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움직이는 건 이성 아닌 ‘본성’ [신간]
2026.03.13 15:19
승자의 저주
이 책은 33년 전 그가 쓴 책의 전면개정판이다. 30여년간의 방대한 데이터를 집대성, 한때 이단이었던 행동경제학이 어떻게 현실 세계의 거부할 수 없는 법칙이 됐는지를 증명한다.
이번 개정판의 가장 큰 가치는 1980년대 실험실 수준의 가설을 현대의 거대 현장 데이터로 입증했다는 점에 있다. 과거의 행동경제학이 ‘사람은 비합리적이다’라는 점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그 비합리성이 ‘어떤 패턴으로, 얼마나 크게 증폭되는가’를 증명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합리적 시장’이라는 환상을 깨라
인간의 결함과 시장의 취약성 입증
특히 각 챕터마다 추가된 ‘업데이트’ 섹션이 눈에 띈다. 과거 머그컵 실험으로 설명했던 ‘초기 부존 효과’, 즉 개인이 어떤 물건을 소유하게 된 순간, 소유 전보다 그 물건에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손실 회피 본능을 이번엔 이베이(eBay)의 2500만건 거래 데이터로 재입증한다. 수천억원이 오가는 NFL 드래프트와 PGA 투어 분석은 전문가 집단조차 ‘과신의 오류’와 ‘현상 유지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들이민다. 단순히 이론만 나열하지 않고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실질적인 투자 전략의 오류를 짚어낸다.
저자들은 묻는다. “수조원의 판돈 앞에서도 전문가는 왜 다트 던지기보다 못한 결정을 내리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들은 TSMC의 주가 괴리, 게임스톱(GameStop)의 광기, ‘CUBA’라는 종목 코드만으로 폭등했던 펀드 사례 등을 소환한다.
전통 경제학이 ‘일물일가의 법칙’이나 ‘효율적 시장 가설’로 설명하려 했던 현상들이, 사실은 인간 본성의 결함과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행동경제학이 모든 난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대신, 인간의 비합리성을 인정하고 이를 직시하는 것만이 투기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무기라고 조언한다.
본능적 편향에 기댄 투자 결정 주의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 필요
이 책은 경제학도들만을 위한 전공 서적이 아니다. 오히려 실무자들에게 더 필요한 책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합리성’이라는 환상에 갇힌 투자자는 가장 먼저 ‘호구’가 된다. 자신의 투자 결정이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인지, 아니면 본능적인 편향에 기댄 사후 합리화인지 끊임없이 되물으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33년 전 도발적인 의문으로 시작해 오늘날 현실의 표준이 된 이 책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본능은 더욱 빠르고 거대하게 증폭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혼란스러운 시장의 소음을 뚫고 본질을 꿰뚫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정교한 내비게이션이 될 것이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1호(2026.03.18~03.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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