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
[박병무의 뉴 엔씨①] "통곡의 벽 23만원"…멈춘 주가, 첫 시험대
2026.03.13 17:14
리니지 이후를 선언한 박병무 엔씨 대표의 '뉴 엔씨' 전략이 통할 수 있을지 살펴봅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최근 몇 년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통곡의 벽'이라고 불린다. 반등이 나오더라도 23만~24만원을 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는 흐름이 반복되면서다.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도 이러한 주가의 흐름을 인정했다. 박 대표는 이달 12일 진행된 경영 전략 간담회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23만~24만원 구간을 '통곡의 벽'이라고 부른다"며 "이번 기회에 그 벽을 깨고 싶다"고 밝혔다.
황제주서 20만원대…사라진 성장 프리미엄
엔씨는 한때 국내 대표 게임주였다. 2021년 2월 장중 104만8000원까지 오르며 이른바 '황제주' 반열에 올랐지만, 현재 주가는 21만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고점 대비 약 80% 하락한 수준이다. 최근 1년간 약 34% 반등했지만 52주 최고가 25만8500원, 최저가 13만4600원이 보여주듯 여전히 등락 폭이 크다.시장에서는 이 현상을 단순한 주가 조정이 아니라 기업 가치 평가 방식 자체가 바뀐 결과로 해석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밸류에이션 디레이팅(valuation derating)'으로 설명한다. 성장 기대가 약해지면서 기업 가치에 붙었던 프리미엄이 빠졌다는 의미다.
엔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한때 49배 수준에서 현재 약 13배로 크게 낮아졌다. 게임업종 평균 PER인 약 16배보다도 낮은 수치다. PER은 주가가 기업 이익의 몇 배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 가치 평가 지표다.
엔씨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과거 2~3배에서 현재 약 1.2배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장이 엔씨를 더 이상 고성장 게임사가 아닌 성장성이 둔화된 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PBR은 주가가 기업 자산 가치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리니지 의존이 만든 '주가 롤러코스터'
엔씨의 주가가 크게 흔들린 핵심 원인으로는 리니지 지식재산권(IP) 의존 구조가 꼽힌다. 엔씨는 오랜 기간 리니지M·리니지2M·리니지W 등 소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가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구조였다. 특정 게임이 흥행하면 실적이 급증하지만 신작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기업 가치도 함께 흔들리는 구조다.실적 흐름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업이익은 2022년 5590억원에서 2023년 1373억원으로 급감했다. 2024년에는 매출 1조5781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영업손실 1092억원으로 결국 적자 전환했다. 리니지 시리즈 성공 이후 이어졌던 고수익 구조가 무너진 셈이다.
2025년 연간 실적은 매출 1조5069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 줄었지만 비용 구조 개선과 신작 효과가 맞물리며 수익성은 회복됐다. 다만 당기순이익 3474억원은 엔씨타워1 매각에 따른 처분이익이 대거 반영된 결과로, 본업 기반의 수익성 회복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4분기 PC 온라인 게임 매출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아이온2 흥행 영향으로 1682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이후 최대 분기 매출이다. 리니지 일변도였던 매출 구조에서 새로운 IP가 실적을 이끌었다는 점은 시장에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산업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모바일 MMORPG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과거처럼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몇 년간 게임 시장에서는 캐주얼·하이브리드 캐주얼 장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투자자 심리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 신작 기대감이나 전략 발표로 반등하더라도 실적 개선이 확인되지 않으면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는 패턴이 반복됐고, 23만원 안팎 구간에서는 매도 물량이 반복적으로 출회되며 공매도 포지션까지 집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곡의 벽 넘겠다"…박병무의 포부
박 대표는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김택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이사 체제를 출범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MMORPG 중심의 사업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박 대표는 이번 경영 전략 간담회에서 과거 엔씨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그는 "그동안 엔씨는 MMORPG 중심 구조로 특정 게임의 성공 여부에 따라 실적과 주가 변동성이 컸다"며 "지난 2년은 이런 체질을 바꾸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은 조심스럽지만 이전보다는 우호적이다.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 2026년 예상 영업이익은 2000억~3870억원 범위로 제시되고 있으며, 아이온2 PC 결제 비중 상승에 따른 수수료 절감 효과가 핵심 이익 드라이버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약 35%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편인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증명할 경우 리레이팅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박 대표가 간담회에서 "통곡의 벽을 깨고 싶다"고 말한 다음 날인 13일, 엔씨 주가는 장중 7%대 급등하며 23만원에 정확히 닿았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22만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이어갔지만, 시장이 전략 발표에 반응했다는 점 자체는 의미 있는 신호다.
결국 박병무 체제의 첫 시험대는 이번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며 '통곡의 벽'을 넘을 수 있느냐다. 아이온2가 그 첫 번째 답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이것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성장 구조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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