산을 구축하죠"라고 말했다. 에릭은 성명에서 "그들이 구축해 놓은 규모를 보기 전까지는, 채굴을 고려해 본 적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뒤로는 눈이 핑 도는 일련의 금융 거래가 이어졌다. 제누트와 에릭은 헛 8의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떼어내 별도의 '트럼프 연계' 회사로 분리하기로 합의했다. [에릭은 이름에 대해 "반드시 '아메리칸(American)'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헛 8이 지분 80%를 유지했고, 아메리칸 데이터 센터스의 주주들이 나머지 20%를 받았다. 한편 헛 8의 나머지 사업은 순수한 데이터센터 및 전력 인프라 사업으로 재편됐다.
지난 3월 말, 파트너들은 새 프로젝트를 공개한 뒤, 솔라리 캐피털(Solari Capital)이 주도한 사모(private equity)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2억 2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솔라리 캐피털 설립자인 A.J. 스카라무치(AJ Scaramucci)는 투자자이자 트럼프 지지자였다가 '이탈자(dissident)'로 돌아선 앤서니 스카라무치(Anthony Scaramucci)의 아들이다. [A.J.는 포춘에 "비트코인은 정치를 초월한다(Bitcoin transcends politics)"라고 말했다.] 9월에는 아메리칸 비트코인이 상장했고, 제누트가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을 맡았다.
이 회사는 다른 일부 채굴 사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igital-asset treasury)' 운용을 포함하는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한다.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는 부채와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그 현금으로 암호화폐를 사서 대차대조표에 올린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와 그의 회사 스트래티지(Strategy)가 개척한 이 사업 전제는, 투자자들이 디지털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그 수익에 올라타기 위해 트레저리 회사 주식을 매수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
세일러는 비트코인의 가장 열성적인 전도사 중 한 명이자, 에릭의 친구가 됐다. 그는 에릭에게 마러라고를 담보로 더 많은 비트코인을 사자고 권하기까지 했다. 에릭은 거절했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제가 '차선책이 있잖아요, 그렇죠?'라고 했죠"라고 말했다.
9월 상장 직후, 에릭은 그 차선책에 더할 나위 없이 들떠 있었다. 9월 9일 정점에서 아메리칸 비트코인의 가치는 거의 85억 달러였고, 헛 8의 가치는 30억 달러를 넘었다. 2025년 3분기에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매출 6400만 달러를 올렸는데, 대부분은 그 석 달 동안 채굴한 비트코인 563개에서 나왔다. 제누트는 "막 출발한 회사치고는 꽤 대단했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1월 초 기준으로 새 회사는 대차대조표에 약 5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전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자 순위에서 20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서버 근처의 한 아트리움(atrium)에 앉아, 에릭은 자신이 암호화폐 '전향자'가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그는 "저는 '계좌 퇴출'을 당한 사람들 역사에서 가장 '계좌 퇴출'을 많이 당한 인간이 됐거든요"라며 "캐피털 원(Capital One)이 우리 계좌를 끊었고,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가 끊었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도 끊었어요"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에릭 트럼프 그리고 가족 일부는 2020년 선거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많은 지지자들이 이의를 제기한 뒤, 많은 은행이 자신들과의 거래를 중단하거나 예금을 받지 않았다고 말해 왔다.
은행 비밀 관련 법은, 은행들이 왜 트럼프 일가와 거래를 중단했는지-혹은 애초에 거래를 했는지조차-언급하는 것을 대체로 막아 왔다. JP모건 체이스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특정 고객 계좌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고, 캐피털 원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더 넓게 보면, 이들 3개 은행은 정치적 성향 때문에 고객을 '계좌 퇴출' 시킨다는 주장을 부인해 왔다. 트럼프 일가가 "정치적 신념 때문에 계좌가 닫혔다"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캐피털 원 측 변호인들은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썼다. "캐피털 원이 가끔 은행 계좌를 종료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럴 때는 법적·규제적으로 허용되는 사유에 따른다"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경험은, 규제 당국이 사업의 정당성에 의심을 품는 바람에 자신들과 회사가 '계좌 퇴출'을 당했다고 믿는 일부 암호화폐 기업가들이 공유하는 경험이기도 했다.
에릭은 은행들과의 갈등이 자신을 암호화폐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 나라의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징벌적인지 깨달았고, 그래서 이 새로운 금융의 시대에 사랑에 빠졌죠"라고 말했다. 다른 암호화폐 강경파처럼, 그는 비트코인이 전통 금융의 중개자, 수수료, 지연을 개선한다고 본다. 그는 "그건 어떤 다른 형태의 금융보다도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투명하죠"라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마음을 연 트럼프는 에릭만이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한때 비트코인이 "사기 같아 보인다(seems like a scam)"라고 말했지만, 이후 블록체인 위에 존재하는 수집용 이미지인 NFT를 자신만의 컬렉션으로 출시했다. 2024년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던 선거운동 기간에는 미국이 암호화폐에서 지배적 세력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집권 이후에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초당적 법안에 서명했고, 바이든(Biden) 행정부의 '암호화폐 회의론'을 뒤집어 암호화폐 친화적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며, 암호화폐 관련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여러 사람을 사면했다.
이런 정치적 드라이브 속에서, 트럼프 일가의 방대한 사업은 원래의 부동산 제국을 넘어 다각화됐고, 암호화폐 대기업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전략 하나는 일관됐다. 일가는 대체로 다른 이들이 개발하고 운영하는 제품과 사업에 '트럼프'라는 이름을 붙여 영역을 넓혀 왔다.
