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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공동창업자 … 단돈 100만원에 기술창업 시대 열려

2026.03.15 17:55

기술·비용 장벽 무너뜨린 AI發 창업 빅뱅
학벌·전공보다 AI 역량 중요
바이브코딩에 개발 더 쉬워져
문과생도 미대생도 도전 나서
"AI시대 교육부터 확 바꿔야"




지난 13일 찾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뇌졸중 진료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퍼플에이아이. 박병준 대표가 창업 당시 동료들과 개발한 메디컬인사이트 시스템에 뇌졸중 의심 환자의 뇌 CT 사진을 넣으니, 10초 후 특정 부위가 빨갛게 표시됐다. 뇌졸중이 발생했다는 신호다.

박 대표가 2024년 설립한 퍼플에이아이는 메디컬인사이트를 핵심 기술로 보유하고 있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출신의 박 대표는 졸업 후 국내 한 대기업에서 AI 의료 진단 솔루션 연구개발(R&D) 업무 등을 수행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창업에 나섰다. AI 진단 솔루션 분야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보니 의사결정 과정이 단순하고 유연한 조직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창업에 나선 것이다.

창업 당시 직원은 4명으로, 이들이 창업을 하는 데는 임차 보증금 700만원과 컴퓨터 4대 구입비 800만원 등 총 1500만원이 들었다. 박 대표는 "메디컬인사이트는 나와 직원들이 데이터 딥러닝 등을 활용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개발한 솔루션"이라며 "클로드나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를 활용해 시장 동향 분석까지 가능해 직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딥테크 팁스 기업에도 선정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인 팁스(TIPS) 중 반도체·바이오·AI 등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 트랙으로, 민간 투자사가 먼저 투자하면 정부가 R&D 자금을 매칭해주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퍼플에이아이는 사업이 확대되면서 고용까지 하는 기업이 됐다. 현재 직원은 AI 분야 인력 5명, 의학·임상 연구 2명 등 총 12명이다. 지난해 매출은 2억2000만원을 기록했고, 누적 투자 유치액은 25억원이다.

AI 기반 창업은 주로 이공계 전공자들의 영역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문과생이나 예술 전공자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와 AI 역량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된 것이다. 환자 의료 기록을 연동해 개인 맞춤 건강 답변을 제공하는 의료 AI 기업 퍼슬리를 창업한 오상준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문과 출신이다.

오 대표는 창업 전까지만 해도 AI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하지만 창업을 결심한 후 직접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그는 챗GPT에 '환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AI 제품을 만들고 싶다. 어떻게 하면 돼?'와 같은 프롬프트 입력을 시작으로 AI 가이드에 따라 직접 개발까지 완료했다. 오 대표는 "개발 시작부터 초기 제품 개발 완료 및 배포까지 불과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투자사에서 제공한 공용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니 창업 비용도 전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퍼슬리는 지난해 말부터는 200만건의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적용하며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무제한 무료 정책을 본격 시행하며 올해 구글플레이 의료 카테고리 1위를 달성했고, 현재 150개국으로 확장 중이다.

2023년 퍼스널 브랜딩 1인 기업 삶일운동을 설립한 연기우 대표는 디자인 전공자로 AI 기반 교육 플랫폼을 창업한 사례다. 1인 비즈니스 자동화 수익, 나다운 브랜드 만들기 등을 주제로 한 온라인 강의를 유료로 판매하고, 개별 창업자에게 브랜딩·마케팅·지식상품 설계·홈페이지 제작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 대표는 공유 오피스 임차 비용 월 25만원, 어도비 구독료 월 6만원 등 한 달에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수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챗GPT를 운영팀과 홍보팀 직원처럼 활용하며 프로젝트 기획, 마케팅용 콘텐츠 기획·제작 등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젠 교육도 결국 AI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수용 서강대 SW융합대학 학장은 "과거에는 개발자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해야 했고 인력도 구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문과 출신까지 데모 버전 정도는 얼마든지 개발해 출시할 수 있다"며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전 교육과정에서 AI 프로젝트형 교육 체계를 갖추고, 동시에 학생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브 코딩 기술의 발전이 AI를 활용한 창업 방식에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올지도 주목된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박사 출신으로 2022년 프리랜서 개발자를 기업에 연결해주는 채용 플랫폼 사업으로 스페이스와이 창업에 나선 황현태 대표는 지난해부터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해 개발까지 하는 쪽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IT 외주 사업은 기존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던 분야이지만, 소수 인력으로 새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바이브 코딩 출현 덕분이다.

황 대표는 창업에 성공하려면 "결국 시장 등 변화의 흐름을 잘 읽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마트 스토어가 생기면서 제품을 바로 판매할 수 있는 커머스 구조가 마련됐는데 사업을 잘하고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단순히 AI 에이전트 도구를 만드는 것이 아닌, 완전한 자동화가 가능하도록 조직의 작업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도 필수다. 따라서 개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닌 조직의 리더(창업자)가 직접 AI를 만들며 확산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호준 기자 / 정호준 기자 / 사진 김재훈 기자 / 김호영 기자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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