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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가 떠올리게 한 아버지 주머니 속 온기[유상건의 라커룸 안과 밖]

2026.03.09 23:07

2월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 서울이랜드의 경기에서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이 축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수원=뉴스1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아버지, K리그 개막전 보러 가실래요?”

독일 뮌헨에서 귀국한 아들이 불쑥 말을 꺼냈을 때 잠시 당황했다. 아들이 어릴 때도 거의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김민재가 뛰는 뮌헨에 있다 보니 축구에 흥미가 생겼나 보다’ 싶었다. 내 세대에 부자 관계란 어딘가 서먹하고 데면데면한 것이다. 아버지는 늘 바쁘고 어려운 존재였다. 축구와 관련된 아버지와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1970년대 말 어느 깊은 밤 TV로 분데스리가 경기를 함께 본 게 유일했다.

우리는 K리그2(2부) 개막전 중 수원삼성과 서울이랜드의 경기를 직관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역대 K리그2 단일 경기 최다 관중인 2만4071명이 모였다. 특별히 수원삼성의 신임 사령탑 이정효 감독(51)을 응원하고 싶었다. 그는 2022년 광주FC를 2부 리그 정상으로 이끌어 1부 리그로 승격시킨 데다, 열악한 재정의 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시켰다. 비주류 코스를 걸어온 그의 전술 철학이 정체된 한국 축구를 흔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경기를 보며 우리는 한국 축구의 현주소부터 인공지능(AI)이 바꿀 미래 스포츠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간의 공백을 메웠다.

그 다음 주에는 K리그1 부천FC 경기장을 함께 찾았다. 이번에는 원정팀 대전하나시티즌 응원석에 앉았다.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졌지만 쉬지 않고 응원하는 ‘충청인의 끈기’에 진심 감동했다. 특히 앞자리의 젊은 아빠가 경기 내내 자리에 앉지 않고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응원을 멈춘 건 딱 한 번이었다. 손이 시린 초등학생 아들이 슬그머니 아빠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자, 그는 아들을 껴안아 줬다. 그 순간 문득 내 아버지의 뒷주머니도 따뜻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K리그를 직관하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축구는 전용구장에서 봐야 한다. 종합운동장은 축구의 속도와 긴장감을 느끼기에는 선수와 관중 사이가 너무 멀다. 또 팬이 늘지 않으면 축구 문화는 성장하기 어렵다. 입장료 1만6000원은 적당한 가격이었다. 다만 먹거리는 아쉬웠다. 팬들에게는 경기장에 머무는 즐거움도 필요하다.

한국 축구는 A매치 때만 반짝 응원하는 ‘90분 애국자’의 놀이터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다. 구조적 고질병도 많다. 축구협회의 리더십, 시도민구단의 빈약한 재정 자립도와 잦은 정치적 외풍, ‘지지만 않으려는’ 보수적 경기 운영, 리그 중계권과 마케팅을 키울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 등이 그렇다. 그러나 직관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올해는 역대 최다인 29개 구단이 리그에 참가한다. 경기장을 찾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날 깨달았다. 축구는 단지 90분 동안 벌어지는 경기만이 아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작은 통로일 수 있다. 아빠의 뒷주머니 온기를 나누듯 K리그가 한국 사회에 따뜻한 활력이 되면 좋겠다. 어쩌면 한국 축구의 진짜 경기는 이제 막 킥오프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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