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여의도’ 오가며 운전대 단 '두 번'…충격의 테슬라 FSD
2026.01.01 15:23




서울 도심서도 '쌩쌩'…학습 쌓이면 능력치 더 올라가
美·中 자율주행 혁신…'레벨2'마저 내주면, K자율주행 어디로
미국차 한국 수출 5만대 상한 폐지…한국 집중 공략할듯
기술 격차보다, 그 기반 시장경험 놓치는 게 더 위협적[오토노머스에이투지 유민상 최고전략책임자(CSO)·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테슬라 감독형 FSD는 고도화된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지만, 미국 자동차기술학회(SAE) 기준으론 여전히 ‘부분 자율주행(레벨2)’에 해당한다. 차량이 독자적으로 가속·제동·핸들링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운전자의 지속적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감독형’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얼마 전 국내에서 개시된 테슬라 ‘FSD(Full Self-Driving)’ 감독형 서비스를 서울 도심에서 직접 운전할 기회가 있었다.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매일 운행하는 자차 ‘제네시스’의 레벨2 시스템과 동일한 동선, 동일한 도심 혼잡 구간을 약 한 시간 남짓 연속 주행했다. 결과는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수많은 자율주행 차량과 시스템을 경험해 왔고, 미국에서도 FSD를 한 달 이상 이용한 경험이 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 환경에서 체감한 기술 격차는 놀라움을 넘어섰다. 같은 레벨2 시스템이라는 전제 자체가 무색할 정도였다.
서울 도심에서도 FSD 감독형 서비스는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당 부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서울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1시간가량의 시승 역시 ‘Park to Park’,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전 구간을 시스템이 수행하고, 운전자는 원할 때만 손을 대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필자의 개입은 단 두 차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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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레벨2 기술은 차로 유지와 차간 거리 제어에서는 안정적이지만, 차로 변경 단계에 들어가면 시스템의 한계가 비교적 명확히 드러난다. 운전자의 명확한 조작과 작동 조건 확인을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차로 변경 절차가 끊기듯 이어지다 보니 실제 주행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법규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는 점은 이해되지만, 주행 흐름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놀라움의 연속…기술뿐만 아니라 제도 차이도 커
이 차이는 단순한 기술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레벨2 제도는 구조적으로 비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차로유지, 차로변경 절차가 정의된 조향장치 규정 자체가 부재하기에 ‘비규제’ 영역에 가깝다. 반면 국내 레벨2는 차로유지나 차로변경 시, 횡방향 가속·감속도, 조향 입출력 방식까지 세부적인 절차가 규정돼 있다. 같은 레벨2라는 분류 아래에 있지만, 한쪽은 조향 제어 자체가 규제 대상이 아닌 반면, 다른 한쪽은 모든 차로 변경 행위가 절차와 수치로 관리된다. 이 구조에서는 사용자 경험에서 큰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도적 차이는 곧 주행 감각의 차이로 이어진다. 테슬라의 FSD는 차로 변경이 주행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방향지시등 입력 이후 주변 차량의 속도와 간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속과 조향을 연속적으로 수행한다.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사람이 차로를 ‘비집고 들어가듯’ 판단을 수정해 가며 차로 변경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조향 각도와 가속은 과하지 않게 조절되고, 도심 혼잡 구간에서도 주행의 리듬이 끊기지 않는다. 그 결과 운전자의 실제 개입 빈도는 현저히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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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험은 기술 격차가 단순히 알고리즘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규제 환경과 시장 전략의 결과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2012년 발효 이후 이미 10년 이상 유지돼왔고, 제도적으로만 보면 미국 법규를 충족한 차량은 이전에도 국내 판매가 가능했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FSD가 본격적으로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하다. 업체당 연간 5만대라는 한국 수출 상한선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전략적 자원을 투입해 공략할 만큼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었다.
지난 11월 한·미 통상협상을 통해 연 5만대 상한선이 사실상 폐지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미국 법규만 만족하면 대수 제한 없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는 단순한 제도 완화가 아니라, 시장에 대한 전제 자체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국 시장은 ‘있어도 그만인 시장’에서, ‘먹힐 수 있다고 판단한 시장’으로 전환됐다.
이 변화는 테슬라가 한국에서 5만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명확한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과거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2018년 FTA 개정으로 수입 상한이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확대된 직후 테슬라의 판매량은 2만5000대를 넘어섰고, 이후 판매가 5만대에 육박하자 상한선 자체가 폐지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정됐다. 소프트웨어 기반 경쟁이 핵심이 되는 자율주행 시대에, 대수 제한 없이 시장에 먼저 들어와 사용자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은 강력한 전략적 무기다.
기술 차이보다 자율주행 시장 재편 움직임을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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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AI 3대 강국을 국가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이라는 대표적인 피지컬 AI 산업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가. 자율주행 시대의 소버린 AI는 선언만으로 구축되지 않는다. 실제 도로 위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운영 경험이 국내 생태계에 남도록 만드는 시장 설계와 제도 전략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지금 한국이 마주한 위협은 기술 격차 그 자체보다, 그 기반이 될 시장과 경험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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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출신 엔지니어들이 2018년 창업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세계 4대 회계법인 PwC 계열 컨설팅 업체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가 2025년 3월 선정한 ‘2024년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 순위에서 한국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인 11위에 선정됐다. 순위권에 든 기업 중 유일하게 기업가치 1조원 단위 이하 회사다. 국내 13개 지역에서 55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며 약 68만km의 국내 최장 누적 자율주행 운행 거리 기록을 확보하고 있다.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공식 자율주행차 운영사로 선정됐으며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에서도 국가 단위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최고전략책임자(CSO)
△성균관대 화학공학 학사 △스위스비즈니스스쿨 경영학 박사 △현대자동차 연구개발기획조정실 책임연구원 △경기대 ICT융합학부 겸임교수 △국토교통부 자율차융복합미래포럼 위원 △기획재정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위원 △외교부 한국국제교류재단(KF) 글로벌 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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