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5개 다 걸면 목이 아플 것 같다고요? 단련해서 괜찮아요”
2026.03.15 21:30
단일 대회 최다 메달 신기록 김윤지
2년 전, 수능을 막 마친 김윤지(20·BDH파라스)가 말했던 노르딕스키의 매력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이탈리아 테세로의 거친 눈밭 위에서 그는 한국 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로 우뚝 섰다.
김윤지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패럴림픽에서 온갖 기록을 쏟아냈다. 여자 선수 겨울패럴림픽 첫 금메달을 따냈고, 남녀 합해 겨울패럴림픽 첫 2관왕도 됐다. 첫 출전 종목(7일)에서만 사격 실수로 메달을 따지 못했고 이후 금, 은, 은, 은, 금을 차례대로 목에 걸었다. 올림픽, 패럴림픽 합해 단일 대회 5개 메달은 김윤지가 처음이다. 김윤지는 “메달 5개를 다 걸면 목이 아플 것 같지만, 튼튼하게 단련해 놔서 괜찮다”며 웃었다.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였던 20㎞ 인터벌 스타트(15일)가 끝난 뒤에는 비에 젖은 손이 퉁퉁 불어 있었다. “장갑에 물이 들어 꼭 감귤 먹은 손처럼 됐다”며 김윤지는 미소 지었지만, 레이스는 사투에 가까웠다. 새벽부터 내린 비로 설질은 최악이었고, 20㎞는 그가 생전 처음 뛰어보는 최장거리 종목이었다.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코칭스태프는 피로도가 극에 달한 그에게 “아프면 언제든 그만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김윤지는 의연했다. 아침에 일어나 비가 오는 것을 보고는 마룬파이브의 ‘선데이 모닝(Sunday Morning)’을 떠올렸다. 그는 “마침 일요일인데 비가 오길래 기분 좋게 나섰다. 추운 날씨 덕에 눈이 안에서 얼어 매끄러워진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며 긍정적인 면모를 보였다.
전략은 치밀했다. 심박수를 5단계 중 3단계로 유지하며 힘을 아꼈고, 마지막 두 바퀴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6㎞ 지점에서 잠시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9㎞ 지점에서 다시 선두를 탈환한 뒤로는 한 번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전광판에 찍힌 ‘1위’ 숫자를 보고도 “잘못 봤나 싶어 어안이 벙벙했다”던 그는 “10㎞ 때 페이스 조절 실패로 역전당했던 경험이 보약이 됐다”고 말했다.
선천적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를 안고 태어난 김윤지에게 스포츠는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었다. 수영으로 시작해 노르딕스키까지 섭렵하며 여름, 겨울 전국장애인체전 신인상·최우수선수상(MVP)을 모두 휩쓴 ‘괴물 재능’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평창에서 매일 4~5시간씩, 60㎞를 달리는 지옥 훈련을 견뎌낸 결과다.
성공적인 패럴림픽 데뷔전을 마친 김윤지의 시선은 벌써 다음을 향해 있다. “스프린트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장거리 재능을 발견한 것 같다”는 그는 “어느 한 분야에 만족하지 않고 모든 능력을 갖춘 ‘육각형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귀국하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외할머니가 해주신 만두”다. 가족 사랑이 남다른 김윤지는 “저 보려고 무릎 수술 후 재활까지 견디며 여기까지 오셔서 응원해 주신 친할머니께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도 했다.
이탈리아 설원 위를 누비던 김윤지는 이제 역대 최고 성적표를 품에 안고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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