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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응할까…미국·이란 관계, 국회 비준 동의 여부 검토할 듯

2026.03.15 15:47

트럼프 ‘동맹 기여’ 기조에 쉽게 거부 어려울 듯
이란 자극해 한국인 및 선박 표적될 우려도 제기
국회 비준 동의 여부도 쟁점…2020년에 미동의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Mayuree Naree)’호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태국 해군 제공·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파병 여부를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미국 및 이란과의 관계, 국회 비준 동의 여부 등 여러 요소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언급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하여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으로, 이에 기반해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이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을 보내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여기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박 보호를 위해 다국적군을 꾸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조만간 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에 들어오는 원유의 약 70%가 지나는 요충지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기여’를 강조해온 만큼, 요청을 쉽게 거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구체적인 요청 사항을 살펴본 뒤 여러 요소를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 이후 관세·대미투자 등 경제 분야, 우라늄 농축 및 핵추진 잠수함 확보 등 안보 분야 등에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또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는 방안 등 대북정책을 두고도 소통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하면 한·미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이란 공격에 대한 정당성과 국제법 위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는 점은 한국에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요청을 수용해 군함을 파병하면, 미국·이란 전쟁에 한국이 휘말리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하고 자극을 받은 이란이 한국 교민과 선박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전장에 와서 미국을 도우라는 압박”이라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위험하게 만든다”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 비준 동의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헌법은 한국군의 외국 파견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2020년 1월 국회 동의 없이도 청해부대가 본래 임무 지역인 아덴만을 벗어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미국과 이란이 2019년 충돌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격화되자 당시 미국은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위연합체)을 마련해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한국은 IMSC에 동참하지 않는 대신,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독자적으로 파병키로 결정했다.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힌 것이다.

당시 정부는 기존 청해부대 관련 국회 비준 동의안만으로도 임무 확대가 가능하다고 보고 별도의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지 않았다. 국회 비준 동의안에는 파견 지역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로 명시됐지만,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단서에 근거한 것이다. 정부는 미국·이란 분쟁에 따른 긴장 고조와 한국인 및 한국 선박, 안정적 원유 수급 등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당시 상황을 ‘유사시’라고 판단했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미국 및 이란과의 관계를 감안한 절충안으로 평가됐다.

정부는 일본 등 다른 국가의 동향도 참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2020년 호르무즈 해협에 독자 파병하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일본도 IMSC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해상자위대 호위함 등을 자체적으로 파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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