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전
중동 리스크에 금융권 비상…안전자산 ‘금’ 다시 뜰까
2026.03.09 08:52
원·달러 환율 한때 1500원 돌파…금값 등락 이어져
5대 금융 비상 대응… 피해 기업 긴급 금융지원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중동발(發) 지정학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와 환율이 요동치면서 투자자 자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 이동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5대 금융그룹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
3월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새벽 원·달러 환율은 뉴욕증시 개장 직후 상승 폭을 빠르게 키우다 장중 한때 1506.0원까지 치솟았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1500원을 넘어선 것이다.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1485.7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으나, 시장이 받은 충격은 여전히 남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흐름도 불안했다. 4일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한 뒤 1480원선을 중심으로 등락하다 전 거래일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단기간(1개월 이내)에 상황이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국면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커질 수는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거나 막연한 공포심리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불안은 언제나 원화 약세 재료이나, 강도와 기간은 결국 유가에 달려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은 1470~1480원까지 단기 오버슈팅 가능하나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점차 안정되는 국면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 KRX 금시장에서 금 가격은 1g당 24만9200원으로 전일보다 9900원(4.14%) 상승했다. 다만 4일에는 전일보다 6090원(2.44%) 내린 24만31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상승 폭 일부를 반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금 가격 움직임에 대해 “최근 금값이 일부 조정을 보인 것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반영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 투자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금은 이란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단기 베팅하기 위한 자산이라기보다, 자산 배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투자 성향에 따라 전체 금융자산의 약 5~20% 수준을 금으로 보유하는 전략은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금융권 비상 대응 가동…기업 금융지원 확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금융사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가 실시간으로 환율·금리·유가 등을 점검하고 있다.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KB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분쟁 지역 진출 기업이나 수출입 실적이 있는 기업 및 협력사에 최대 1.0%포인트(p)의 특별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피해 규모 범위 내에서 최대 5억원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지원하며, 3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은 추가 원금 상환 부담 없이 우대금리를 적용해 만기 연장을 지원한다.
신한금융은 지난 3월 2일 그룹위기관리협의회를 열어 중동 지역 정세 악화가 금융지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그룹 차원의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신한금융은 현재 위기관리 단계를 ‘주의’로 유지하고 주간 단위 정례 회의를 통해 시장 상황과 그룹 영향도를 점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신한 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 애로를 겪는 수출 및 해외 진출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한다. 피해 규모 범위 내에서 최대 10억원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대출하고 최고 1.0%p의 특별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만기가 임박한 대출 역시 우대금리를 적용해 연장을 지원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속적인 리스크 모니터링을 통해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등을 위한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위기 상황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하나금융은 현지 피해 교민에 대한 생필품 및 구호 패키지 등 인도적 지원 방안 프로그램을 정부 유관기관과 협의 후 신속히 추진한다. 하나금융 역시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 금융지원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총 12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기업당 최대 5억원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대출 만기 최대 1년 연장 ▲분할상환 최대 6개월 유예 ▲대출 금리 최대 1.0%p 감면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예기치 못한 국제 정세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민과 기업들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도 지주사를 중심으로 전 계열사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유동성 상황과 외환·자금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3월 1일 중동 사태 발생 직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한 데 이어, 지난 4일 ‘중동 상황 관련 현안 점검 회의’를 열어 대응 상황을 재점검했다.
임 회장은 “환율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는 만큼 외환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은행 부문은 외화 유동성을 일별 관리 체제로 전환해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NH농협금융도 지난 3월 2일 부서장 긴급 회의를 열어 중동 국가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점검하고 연관 산업 영향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그룹 차원의 ‘금융시장 비상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계열사 금융 포트폴리오 영향을 점검하고 피해 기업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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