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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 반도체 공급망 부담 가중…TSMC 생산 차질 우려

2026.03.17 04:36

중동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들며 글로벌 반도체 생산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 소재 조달에 차질이 생기고 있고 주요 반도체 생산 거점인 대만의 전력 비용이 급등 가능성이 제기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 대만 당국이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 중이지만 전문가들과 업계 경영진들이 전쟁 장기화 리스크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대만 경제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데 대만 업체들은 다양한 화학물질, 부품, 장비 및 기타 자재를 해외에서 조달한다. 그중에는 헬륨과 황이 포함된다. 전 세계 헬륨 공급량의 약 3분의 1이 카타르에서 가공되고 황은 석유와 가스 정제 과정에서 생산된다. 또 대만은 연료의 약 3분의 1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이러한 원료와 연료 조달에 차질이 생겨 대만 전력망이 영향을 받을 경우 TSMC 생산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마이클 덩 애널리스트는 중동 교란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헬륨 부족으로 인해 반도체 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은 부품보다 마진이 높은 AI 칩 생산을 우선시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TSMC는 전 세계 최첨단 로직 칩의 약 90%를 제조하며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가속기와 애플 아이폰용 프로세서를 독점 생산한다. AI 칩 수요가 이미 공급을 크게 넘어선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올해 빅테크 기업들이 계획한 약 6500억달러 규모의 AI 투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션 김 아시아 기술 리서치 책임자는 지난주 한 팟캐스트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교란이 곧바로 칩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전력 비용과 소재 공급, 그리고 AI 인프라 구축의 경제성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같은 에너지 집약적 시설을 건설하는 기업들은 운영 비용 상승과 수익성 저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SMC 주가는 중동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약 7% 하락했다. 이날 회사는 현재로서는 운영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향후 상황은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달려 있다. 최대 우려는 대만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대만은 해상 운송에 크게 의존하고 LNG 비축량이 약 11일분에 불과해 공급 차질에 특히 취약하다. 이는 LNG 재고가 각각 52일인 한국과 3주인 일본과 비교되는 수준이다. 다만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대만은 몇 주치 추가 재고를 확보한 상태다.

앨빈 소가 이끄는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대만이 에너지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LNG 공급의 약 37%가 중동에서 들어온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대만이 대체 화물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상업 운송은 여전히 심각한 차질이 있고 카타르는 불가항력을 선언했다"며 "대만의 핵심 위험 요인은 단순히 유가뿐 아니라 실제 가스 공급 가능성과 가격, 배송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대만 경제부는 지난 주말 카타르발 선적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3월과 4월에 필요한 LNG를 확보했고 전력 공급도 충분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현지 기업들은 미국과 호주 등 여러 지역에서 헬륨을 조달할 수 있어 특정 지역 상황이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은 LNG 재고 취약성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11일인 법정 최소 천연가스 비축량을 내년부터 14일로 늘리기로 했다. 대만 에너지청의 천중셴 부청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는 대만의 전략 산업이며 칩 공장에 대한 전력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에 차질이 생기면 전자제품,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산업에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반도체 공급 차질은 소비자 전자제품과 자동차 산업 등 기술 산업을 넘어 여러 업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이미 메모리 칩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족 현상이 더욱 악화돼 전 세계 소비재 기업들이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유럽 역시 전쟁 장기화로 취약해질 수 있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연결 고리로 꼽힌다. 유럽 칩 제조업체들도 수입 헬륨에 의존하고 있다. 싱크탱크 인터페이스의 율리아 크리스티나 헤스 글로벌 칩 다이내믹스 프로그램 책임자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서 유일하게 헬륨을 생산하는 폴란드는 유럽 내 수요의 약 8%만을 충족할 수 있다. EU는 헬륨의 약 40%를 카타르에서 공급받는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국가 헬륨 비축기지 농축 설비 폐쇄 이후 전략적 비축량을 확대해 왔다. 프랑스 산업가스 기업 에어리퀴드가 독일 그로나우-에페에 보유한 지하 헬륨 저장 시설의 연간 저장 능력은 약 4700만입방미터다. 헤스는 이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직까지 유럽 반도체 기업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유럽반도체산업협회 대변인은 회원사들이 전체 헬륨 공급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대변인도 회사가 여러 지역에서 헬륨을 공급받고 있고 자체 비축량도 확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상황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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