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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등 향해 “호르무즈에 군함 파견하라···석유 공급받는 나라들이 관리해야”

2026.03.14 23:46

한국·일본·중국·프랑스·영국 5개국 명시
1주일 전과 입장 판이···전황 녹록지 않은 듯
6년 전 ‘호위 연합’과 유사···상황은 더 복잡
11일(현지시간)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Mayuree Naree)’호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태국 해군 제공·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중국·프랑스·영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개시 후 제3국에 군사작전 동참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험한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에 동맹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을 참여 시켜 미국의 인적·물적 피해를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많은 나라,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들은 미국과 협력해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미국·이스라엘)는 이미 이란의 군사 역량을 100% 파괴했지만, 그들이 드론 한두대를 보내거나 기뢰를 설치하거나 해협을 따라 혹은 해협 안 어딘가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아무리 철저히 패배한 상태라 하더라도 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이 인위적 제약의 영향을 받는 다른 나라들이 이 지역에 함정을 보내, 완전히 수뇌부가 제거된 한 국가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이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미국은 해안선을 맹폭하고, 이란의 보트와 선박을 계속해서 격침할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고, 자유로운 상태로 만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또다시 올린 두 번째 글에선 좀 더 강경한 어조로 “호르무즈 해협 항로는 이를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국가들이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이를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 이것은 항상 팀의 노력으로 이뤄졌어야 했다”며 “이제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세계를 화합과 안보, 영구적인 평화로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공격 위협 속에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유가가 급등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 미 군함이 선박 호위 작전을 펼쳐 운항을 재개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 섣불리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약 34㎞에 불과한 데다, 북부 항로는 해안선과 가까워 이란군이 해안 기지에서 드론·미사일 등으로 손쉽게 공격할 수 있다. 여기에 이란이 기뢰를 10여 개 설치했을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상 ‘죽음의 통로’로 불릴 만큼 위험한 지역이다. 지난 12일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 장관은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들 위주로 다국적군을 결성해 미군의 위험을 분산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미국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비중은 한·중·일 등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조선 한척당 함선 두척 또는 5~10척 규모의 유조선을 보호하기 위해 12척의 함선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전날 WSJ는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기뢰·드론·미사일로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전에 이란이 굴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결국 호르무즈 봉쇄 시나리오에 아무런 대비 없이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오판으로 인한 책임을 동맹국에게 나눠지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WSJ는 선박 호위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이란의 해안 기지에서 미사일과 드론이 발사되기 전 미 공군이 이를 요격하거나, 지상군을 투입해 해안 기지를 장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미국 해병대 2500명을 중동으로 긴급 이동시키면서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에도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암살 후 미·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상선과 유조선 네 척이 피습되자 한국·일본 등에 미국 주도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이른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도 “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원유를 얻고 있는 다른 나라를 위해 원유 수송 해로를 아무런 보상 없이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국방부는 이란이 IMSC 참여를 적대 행위로 간주할 우려 때문에, 2020년 초 IMSC 참여가 아니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주둔 중인 국군 청해부대의 독자적인 작전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형태로 호르무즈 해협 주변을 오가는 한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이번에도 정부는 6년 전과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맹국인 미국의 요구여서만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3분의 2가 지나가는 통행로인 만큼 한국 경제 및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실제로 전쟁이 벌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 고민은 6년 전보다 더 깊고 복잡해질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나라들은 중국을 제외하고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해 온 동맹국들이다. 그동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주로 금전적 측면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실제 전력의 투입을 요구한 것이어서 차원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의 동참을 요구한 것은 불과 1주일 전과 입장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그만큼 전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소셜미디어에 “영국이 마침내 중동에 항공모함 두 척을 파견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승리한 전쟁에 참전하는 사람들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또 CBS와의 인터뷰에선 동맹국들이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배를 보내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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