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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대안은 없고…” 조선업·항공업 ‘중동 쇼크’

2026.03.16 18:26

중동발 나프타 원료 수입 중단
조선업계 “에틸렌 수급 차질”
공급망 다변화·대체재 역부족
중국 석유류 수출 금지 조치
항공유 배 급등 호주 등 타격
파생상품 유가 헤지도 한계
조선·항공업계가 중동 쇼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연합뉴스


이란 전쟁 영향으로 조선업계에서 사용하는 에틸렌, 항공업계에서 사용하는 항공유 등의 수급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에틸렌 부족으로 국내 조선업계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항공유의 경우 중국의 수출 통제로 호주 등이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산업통상부에 에틸렌 물량 확보와 관련한 지원을 요청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이르면 2주 안에 물량이 소진될 수 있다”며 “절단용 가스를 액화석유가스(LPG)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LPG도 결국 수입 물품이어서 에틸렌 공급 안정화가 우선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에틸렌 수급 차질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발 나프타 원료 수입이 중단된 데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국내에 공급되는 나프타는 절반가량이 수입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원유를 정제해 생산된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약 70%이며, 수입되는 나프타 54%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시설인 여천NCC는 지난 4일 고객사에 제품 공급 이행 지연 및 조정을 통보하고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한 바 있다. 정부와 조선업계는 에틸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대체 소재를 찾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절단 공정에서 에틸렌을 대신할 소재로 꼽히는 아세틸렌, 프로판 등도 원유나 천연가스로 만들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에미레이트항공 여객기가 계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란 전쟁 영향으로 항공유 수급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특히 중국이 석유류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호주 등 항공유를 수입에 의존하던 국가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보도를 통해 중국 당국이 자국 정유사에게 석유류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정책 사령탑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발동한 석유류 수출 금지 조치는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가 그 대상이다. 수출 금지는 지난 11일 통관 대상인 제품부터 적용됐으며 자국 내에서 외국 항공기 급유(벙커링)는 금지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석유류 수출 금지 조치는 장기적으로 호주 항공업계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 매체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유사가 호주 항공유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32%에 달한다. ‘오스트레일리아 파이낸셜 리뷰’ 등 호주 현지 매체들은 “중국의 수출 중단 조치로 호주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수출 중단 조치는 4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호주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북아와 인도 등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호주에 도착하는 데 20~25일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호주는 자동차, 항공 등 교통수단에 사용되는 석유류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호주 일각에서는 중국의 석유류 수출 금지에 대응해 중국에 대한 LNG 수출을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르무즈해협 인근 중동 국가에서 항공유의 50%를 수입하는 유럽도 타격을 입고 있다. 북서유럽향 항공유의 가격은 이란 전쟁 첫날인 지난달 28일 t당 830달러였지만 최근에는 t당 1500달러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외신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중국의 수출 금지에 따라 석유류 수출국인 대한민국이 유럽 항공유 공급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한국이 유럽까지 항공유를 수출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항공사들은 이미 가입한 파생상품 거래 등을 통해 항공유 가격 급등의 충격을 흡수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16일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은 연간 유류 소모량의 50%, 아시아나항공은 30% 가량 파생상품을 통한 유가 헤지를 시행 중”이라면서 “헤지는 대부분 원유를 기준으로 이뤄지므로 정제 마진 확대에 따른 제트유 가격의 상승분은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도 취약점”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항공사의 유류할증료 역시 대폭 인상될 전망이지만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 비용 전가에 한계가 있다.

비료 수급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보도를 통해 “질소 비료의 핵심인 요소(Urea)는 전세계 공급량의 절반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면서 “요소 가격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30%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질소비료로 사용되는 요소 상당량(약 40%)이 중동을 거쳐 수입되는 구조여서 호르무즈해협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수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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