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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천 시대와 자산 불평등 2

2026.01.01 21:16

코스피 4천 시대와 자산 불평등 2
코스피 4천 시대와 자산 불평등 2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류이근 |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지난해는 자산 불평등이 가장 컸던 해다. 적어도 비교 가능한 지난 15년 안에서 그렇다. 지난달 이런 내용을 담은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 결과가 나오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놀랐던지 이렇게 말했다. “매우 슬프고 충격적이고 우울한 그런 통계였다.” 그러곤 사족처럼 이재명 정부의 실적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정부는 6월에 출범했고, 자산 파악 기준은 3월이다.

그 수치는 계층별 자산 격차를 엿볼 수 있는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뺌) 지니계수로, 0.625를 기록했다. 공식 통계를 낸 뒤 최고치다. 값이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큰데, “분배가 최악으로 악화했다”는 김 실장의 한탄이 수치의 의미를 쉽게 풀어준다.

순자산 하위 20%는 그나마 적은 자산마저 1년 새 더 줄었다. 반면 부자는 최상위 10%를 중심으로 자산이 불어, 결과적으로 빈부 격차가 커졌다.

그렇다면 올해 자산 불평등 수준은 어떻게 될까? 지난해보다 ‘더 우울한 통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자산 조사 당시 부동산은 전년 대비 상승했지만, 증시는 하락했다. 그런데도 상위 20% 부자의 자산은 8% 늘었다. 올해 자산 불평등은 3월 기준으로 조사해 12월 초 발표 예정인데, 코스피는 지난해 조사 시점 뒤 70%가량 상승했다. 부동산도 비싼 서울 아파트 중심으로 이미 전년도 수익률을 뛰어넘었다.

집값과 주가가 뛴다고 모든 계층의 자산이 비례적으로 늘지 않는다. 자산이 많을수록 부의 증가 속도 또한 더 빠르다. 속도를 조절하는 규칙을 세우지 않으면 법칙에 가깝다. 지난 8년 가금복 기준 순자산 증가 속도는 상위 10%가 가장 빨랐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최상위 부자의 자산이 통계에 잘 포착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자산 격차는 더 클 것이다.

그런데 자산에 대한 과세 체계는 헐렁하다. 특히 주식시장은 거의 진공 상태다. 거래로 이익을 보더라도 세금이 없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근로소득세보다 대체로 낮긴 하지만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나라가 다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매매 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곳은 한국을 포함해 다섯 나라뿐이다. 그마저도 선진국이라 보기 어려운 튀르키예 빼면 벨기에, 뉴질랜드, 스위스 등 작은 나라다. 이 나라들조차 짧은 기간 반복적으로 주식을 거래하거나 차익이 사업적 소득에 가까우면 세금을 매긴다. 과세하지 않는 나라로 알려진 룩셈부르크나 슬로바키아공화국도 6개월이나 1년 내로 짧게 거래하면 세금을 거둔다.

다만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나라들은 주식 장기 보유 시 감면이나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장기 보유 시 회원국 전체 평균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은 19%에 이른다. 단기 보유 시에는 세율이 더 높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게 자본시장 성장에 걸림돌이라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미국은 1913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에 과세했다. 영국은 1962년부터, 일본은 1953년 중단했다가 1989년부터 다시 과세했다. ‘서학 개미’로 불리는 투자자들이 22% 세금을 감수하고서 미 증시에 투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큰 수익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과세가 투자의 결정 변수는 아니다.

지금껏 세금이 없다시피 한 한국 증시에 배당 소득 감세에 해외 주식 양도차익에 붙는 세금마저 깎아주겠다고 나서는 건 우려스럽다. 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이 없는 예외적인 한국 증시의 정상화가 서둘러 필요하다. 폐기 처분된 금융투자소득세 먼저 되살려야 한다. 이는 부자의 자본 증식 속도를 상대적으로 늦추는 수단이자, 자본소득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환원 장치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은 새 정부가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빈부 격차를 꼽았다. 지금은 노력은커녕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다. 분명한 건 올해 말 자산 불평등 수치가 나온다면 그때는 이재명 정부의 실적과 관계없다고 변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긴 첫날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 성장 성과가 중소기업과 서민으로 흘러들어 갈 방안을 만들라 지시했다고 한다. 그 구체적 내용에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 격차 해소도 포함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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