에릭과 동생 돈 주니어(Don Jr.)는 2017년 부친이 1기 임기를 시작한 뒤, 가족 사업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Trump Organization)을 이끌었다. 이 회사는 상당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개발자와 다른 기업가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트럼프' 이름을 라이선스해 주기도 한다. 조직 자체의 투자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수익 흐름을 만드는 방식이다.
암호화폐에서도 일가는 유사한 전략을 채택했다. 트럼프 일가의 상장 소셜미디어 회사인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Trump Media & Technology Group, TMTG)은 ETF를 포함한 여러 암호화폐 관련 투자 상품을 출시했지만, 이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Crypto.com)의 도움을 받았다.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 가운데 아마도 가장 수익성이 큰 것으로 묘사되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와 긴밀히 협력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고 홍보해 왔다.
아메리칸 비트코인 역시 비슷한 '자산 경량' 투자다. 회사는 직원이 단 5명뿐이라고 말한다. 비트코인 채굴 서버를 거의 7만 8000대 보유하고 있지만,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베가 시설 자체를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고, 기술자도 고용하지 않는다. 다른 세 곳의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대신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제누트의 헛 8에 비용을 내고 채굴 운영을 맡긴다.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가르치는 강사이자 오랜 암호화폐 업계 경영진인 오스틴 캠벨(Austin Campbell)은 "트럼프 브랜드를 가져다 붙여 관심을 잔뜩 끌고, 돈을 모은 다음, 다른 사람들이 일을 하도록 돈을 주는-그런 플레이북"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칸 비트코인 대변인은 캠벨의 이런 묘사에 대해 "그런 규정은 부정확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메리칸 비트코인의 리더십과 창립 파트너들은 장기적으로 사업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지표로 보면, 이런 암호화폐 사업들은 수익성이 좋았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에 따르면, 이들은 10월까지 1년 동안 세전 이익 10억 달러를 넘게 올렸다. 대부분은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연동된 암호화폐와 밈코인(memecoin) $TRUMP의 판매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그리고 시장의 급등락에 따라 '장부상' 가치가 오르내리긴 하지만,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 가치는 1월 초 기준 30억 달러를 웃돌았다고 포춘은 분석했다. 이 분석은 암호화폐 분석 업체 낸센(Nansen)의 데이터에 기반했다. 이 추정치에는 밈코인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통화에 대한 지분이 포함되는데, 포춘은 유동성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해당 보유분의 가치를 할인해 반영했다. 또한 이 대략적인 가치에는 아메리칸 비트코인과 TMTG를 포함한 암호화폐 관련 상장사 지분도 들어 있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1월 초,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연방 은행 인가를 신청했다. 트럼프 계열 암호화폐 회사가, 친암호화폐 성향이 뚜렷한 트럼프 행정부에 규제 승인을 요청한 셈이다. 바로 이런 식의 '트럼프 일가의 사업 이해관계'와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이 맞물리는 지점이 워싱턴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물론 정책결정자와 자문역들이 '이해관계(skin in the game)'를 조금은 갖고 있어야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인식이 기술·투자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정책에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이제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이익이 되는 정책은, 거의 정의상, 트럼프 일가의 사업에도 이익이 된다.
윤리 전문가들은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베팅이 전례 없는 이해충돌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정부 윤리를 연구하는 컬럼비아 로스쿨(Columbia Law School) 교수 리처드 브리폴트(Richard Briffault)는, 대통령의 암호화폐 정책을 두고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이유가,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믿어서인지 아니면 자기 결정이 가족의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인지"를 묻는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은 성명에서 "대통령과 그 가족은 이해충돌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행정부가 "미국을 세계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에릭 트럼프도 부적절성에 대한 암시에 거듭 반박해 왔다. 그는 포춘에 자신의 사업 이해관계와 아버지의 정책 결정 사이에 '방화벽(wall)'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에 전혀 관여하지 않습니다"라며 "우리 암호화폐 사업에도 관여하지 않아요. 이건 제가 운영하는 회사고, 아버지는 미합중국을 운영하는 일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적절성을 둘러싼 수사적 공방을 넘어, 정치와 규제 조치에 본질적으로 연동된 산업에서 어떤 상장사든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추진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남는다. 다만 아메리칸 비트코인에 더 큰 '당면한' 위협은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붕괴다.
1월 중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가을 중반의 정점 대비 25% 이상 하락했다. 미국 경기 둔화 조짐에 투자자들이 불안을 느낀 탓이다. 그 하락은 아메리칸 비트코인 주가의 큰 폭 하락과 맞물렸다. 이 회사 주가는 9월 초 IPO 이후 70% 이상 떨어졌다.
변동성은 다른 트럼프 계열 암호화폐 자산으로도 번졌다. 하지만 에릭은 11월 말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암호화폐에 대한 확신이 큽니다"라며 "변동성은 우리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와 제누트 그리고 다른 내부자들은 12월과 1월 초에 아메리칸 비트코인 주식을 더 사들였고, 새해 이후 반등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베가 주민들은 암호화폐 시장의 등락에 그다지 예민하지 않다. 몇몇 주민은, 이 마을의 최대 '자랑거리'가 역사적 루트 66(Route 66)와의 근접성인 공동체에서, 아메리칸 비트코인 광산이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데이터센터를 '순(純)효과'로 본다. 베가 시청의 부시서기(assistant city secretary)인 카리 메이스(Kari Mays)는 "일자리가 늘 부족한 농촌 지역에 어느 정도 일자리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트럼프 일가의 역할도 알고 있다. 테일러는 시골 텍사스를 가로지르는 에릭의 차량 행렬을 두고 "(마을은) 아마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가에서든, 암호화폐 커뮤니티 최상층에서든, 바로 그런 '브랜드 매력'이 트럼프 일가를 암호화폐 신참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끌어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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