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참을 만큼 참아, 당 지도부 변해야”…장동혁 “승리 집착 패배 불러”
2026.01.02 00:14

지방 선거를 약 다섯 달 앞둔 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오 시장이 “참을만큼 참았다”며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 등 당의 확실한 변화를 요구하자, 장 대표는 “선거와 승리를 생각하면 선거에서 패하게 될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나경원 의원은 “지금은 지도부를 흔들 때가 아니다”라고 장 대표를 거들었다.
오 시장은 이날 아침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비상계엄 등 잘못을 인정하고, 당이 제 역할을 못한 점에 대해 사과·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오 시장은 국민이 원한다면 “계엄 사과를 100번이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날은 이례적으로 당 지도부를 호명하며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해했다. 여러 언론이 공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이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 밀리거나 비등한 것으로 나온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오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국민의힘에 변화를 주문한다. 많은 분들이 6월 있을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며 “선거를 생각하고 승리를 생각하면 선거에서 패하게 될 것이다.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 삶을 생각하면 선거 승리는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접 오 시장을 지명하지 않았지만, 당 지도부의 변화를 요구한 오 시장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날 신년회에 참석한 오 시장은 장 대표 발언 뒤 당의 변화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작년 1년 동안 국민들 마음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 사랑을 받기에 많이 부족한 정당이었다. 깊이 반성한다”며 “목소리 높은 일부 극소수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상식과 합리를 바탕으로 한 국민 대다수 말에 부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당이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행사 뒤 기자들을 만나서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당 대표께서 기다려달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심기일전해서 적어도 계엄을 합리화하거나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더이상 우리당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하는 나경원 의원은 오 시장을 비판했다. 나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전장에 있는 장수들은 피가 마르는데, 후방에서 관전하듯 공개훈수 두는 정치는 비겁하다”며 “지금은 내부에서 지도부를 흔들고 압박할 때가 아니다. 왜 조기대선으로 이러한 국가적 비극을 초래했는지, 각자의 책임에 대해 스스로 자성하고 당과 나라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해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STI)에 의뢰해 지난달 17∼21일 전국 유권자 2020명을 대상으로 한 ‘2025∼2026 유권자 패널조사(3차)’를 보면, 응답자들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당선 59.1%, 국민의힘 후보 당선 23.7%를 예상했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 시도지사 후보 당선을 예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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