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등 5개국에 군함 파견 요구…中 “공격 멈춰야”, 4개국은 신중 입장
2026.03.15 15:39
트럼프, 韓 등 5개국에 호르무즈해협 군함파견 요구
미군 해협 통제 실패에 동맹국 끌어들여, 확전 우려
中 “美공격부터 중단해야”…4개국 분위기 살피는 중
요구 거절할 경우 美 진행 중인 301조 조사에 영향
국회 동의 필요, 야당은 물론 여당의원도 반대 가능성
미군 해협 통제 실패에 동맹국 끌어들여, 확전 우려
中 “美공격부터 중단해야”…4개국 분위기 살피는 중
요구 거절할 경우 美 진행 중인 301조 조사에 영향
국회 동의 필요, 야당은 물론 여당의원도 반대 가능성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다시 돌파하며 글로벌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전격 요구하고 나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란의 해협 봉쇄가 보름째 이어지며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자,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를 거명하며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미 이란의 군사 능력을 상당 부분 파괴했음을 강조하면서도, 기뢰 살포나 드론 공격 같은 잔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호르무즈해협 이용 수혜국들의 ‘팀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폈다. 특히 “호르무즈를 통해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그 항로를 관리해야 하며 미국은 이를 도울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미군의 인명 피해 리스크가 큰 호위 작전의 짐을 동맹국들에 지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의 이 같은 노골적인 압박에 해당국들은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다양한 선택지를 논의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고,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9일 언급한 ‘방어적 호위 임무 수립’ 원칙을 고수했다.
가장 냉담한 반응을 보인 곳은 중국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의 적대 행위 중단이 우선”이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히고 “모든 당사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현재 이란 혁명수비대는 오랜 우호 관계인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은 통과시키는 반면, 미국의 동맹국 선박에 대해서는 공격을 가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실제로 전쟁 발발 후 걸프 해역에서 피격된 선박은 16척에 달한다. 최근에는 프랑스군 부대를 겨냥한 드론 공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명한 5개국이 공교롭게도 최근 미국이 발표한 ‘무역법 301조’ 조사 대상국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군함 파견 요청을 거절할 경우 미 대법원에서 기각된 상호관세를 대신해 강력한 무역 보복 카드로 활용될 301조 조사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압박 카드를 들고 군함 파견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운신 폭이 좁다.
원유 수입의 약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해협 안정화가 절실하지만, 군함 파견은 곧 이란과의 적대적 교전 가능성을 의미한다. 상선 호위를 목적으로 파견된 우리 군함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피격될 경우, 중동 전쟁에 직접 개입하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은 2020년 초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을 사살해 긴장이 고조됐을 때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견 요구에 응한 바 있다. 당시 이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다국적군에 합류하지 않는 대신 소말리아 앞바다 아덴만에서 활동하던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장하는 식으로 요구에 응한 바 있다.
국내 정치권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군함 파견은 헌법상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위험도 높은 작전에 군을 파견하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한미 동맹의 가치, 그리고 실질적인 군사적 리스크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세에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잘 대처해 왔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아직 미국으로부터 공식 외교 채널로 파견 요청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역시 군함 파견을 요청받은 일본의 대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오는 19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는 19일 방미 예정인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적인 파병 확답을 강요받을 것으로 보여 일본 외교가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구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란이 위안화 결제 선박만 통과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한다는 설이 나오며 미국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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